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쿠팡 3인 각자대표 체제

일러스트레이션 신영미

쿠팡은 10년째 김범석 단독대표 체제로 성장해 왔습니다. 그러나 최근 3인 각자대표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눈길을 끌고 있는데요.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쿠팡의 창업자인 김범석 대표가 계속되는 실적 악화와 함께 지분율 감소까지 겹치면서 경영 주도권이 제한되고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옵니다.

쿠팡은 최근 김범석, 고명주, 정보람 3인 각자대표 체제를 발표했습니다. 김범석 대표는 전략적 투자를 담당하는 전략기획 분야를, 고명주 대표는 인사 분야를, 정보람 대표는 핀테크 사업을 담당하게 됐습니다. 

이러한 경영체제 변화에서 주목할 부분은 이들이 공동대표가 아니라는 겁니다. 각자대표라는 것을 눈여겨봐야 합니다. 흔히 공동대표는 대표들이 공동 서명해야 의사결정을 내리는 합의체제입니다. 

각자대표는 각 대표들이 합의가 필요없습니다. 독립적으로 자신이 맡은 분야에 대한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이 말은 즉, 김범석 대표는 앞으로 전략기획 이외에 다른 영역에서 경영권을 행사하는게 어려워졌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앞서 설명한 대로 김 대표가 쿠팡맨 인력관리와 로켓페이 활성화 등 주요 전략에서 차질을 빚고 있는 것에 대한 경고성 인사가 아니냐는 말이 나온 겁니다.

이러한 해석에 대해 쿠팡은 다른 입장이겠지요. 이러한 3인 각자대표 체제는 앞으로 쿠팡이 전문성을 강화하고, 효율적인 경영을 도모하겠다는 인사조치였다는 겁니다. 

현재 쿠팡의 직간접 고용인력은 무려 2만4000여명이나 됩니다. 인사 분야를 따로 뗀 부분도 여기에 있고요. 또 사업 분야별로 전문성이 필요한 경영능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별도 사업담당 대표를 뒀다는 설명입니다.

쿠팡은 기존 배달 사업 말고도 사업 영역 확장을 통한 이익 창출에 노력하고 있습니다. 조만간 쿠팡은 음식 배달 전용 어플리케이션인 ‘쿠팡이츠’를 선보입니다. 현재 1000만명이 넘는 쿠팡 회원이 있기 때문에 쿠팡이츠가 론칭하면 엄청난 변화가 예상됩니다. 쿠팡은 누구보다 회원들의 소비패턴을 잘 알고 있습니다. 배달 앱 시장에서도 맞춤형 서비스가 가능해 보입니다. 이 모든 자산이 지난 10년간 쌓은 회원들의 구매 데이터가 밑바탕이었겠죠.

배달 사업을 통해 쿠팡이 노리는 것은 두 가지입니다. 쿠팡이 형성해 놓은 파트타임 배달 일자리 ‘쿠팡 플렉스’ 생태계를 활용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간편 결제 시장에서 존재감을 확장하는 일입니다. 

특히 간편 결제는 쿠팡이 제2의 성장동력으로 꼽는 분야죠. 쿠팡이츠에는 결제 수단으로 ‘쿠페이’가 쓰일 예정인데요. 쿠페이는 배달 사업에서 쓰이는 로켓페이의 첫 외부 버전입니다. 쿠팡에서 쓰는 로켓페이와 구분하기 위해 브랜드를 다르게 했습니다.

이 시스템 개발을 주도한 인물이 바로 이번에 대표이사로 승진한 정보람 대표입니다. 그녀는 2014년 쿠팡에 합류했습니다. 쿠팡이츠에서 외부 버전을 처음 시도해 본 뒤 본격적으로 다른 온라인 쇼핑몰, 오프라인 매장을 공략할 것으로 보입니다. 

구매 충성도가 높은 쿠팡 회원이 쓰기 시작하면 아마도 금방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와 같은 브랜드로 성장하리라 예측됩니다.

인사 경영권을 따로 떼어 낸 이유도 있습니다. 기존에 쿠팡의 인사관리는 늘상 외국인 임원이 총괄했습니다. 

쿠팡은 탄생부터 글로벌 기업을 표방했기에 인사를 선진국 기업처럼 합리적으로 하기 위해서였죠. 이 때문에 일부 직원들은 “한국의 정서를 이해하지 못하는 인사가 빈번하다”는 볼멘소리도 나왔습니다. 

고명주 대표는 이러한 내부 잡음을 잠재우고 체계화된 인사 시스템을 도입해야 합니다. 쿠팡을 이끄는 새로운 리더십이 시작됐습니다. 쿠팡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적자를 개선하고 지속적이고 혁신적인 기업으로 성장할지 벌써부터 궁금해집니다.

 

- 장은정 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신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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