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포커스] ‘조양호’떠난 한진그룹,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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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포커스] ‘조양호’떠난 한진그룹, 어디로…
  • 중소기업뉴스
  • 호수 2212
  • 승인 2019.04.22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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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션 신이경

갑작스런 타계에 경영권 승계 구도 ‘안갯속’
한진칼 지분 확보가 ‘난기류’돌파 해법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지난 4월 8일 영면했다. 그의 별세 소식은 정말 갑작스럽고 예상치 못했다. 조 회장이 오랜 기간 동안 폐질환을 앓고 있었다는 건 세간에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한진그룹에 따르면 조 회장은 지난해 12월부터 미국 캘리포니아주 LA에 머물며 폐질환 치료를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나 지난달 27일 대한항공 주총에서 조 회장은 20년만에 경영권을 박탈당하면서 그 충격과 스트레스로 병세가 악화됐다는 게 일각의 분석이었다. 오너 경영권이 박탈된 것은 재계 역사에도 사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큰 이슈였다. 주주들의 반대로 정관상 의결정족수의 3분의 2를 충족하지 못해서 사내이사직에서 퇴진을 했다는 것, 그것도 총수의 경영권이 제한됐다는 점은 아마도 첫 사례가 아닐까 싶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사내이사 선임요건은 보통 의결정족수 절반만 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대한항공은 이걸 3분의 2로 강화를 했다. 왜 그럴까? 기존 과반수만 채우면 되는 요건을 일반결의로 보면 되는데, 대한항공은 이걸 특별결의로 바꿔놓았다. 1998년에 외환위기 당시 한진그룹은 외국인 주주들이 경영권 장악을 시도할까봐 대한항공의 결의요건을 강화한 것이다. 

 

스스로 바꾼 특별결의에 발목

일단 조양호 회장 등 특수 관계인 지분은 33.35% 정도 되기에, 특별결의 요건 상에서는 총수일가가 반대를 하면 의결정족수 3분의 2를 결코 못 채우게 된다. 그 말인 즉슨 어떤 세력이 경영권 확보에 나서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방어망을 구축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걸 거꾸로 보면 총수일가를 반대하게 되면, 자신들도 이를 뚫고 사내이사에 선임될 가능성이 없는 것이다. 

지난 20년간 한진그룹의 총수일가는 자신들이 반대표에 의해 사내이사직에서 밀려날 거란 점을 전혀 염두에 두지 않았다는 것이다.

조양호 회장의 경영권을 박탈하게 만든 원인은 11.56%의 대한항공 지분을 보유한 2대 주주 국민연금이었다. 국민연금이 이번 주총에서 반대를 했다는 게 컸다. 국민연금도 반대의사를 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였는데,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회사인 ISS가 조양호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을 반대하는 것을 권고했기에 그렇다. 

대한항공 노조와 시민단체 등 소액주주도 연임 반대 운동을 펼쳤다. 만약 국민연금이 이런 상황에서 찬성을 했다면, 국민연금은 거수기 역할만 하느냐는 비판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국민연금은 지난 3월 27일 정말 중요한 결정을 해야 했다. 찬성을 하면 여론에 뭇매를 맞는 거수기 오명을 받아야 하고, 반대를 하면 사상 초유의 총수일가 교체 사태를 만들게 되는 것이었다. 

여기서 생각해 볼 부분은 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갑질 경영 등이 최근 몇 년간 각종 구설수로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것이야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지만, 그것이 특정기업 경영권 문제에 관해 마녀사냥식 여론몰이로 이어진다는 점도 경계할 필요도 있다는 의견이 있다. 국민연금이야말로 국내 대표 기업들의 지분을 다량 보유한 곳으로 원칙과 공정하게 의결권을 행사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조양호 회장은 어찌됐든 한국의 물류산업의 성장을 이끌어 온 중요한 기업가임에는 틀림이 없다. 고인은 그가 한국 국적 항공사였던 대한항공을 세계에서 주목하는 글로벌 선도 항공사로 거듭나는 발판을 마련했던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조 회장은 1948년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의 장남으로 인천에서 태어나 인하대 공업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그뒤 인하대 대학원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도 받았다.

 

조회장, 국적 항공사 위상제고 1등공신

지난 1974년 대한항공에 발을 들인 뒤로 1984년 정석기업 사장에 이어 1989년 한진정보통신 사장을 거쳐 1992년에 대한항공 사장에 올랐다. 그는 1997년 괌에서 발생한 항공기 사고 이후 대한항공의 안전경영에 온 힘을 쏟았고 대한항공의 안전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1996년 한진그룹 부회장, 1999년 대한항공 회장, 2003년 한진그룹 회장에 오르며 선친의 뒤를 이어 한진그룹 경영을 지휘하게 된다. 한진그룹 회장에 오른 뒤에는 항공운송, 해상운송, 육로운송 등 운송물류 분야에서 그룹의 몸집을 크게 키우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1996년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집행위원회 위원을 거친 그는 2014년부터 국제항공운송협회 전략정책위원회 위원을 맡아 국제항공업계에서 한국의 국적항공사 이해를 대변하는 중요한 역할도 수행했다.

이밖에도 조 회장은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을 맡으면서 재계에서도 꾸준히 목소리를 내왔다. 대한항공의 비즈니스가 글로벌 시장을 상대로 하다보니 조 회장은 스스로 민간외교관을 자처하며 한일경제협회 부회장, 한국-프랑스 최고경영자 클럽 회장, 한국 사우디아라비아 경제협력위원회 위원장 등을 두루 맡아 국익을 위해 공헌을 하기도 했다. 특히나 지난 2018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올림픽 유치를 성사시켰던 것도 큰 업적 중에 하나다.

 

상속세 1730억원 마련이 변수

고인이 된 조양호 회장의 갑작스러운 별세 소식은 참으로 안타깝다. 아이러니하게도 조 회장이 별세한 올해가 대한항공 창립 50주년이 되는 해이고, 조 회장은 세상을 떠나기 전 올해를 대한항공이 100년을 이어가는 항공사가 되기 위한 새 출발을 하기를 원했던 걸로 알려진다. “가족과 잘 협력해 사이좋게 이끌라”는 것이 조 회장의 아들인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이 전한 유언이다. 이제 고인이 남긴 대한항공의 큰 걸음을 이제 조 사장이 이어갈지가 관건이다.

과연 한진그룹의 운명은 어떻게 이어질까? 일단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은 고인이 보유하고 있던 한진칼 지분을 온전히 물려받아야만 경영권 승계에 성공할 수 있다. 그런데 그 한진칼 지분을 확보한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을 수도 있다. 

한진그룹 지배구조는 지주회사인 한진칼이 대한항공, 진에어, 한진 등의 계열사들을 모두 지배하고 있는 형태인데, 한진칼 주주 가운데 오너 일가에 비판적인 태도를 보이는 주주들의 지분이 대략 20%라고 한다. 조 회장의 지분이 17%가 조금 넘기 때문에 조원태 사장은 그 지분을 고스란히 물려받아야 그나마 경영권 방어가 된다. 

여기서 문제는 한진그룹은 그간 지분 승계작업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었고, 조 회장의 갑작스런 별세로 인해 상황이 복잡해진 것이다. 조원태 사장이 조 회장의 지분을 물려 받으려면 상속세로 무려 1730억원 가까운 돈을 지불해야 한다. 당장 현실적으로 이를 풀어낼 묘수가 없어 보인다. 

게다가 혹시나 모르지만 오너 일가의 경영권 분쟁도 배제를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한진칼 사업보고서를 보면 조원태 사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는 한진칼 지분을 각각 2.34%, 2.31%, 2.3% 보유하고 있는 중이다. 

3남매가 서로 비슷한 지분인 것도 경영권 승계 작업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단적인 예다. 3남매가 공동경영체제 가능성도 분명이 있지만 당장은 두 딸의 경영복귀도 힘든 상황이기에 아예 계열사를 분리해 조현아 전 부사장이 한진그룹의 호텔사업을, 조현민 전 전무가 진에어를 독립해서 경영할 가능성도 있다.

어찌됐든 조양호 회장의 별세로 재계는 큰 슬픔에 빠진 것은 사실이다. 고인이 평생 이루고자 하던 뜻은 ‘수송보국(輸送報國)’이었다. 항공과 물류산업을 이끌면 한국경제를 견인하겠다는 것이었다. 앞으로 한진그룹의 총수일가가 고인의 유지를 받들어 건강하고 국익에 도움이 되는 기업으로 성장시켜 줄지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분위기다.   

 

- 김규민기업전문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신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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