[협동조합 공동사업 함께 만드는 미래]충북작물보호제판매업협동조합

▲ 충북작물보호제판매업협동조합은 소규모 농약사인 조합원을 대신해 다양한 제품을 대량으로 구매해 보관하고 있다.

충북작물보호제판매업협동조합(이사장 김문수)은 소규모 농약판매사들이 모인 협동조합이다. 1995년에 조합의 형태로 발족했는데, 그 전부터 친목회 등으로 교류가 있던 회원 33명이 조합원으로 참가했다.

농협이 전체 농약 시장의 약 95%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든 자생력과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다.

작물보호제는 바로 농약의 다른 이름이다. 농사를 짓는 데에 있어 없어서는 안 될 존재지만 ‘농약’이라는 단어가 갖고 있는 ‘위험’이라는 편견을 해소하기 위한 순화어다.
같은 이유로 충북작물보호제판매업협동조합 역시 농약이라는 단어 대신 ‘작물보호제’라는 순화어를 사용하고 있다.

조합 관계자는 “현재 시중에서 유통되는 절대 다수의 농약은 수용성”이라며 “정해진 시기에 적절한 양만 사용한다면 ‘농작물에 잔류해 사람에게 해를 끼칠 것’이라는 염려는 하지 않아도 좋을 정도가 됐다”고 설명한다.

조합원사 힘 모아‘규모의 경제’실현
작물보호제는 그 종류가 셀 수 없을 만큼 많은데다 판매되는 단위 역시 크다. 그러다 보니 외딴 농촌에서 운영되는 농약사 같은 곳에서는 여러 품목을 모두 구비해놓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기도 하다.

작물보호제는 시기와 상황에 따라 필요로 하는 것이 달라지는데, 요즘처럼 기후 변화가 극심한 시기에는 다양성이 강조되고 있다. 물리적 한계가 있는 소규모 업장에서는 이러한 현실에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반면 농민들이 가장 많이 의존하는 기관인 농협은 사정이 다르다. 국내 작물보호제 시장의 95%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농협은 ‘규모의 경제’가 가능하다 보니 자체 물류 시스템과 대형 창고를 갖추고 있다.
이러한 농협에 비해 개인이 운영하는 농약사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경쟁력이 떨어지다 보니 신제품이 들어오는 속도 역시 떨어지게 되고 자연스레 고객의 발걸음은 점점 더 멀어지는 악순환이 일어나게 됐다.

지난 1995년 충북작물보호제판매업협동조합의 전신인 충북농약판매업협동조합이 설립된 것도 이런 소규모 농약사들의 위기의식에 비롯됐다.
조합은 우선 개별 농약사들이 이루기 힘든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시작했다. 조합을 통해 공동구매를 시작하자 사정이 달라진 것이다.

지난 2014년 작물보호제 판매실적은 약 153억원에서 2017년 약 166억원으로 늘어났고 농자재 판매도 약 45억원에서 47억원으로 증가했다. 조합원 역시 33명에서 출발, 2016년에 51명, 2017년에 53 명, 2018년에는 56명에 이르고 있다.

물론 이런 양적, 질적 성장이 아무런 노력 없이 이뤄진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조합원의 요구에 기민하게 대처한 게 주효했다. 조합원들이 구입하고자 하는 상품을 전화, 팩스, 모바일 메신저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알려 주면 조합에서는 충북 내를 순환하는 물류 트럭을 이용해 빠르면 당일, 늦어도 사흘 안에는 수령할 수 있게 해준다.

김문수 이사장은 “5톤 트럭 2대를 이용해 매일 같이 충북 곳곳의 조합원을 찾아다닌다”면서 “이러한 정기적 셔틀 트럭 덕분에 조합원들이 필요한 제품은 언제나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신제품에 대한 대응력도 빠르다. 더 효과가 좋은 신제품이 생산되면 조합은 이를 신속하게 받아들여 조합원들의 매장에 구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농협 같은 경우, 의사결정 단계가 많은 데다 전국 유통망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조합에 비하면 변화의 속도가 느려질 수밖에 없다.

만약 생산자가 판매하는 단위가 크다고 해도 조합원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 1톤 단위로만 판매되는 제품이라 하더라도 조합에서 매입한 후 이를 조합원들의 요구에 따라 소분해 배송하고 있기 때문에 쓸데없는 재고로 인한 불편함이나 과다 지출 역시 예방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유통기한이 다한 제품을 무료로 회수해 생산자에게 반품하는 일 역시 대행하고 있어 조합원들은 번거로운 작업을 줄이는 한편 각종 배송 수수료 역시 절약할 수있다.

농업용 드론 판매도 추진
작물보호제 공동구매에 집중하던 조합 역시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적응하고 그 변화 속도에 보조를 맞추고 있다. 작물보호제 뿐만 아니라 농사에 필요한 다양한 농자재를 본격적으로 취급하기 시작한 것.

더 질 좋고 저렴한 상품을 찾기 위해 얼마 전에는 조합 임직원들과 조합원 대표들이 직접 중국의 생산업체를 방문했다. 그곳에서 모자, 텐트, 장갑, 파라솔, 천막, 방제복 등 다양한 제품의 품질을 확인하고 조합원을 대상으로 유통하기로 결정했다.

또한 멀지 않은 미래에 그 사용이 급속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농업용 드론과 관련된 사업도 본격적으로 시작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드론 생산업체와도 긴밀히 협력하고 있으며 드론 판매 및 방제 대행을 목적으로 하는 대리점 개설도 병행할 계획이다.

이러한 사업들은 하나의 공통점을 갖고 있다.
조합원들의 이익을 최대화하는 데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도 하지만, 작은 규모의 소농은 물론 점차 늘어나고 있는 도시농이나 취미농, 원예 애호가 등의 요구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체 농업 인구의 90%가 1헥타르 이하의 농경지를 갖고 있는 우리 현실에서는 각 지역별 소규모 업장이 농업의 중심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확신을 조합과 조합원사는 공유하고 있다.

“조합원들이 운영하는 업장은 단순한 상품 거래의 공간이 아니라 각종 정보가 오가는 하나의 사랑방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곳에서는 가격경쟁이 아닌 제품경쟁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문수 이사장은 “조합원 한명 한명이 지역의 ‘작물 및 화훼 전문가’로 손꼽힐 수 있도록 최대한의 노력을 다 하고 있다”면서 “이것이 바로 조합의 존재 의미”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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