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사업자가 대부분인 국내 자영업자들이 최저임금 인상 등 비용 상승과 경기 악화에 따른 어려움을 견디지 못하고 대출을 연체하기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창 일할 나이인 30~40대에서 연체의 늪에 빠져드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확인돼 자영업 대출의 위기가 찾아온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자영업자 대출은 한국 가계부채의 가장 취약한 고리 중 하나라는 점에서 이들에 대한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가 지난 17일 국회 정무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최운열 의원실에 제출한 개인사업자 대출(개인이 보유한 기업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전반적으로 하향 안정화 추세를 타던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이 2017년말을 기점으로 상승세로 반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개인사업자 대출 현황은 은행, 보험, 카드, 캐피탈, 상호금융, 저축은행 등 전 금융권을 망라한다.

지난해말 기준 자영업자 채무불이행자(연체 90일 이상)는 2만7917명으로 전체 자영업 대출자 194만6113명 중 1.43%를 차지했다. 자영업자 1만명 중 143명이 대출을 연체하고 있다는 뜻이다.

2017년말의 1.32%와 비교해보면 채무불이행자 비율이 0.11%포인트 늘었다. 분기별로 보면 지난해 1분기 1.36%, 2분기 1.39%, 3분기 1.41%, 4분기 1.43%로 한 분기도 빠짐없이 채무불이행자 비율이 올라갔다. 

자영업자 채무불이행자 비율은 2014년말 1.59%, 2015년말 1.43%, 2016년말 1.36%였다. 즉 2014년 이후 하향 안정화되던 자영업자 채무불이행자 비율이 2017년말을 기점으로 악화한 셈이다.

이러한 흐름은 지난해 자영업자 대출이 급증했던 상황을 고려해 볼 때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채무불이행자 수를 전체 대출자 수로 나눈 값인 채무불이행자 비율은, 분모인 전체 대출자 수가 급증하면 상대적으로 낮게 잡히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즉, 대출이 급증하는 상황에서도 연체 증가가 드러날 만큼 확연한 추이였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출 연체 상황 처음 드러나

자영업자 대출의 연체 상황이 드러난 것은 이번이 사실상 처음이다. 금융감독원이 업권별 대출 연체율 통계를 제공하지만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을 따로 공개하는 것은 제1금융권인 은행권 정도다.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자영업자 대출의 전년 대비 증가율이 은행권은 9.6%이지만 상호금융이 38.0%, 저축은행은 37.6%에 달해 제2금융권의 현황을 알아야 자영업자의 대출 전모를 파악할 수 있다. 자영업자 채무불이행자 비율을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저소득·저신용 자영업자들의 연체가 두드러졌다.

신용등급 최하등급인 10등급의 채무불이행자 비율이 2017년말 53.14%에서 지난해말 58.10%로 4.96%포인트 올라갔다. 같은 기간 9등급의 채무불이행자 비율은 1.22%포인트 개선됐지만 8등급은 0.39%포인트 악화했다. 소득수준별로 봤을 때는 연소득 5000만원 이하의 중저소득층에서 타격이 감지됐다. 

1년간 채무불이행자 비율 상승폭을 보면 소득 3000만∼4000만원 구간이 0.27%포인트로 가장 컸고, 1000만원 이하가 0.16%포인트로 뒤를 이었다. 

연령별로는 40대 채무불이행자 비율 상승폭이 0.24%포인트로 가장 컸다. 30대가 0.12%포인트, 50대가 0.08%포인트였다. 경제활동이 가장 활발한 연령대에서 연체가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난 셈이다.

업권별로는 카드업계의 채무불이행자 비율 상승폭이 0.41%포인트로 가장 컸고 캐피탈 0.24%포인트, 은행 0.14%포인트, 상호금융 0.09%포인트 등 순이었다. 

 

대출 관리 모범규준 개정 추진

자영업자 대출 연체가 늘어나기 시작하자 정부가 다음달까지 자영업자 대출 가운데 부동산·임대업 대출을 가계대출처럼 총량 관리하기로 했다. 자영업자 대출 중 부동산 투기 자금 성격이 강한 부분에 핀셋 규제를 가하되 자영업자의 일반적인 운영·창업자금 대출은 열어둔다는 취지다. 

우선 금융당국은 1분기 중 개인사업자 대출 관리목표치를 설정하기 위한 모범규준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개인사업자 대출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지난해 3분기 말 누적 기준 상호금융과 저축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이 전년 대비 각각 38.0%, 37.6% 급증했다. 은행권도 9.6% 늘었다. 한자릿수 증가율에 그친 가계대출 증가율과 비교하면 매우 빠른 속도다. 

금융당국은 우선 자영업대출 중 부동산·임대업 대출 관리에 집중할 방침이다. 부동산·임대업 대출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전체 개인사업자 대출도 급증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금융권 개인사업자 대출 중 부동산·임대업 비중은 2015년말 33%에서 지난해 9월말 40%로 확대됐다.

금융당국은 1분기 중 가계대출처럼 부동산·임대업 대출증가율 목표치를 정하고 금융회사별로 대출 계획을 받아 관리할 방침이다.

정기적으로 대출증가율을 확인하고 이런 관리목표를 초과하는 금융회사는 경영진 면담이나 현장점검 등을 통해 집중적으로 점검할 생각이다. 이자상환비율(RTI)이 제대로 적용되는지도 집중적으로 점검한다.

RTI는 부동산·임대업 임대수익이 대출이자 상환액보다 얼마나 큰지 가늠하는 지표다. 주택은 1.25배, 비주택은 1.5배가 넘어야 대출이 가능하다. 현재 은행은 물론 상호금융이나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에서도 RTI를 시행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전체 개인사업자 대출에 총량제를 적용하는 방안은 신중하게 접근하기로 했다. 업종별로 경기 차이가 큰데 이를 하나로 묶어 총량관리를 하면 상대적으로 여건이 좋은 업종으로만 자금이 쏠릴 우려가 있어서다. 

대신 금융회사가 자율적으로 3개 이상 관리대상 업종을 정하고 업종별로 연간 신규 대출 취급 한도도 자율적으로 정하는 등의 관리계획을 받기로 했다. 전문가들도 정부의 자영업자 대출 관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과도한 대출 옥죄기로 꼭 필요한 부분에 자금이 가지 않게 되는 일이 없도록 조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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