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의 96%가 국내 특허를 취득해 놓고도 자금부족 등으로 해외특허를 포기한 것으로 드러나 대책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허청이 최근 우리 기업과 대학·공공연구소 등 주요 출원인의 2011〜2015년 사이 5년간 국내 특허 신규출원 77만9005건의 해외 특허 확보현황을 조사한 결과, 2015년 국내에 신규 출원한 발명 가운데 11.7%만 외국에 출원되고 나머지 88.3%는 해외 특허를 포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허는 해외 현지에 출원하지 않으면 그 나라에서 전혀 보호받을 수 없으며, 국내출원의 88.3%는 해외에서 보호받을 수 있는 권리를 포기했다는 의미다. 이 가운데 대기업의 해외출원율은 36.8%지만 연구기관은 12.3%, 대학은 4.5%, 중소기업은 4.3%에 불과했다.

 

중소기업 해외특허 1900건 그쳐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국내 신규 특허는 대기업 3만5893건 보다 많은 4만4258건을 출원했지만 해외 특허는 대기업 1만3216건 보다 훨씬 적은 1900건에 불과했다. 

제품별로는 우리나라 수출품목 1위인 전기·전자제품 분야의 해외출원율은 18.6%지만, 수출 2위 수송 장비는 9.6%, 3위 기계류·정밀기기는 11.9%, 4위 화공품은 10.0%, 5위 철강제품은 4.6%, 6위 원료·연료는 6.0%에 불과해 제품별로 편차가 심했다.

최근 기능성 화장품과 건강기능식품 등의 특허출원이 활발한 식료·직접소비재 분야는 국내출원의 1.6%만이 외국에 출원되고 있어 해외 현지에서 우리 기업 특허제품의 침해 제품이 출시돼도 대응이 어려울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미국, 중국 등 기존 시장 중심으로만 출원하고 신 남방 국가 등 새로운 수출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특허준비에는 소홀하다는 결과도 나왔다.

우리나라 출원인은 미국, 중국 중심으로 평균 1.9개국에만 해외출원 했으며, 대학과 연구기관은 각각 1.4개국, 1.2개국에만 출원해 미국 이외 국가에는 거의 출원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해외출원의 미국 편중 현상은 주요 수출 경쟁국 중 우리나라가 52.9%로 가장 심하고, 중국 51.7%, 일본 43.3%, 독일 30.7%로 뒤를 이었다.

반면 인도, 베트남 등 7개 주요 신흥국에 대한 해외출원 비중은 우리나라가 5.6%로 가장 낮고, 미국은 16.6%로 주요 수출 경쟁국 중 가장 높았다.

 

신남방 시장에서 중국에 뒤져

또한 불확실한 신시장에서 특허출원에 유리한 PCT(Patent Cooperation Treaty) 국제출원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PCT 국제출원은 일단 저렴하게 출원 가능하고, 30개월 내에 현지 출원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해외출원시 PCT 국제출원 활용비율은 대기업 25.3%, 중소기업 63.9%, 대학 53.8%로 조사됐으나 이중 중소기업의 55.3%, 대학의 61.3%는 개별국 현지출원을 포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대기업이 출원 초기부터 해외출원 대상국가를 미국, 중국 등 대형 수출시장을 중심으로 한정한데 반해 중소기업과 대학은 비용부족 등을 이유로 해외출원 대상국가를 결정하지 못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특허청은 이번 조사를 계기로 오는 6월까지 해외 특허 경쟁력 강화 종합계획을 마련할 계획이다.

박원주 특허청장은 “우리 중소기업이 특허 없이 제품만 나가는 것이 아니라, 특허로 보호받으며 해외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지원방안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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