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퍼스트무버’자처, 정부와 ‘수소경제 드라이브’쌍끌이  

최근 문재인 정부가 국가 중장기 발전 산업을 새롭게 공표했다. 수소전기자동차와 수소충전소 등을 통한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인데, 대통령이 직접 수소전기차 홍보모델을 자처하고 나서면서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갑자기 정부가 수소전기차라는 생소한 산업의 아이템을 전폭적으로 내세우고 있는 감도 있고, 아직 수소전기차에 대한 대중적인 인식도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수소전기차는 그 원리가 아주 간단하다. 공기 중에 수소와 산소가 만나면 화학반응으로 전기가 발생하고 부산물로 물이 생성된다. 그 전기가 모터를 돌려 자동차를 가게 하는 것이 바로 수소전기차다. 내연기관과의 차이점 중 대표적인 것이 엔진이 없다는 것과, 배기가스 배출이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공기 중에 미세먼지를 정화해 깨끗한 공기를 내보내는 친환경 자동차라는 점이다.

그런데 이렇게 설명하면 아리송하게 되는 부분이 있다. 전기차와 수소전기차가 어떻게 다르냐는 것이다. 같은 점과 다른 점을 짚어보면 그 차이를 알 수 있는데, 전기를 동력으로 모터를 돌린다는 점은 같고 대신 전기차는 모터 구동 방식이 배터리인 반면 수소전기차는 차량 안에서 화학반응을 이용해 구동하는 방식이 다를 뿐이다. 

 

수소경제로 방향을 틀다

수소전기차를 구입하려는 사람이 망설이게 되는 여러가지 원인이 있다. 시중에서 살 수 있는 수소전기차의 경우 가격은 7000만원이 조금 넘는다. 정부 보조금이 없다면 조금 부담스러운 가격이 아닐 수 없다. 이 돈이면 벤츠는 E시리즈, BMW는 5시리즈를 살 수 있는 큰 금액으로 대체재가 확실히 있는 것이다. 

수소전기차가 비싼 것은 마진을 많이 남기거나, 럭셔리 판매전략을 쓰는 것이 아니라 아직 초도생산 물량이고 거기에 들어가는 주요 부품 가격이 규모의 경제를 이루지 못해서다. 예를 들어 전기를 발생시켜주는 핵심부품인 ‘스택’의 가격이 전체 자동차 가격의 40%가 넘는다고 한다. 

첫번째 고민이 차량 구매의 높은 가격이었다면, 두번째 고민은 차량 연료인 수소의 안전성이다. 수소전기차의 연료는 순수한 수소분자 ‘H’다. 반면에 우리가 걱정하는 수소폭탄의 원료는 중수소, 삼중수소 등이다. 그런데 이건 구할 수도 없는 거고, 차량에 주입도 안 된다. 수소전기차 개발을 독주하고 있는 현대차그룹과 일본의 일부 완성차 업체들이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부분도 바로 차량의 안전성이다. 특히 차량에 들어가는 수소연료통은 고강도 플라스틱에 탄소섬유를 감아 만들었기 때문에 지구가 폭발하지 않는 이상 터질 일이 거의 없다고 한다.

그런데 생각보다 수소전기차에 대한 전 세계의 관심도는 한국과는 완전히 다르다. 우리는 대통령이 직접 홍보모델을 자처할 정도로 뜨겁지만, 해외는 기존 배터리 전기차에 올인을 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전기차 최강국인 미국은 지난해 전기차 판매량이 무려 80% 이상 증가했다. 

미국 대표 전기차 브랜드 ‘테슬라’의 엘론 머스크 CEO는 “수소전기차는 어리석은 선택”이라고 일침하고 자신들의 비즈니스 모델을 강조하기도 했으니, 한국이 수소경제 로드맵으로 수소전기차의 시동을 본격적으로 걸겠다는 게 아리송해질 수도 있는 부분이다.

그럼 진짜 수소전기차 시장의 전망은 어떨까? 사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대부분 배터리 전기차 생산에 집중하는 상황이고 유독 한국만 수소전기차에만 올인하는게 현실이다. 

그래서 이번 정부의 수소경제 로드맵은 정부와 현대차그룹이 하나의 산업 공동체를 이루는 관계로 ‘윈-윈 전략’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배터리 전기차냐, 수소전기차냐를 두고 기술 우수성이나 시장 확장성에 대해 평가를 하기보다는 일단 수소전기차로 시장을 열고 있기에 표준기술을 만들어 세계시장에서 승부를 거는 것에 집중할 때라고 본다. 

이렇게 되면 독일의 디젤엔진이 세계시장의 표준모델이 된 사례처럼 한국이 수소전기차에 있어 표준화 모델이 되는 길로 방향을 틀었다고 본다.

 

정의선 “퍼스트무버” 선언

그러면 수소경제의 날개를 단 현대자동차는 ‘글로벌 퍼스트무버’가 될 수 있을까? 이미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지난해 연말에 “다양한 산업을 융합해 퍼스트무버로 수소사회를 주도할 것”이라고 선언을 한 바가 있다. 여기에 2020년까지 7조6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구체적인 투자 계획도 덧붙였다. 현대차가 유일하게 가장 선도적으로 수소전기차를 양산하기 시작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말 통큰 투자가 아닐 수가 없다. 

그러면 이러한 정의선 부회장의 자신감은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일까? 현대차그룹은 수소전기차와 관련된 특허와 기술력 면에서 이미 전 세계에서 1등 기업임에 틀림없다. 또 수소전기차가 가지고 있는 산업 생태계도 기존 내연기관 생태계와 비슷하게 상생하는 효과가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예를 들어 내연기관 자동차가 부품 수가 대략 3만개라고 한다면, 전기차는 1만5000개 정도, 수소전기차가 대략 2만4000개라고 한다. 부품숫자가 말하는 것은 현대차와 같은 완성차업체와 부품을 제조하는 업체의 관계망을 보여준다. 내연기관이나 수소전기차나 비슷한 산업 크기라는 것이다. 앞서 정의선 부회장이 글로벌 퍼스트무버를 선언한 것은 수소전기차 관련 부품업체들에게 “이제 이렇게 외연을 넓히려고 하니, 준비를 해달라”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현대차는 글로벌 경쟁사와 비교하면 최근 20년 동안 급격한 혁신과 변화를 이뤄낸 보기드문 기업 중에 하나다. 과거에는 현대차라고 하면 해외에서 고장이 잘 나는 차로 인식되던 시절도 있었지만, 단숨에 품질이 좋은 차로 도약하더니, 이제 디자인까지 예쁜 차로 인식되고 있다. 그것은 현대차그룹이 자체적인 혁신과 변화로 해결할 수 있었던 문제다. 품질공정을 글로벌 시스템으로 업그레이드 하거나, 디자인 최고 전문가를 영입하는 등의 방식으로 말이다. 그러면 지금의 수소전기차 혁신 도전은 어떻게 읽어야 하는 걸까?

정의선 부회장이 자신감 있는 선도자 선언을 하긴 했지만, 이는 현대차 혼자 감당할 수 있는 과제가 아닐 수 있다. 수소충전소와 같은 연료 인프라가 있어야 하고, 정부의 보조금도 계속 나와야 하고, 고객도 환호를 해야 한다. 

이 말인 즉슨, 정부의 정책 연속성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혁신이라는 것이다. 혁신이라고 하는 것이 기업이 할 수 있는 영역이 있을 테고, 기업이 못하는 걸 국가가 대신하는 영역이 있는 반면에 국가 간에 함께 할 수 있는 영역이 있다. 예를 들어 수소경제 글로벌화나, 기후변화협약 같은 건 국가들이 서로 이해관계를 갖고 정책적으로 풀어줘야 한다. 현대차그룹이 수소전기차를 해외로 수출하려면 국가 간의 협력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어찌됐든 이번 수소경제 화두와 현대차그룹의 포부는 분명 인상적인 구석이 있다고 할 수 있다. 현대차가 글로벌 경쟁 가속화 속에서 살아남을 경쟁력으로 수소전기차를 택했고, 그에 부합하는 정부의 정책이 수반됐다는 점 말이다. 

미래차를 두고 세계가 격돌하고 있고 그 방향은 전기차로 굳어진 것이 맞다. 중국이라는 거대 공장과 소비시장은 언제든 전기차에서 선도자가 될 수 있다. 그것은 내연기관 자동차에서는 부품과 제조기술력이 떨어지지만, 전기차 분야에서는 배터리만 생산하면 되기에 진입하기가 쉽고 성장속도도 가장 빠를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현대차그룹은 자기만의 길을 개척해야 한다. 그게 바로 수소경제이고 그것을 기반으로 하는 전기차다.

 

기술력으로 10만대 시장 도전

수소전기차 시장에서 최대 라이벌은 일본이다. 현대차와 도요타의 경쟁이다. 2013년 현대차가 세계 최초 양산형 수소전기차 ‘투싼 IX’를 출시했고, 도요타가 2014년에 양산형 ‘미라이’를 만든다. 일본 혼다도 2016년에 ‘클레리트’를 출시한다. 서로 주고 받으며 양산속도를 높이고 있는 것인데, 도요타는 지난해까지 누적판매 5300대를 팔았고, 혼다는 2000대를, 현대차는 1000대를 팔았다. 이렇게 된 원동력에는 일본 정부가 2014년 세계 최초로 ‘수소사회’를 선언했던 배경이 컸다.

한국은 일본과 흡사한 수송 에너지 전략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그 안에 각국의 완성차 업체들이 속도경쟁을 펼치는 거라고 보면 된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현대차그룹은 수소전기차 기술에 있어 세계 최고 수준이다. 판매량은 아직 적지만,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제 현대차는 자신들의 계획에 따라 성과와 결실을 맺는 전략을 펴야 한다. 보통 10만대 정도의 시장이 되면 자동차 가격은 합리적이 되고 정부 보조금이 없어도 된다고 한다. 수소경제 시대가 개막되고 현대차가 시동을 걸었다.

 

- 김규민 기업전문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신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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