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인물] 물러난 제주항공 안용찬

제주항공의 안용찬 전 부회장이 공동 대표이사직을 사퇴한 것은 지난해 연말에 발표된 사항입니다. 벌써 한달이 넘은 일이지만, 여전히 안 부회장이 사퇴한 이유와 배경을 놓고 뒷말이 끊이지 않습니다. 일단 이번 이슈와 관련해 재계에서는 예상치 못한 사건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안 전 부회장은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의 사위입니다. 계열사 제주항공을 지금의 선두 저가항공사로 키운 주인공이 바로 안용찬 전 부회장입니다. 오너 일가에다가 탁월한 경영능력까지 보여준 안 부회장이 제주항공을 독립시켜 독자 경영을 할 수도 있다는 분석까지 나왔었습니다.

여러 추측성 기사가 지금도 여럿 나오는 가운데 안 전 부회장은 자신의 퇴진을 “후배들을 위한 용퇴”라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이른바 안용찬 라인으로 불리는 임원들도 이번에 함께 퇴진을 하면서 해명도 분명치 않게 됐습니다.

일각에서 분석한 내용으로는 애경그룹이 경영 후계자 작업을 하면서 안용찬 전 부회장이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부회장과 갈등을 한게 아니냐는 것이 가장 설득력이 있어 보입니다.

채형석 총괄부회장은 장영신 회장의 장남입니다. 안 전 부회장에게는 처남이 되는 사이죠. 애경그룹은 오래 전부터 채형석 총괄부회장 중심의 경영권 재편이 이뤄졌고, 근래 들어 본사 사옥을 홍대로 옮기면서 거의 완료했다는 얘기가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안 전 부회장의 아내이자 채 총괄부회장의 여동생인 채은정 애경산업 부사장도 경영권에서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였습니다.

그러다보니, 안용찬 전 부회장이 제주항공을 통해 보여준 성공신화 등은 현재 시점에서 그룹 후계구도상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안 전 부회장은 그룹 내에서도 실적 면에서 턴어라운드 전문가로 유명했습니다. 1987년 애경산업에서 마케팅으로 일을 시작한 뒤로 애경화학 이사, 애경유화 상무·전무를 거쳤는데요. 대표이사 경력은 1995년부터 시작됩니다.

특히 2006년 12월에는 애경그룹 생활항공부문 부회장에 취임해 애경산업과 제주항공을 모두 관장했습니다. 그의 경영능력은 제주항공을 통해 여실히 드러납니다. 2015년 제주항공 매출액은 6081억원, 영업이익 514억원 수준이었습니다.

지난해 매출 예상치는 1조2593억원, 영업이익 1108억원입니다. 3년여 만에 무려 2배 가까이 성장한 겁니다. 안 전 부회장이 공력을 들인 제주항공은 대한항공, 아시아나에 이어 현재 국내 3대 민영 항공사로 통합니다.

안 전 부회장은 지난해 3월 주총에서 연임에 성공합니다. 그의 공헌과 능력을 인정한 조치였는데요. 8개월 만에 퇴진을 선언하고 특히 제주항공 지분관계에 있어 지분을 모두 팔면서 특수관계인이 아닌 경영과 전혀 무관한 일반인으로 경계선을 그었습니다. 안 전 부회장이 하루 아침에 자연인 안용찬으로 변신한 겁니다.

이와 같은 언론의 설왕설래를 두고 제주항공은 “소설 같은 이야기”라고 일축합니다. 환갑을 맞이한 안 전 부회장의 뜻이라는게 회사측의 설명입니다.
아무튼 안 전 부회장의 갑작스러운 용퇴로 인해 제주항공은 사실상 채형석 총괄부회장 체제로 재편됐습니다.

이제 그룹의 지배력이 향상됐으니 차후 제주항공의 경영 기수는 우상향할 힘이 충분해 보이는 강점이 생겼습니다. 어떻게 보면 제주항공 최고경영자의 교체에 따른 여러 이슈는 업계에서도 가장 잘 나가는 제주항공이기에 더 관심이 높은 거 같습니다.

- 장은정 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신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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