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해 동안 국내외의 기업환경은 참으로 야속하게도 중소기업에 불리하게만 악화돼 왔다.
우리 중소기업 제품은 해외시장이나 국내시장 할 것 없이 중국기업의 저가제품 공세에 밀려 이미 가격경쟁력을 상실했다.
최근에는 유가급등, 환율불안 및 원화가치 상승 등의 요인으로 수출환경이 극도로 나빠졌다. 여기에 금융위축과 인력난, 대기업 노조파업의 여파, 소비심리위축 등의 악재가 겹치면서 생산활동이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또 고용허가제, 제조물책임법, 주5일근무제 등 최근 정부가 쏟아내고 있는 각종 제도들은 중소기업 스스로 어려운 여건을 헤져나갈 방도를 찾으려는 의지마저 무력하게 만들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악성환경이 중소기업계의 애절한 하소연에도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이제는 중소기업 스스로 환경에 적응하는 방법을 터득해 최소한 생명이라도 부지하려고 극도의 인내심으로 벼텨나가기 시작했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라도 씹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에서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 최후의 생존노력도 포기해야 할 시기가 온 것 같다. 이가 아니면 잇몸으로라도 씹어 넘겨야 연명을 할 수 있을 진데, 이제는 씹을 것 마저 부족해진 것이다. 최근의 원자재 파동이 바로 그것이다.

원자재 파동으로 中企 치명타
원화가치 상승과 유가급등으로 원가상승 부담이 불가피해진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최악의 원자재 파동으로 재고부족과 채산성이 악화돼 조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면 제조업체로서는 그야말로 사형선고나 다름없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의 조사자료에 의하면, 선철과 고철을 주원료로 사용하는 주물업계의 경우 최근 1년간 이들 원자재의 가격이 두배 가까이 급등했고 철강재 등의 원재료 가격이 급상승하면서 대기업이 원자재의 국내 공급량을 줄이거나 중간상들이 물건을 매점매석하는 사례가 늘어나 중소제조업체들의 원자재 확보가 더욱 어렵게 됐다고 한다.

정부·대기업이 지원 나서야
정부와 대기업은 우선 중소기업의 생명을 부지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정부는 수출실적에 현혹돼 원자재의 대외수출을 방치하기만 해서는 안되며, 신속하게 중소기업의 원자재 확보방안을 마련해 조업중단이 되는 사태를 막아야 할 것이다.
대기업도 국내 중소기업에 대한 원자재 공급량을 줄여서는 안될 것이다. 당장 현금이 들어온다고 국내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외면하고 해외에, 그것도 우리 경제의 최대위협이 되고 있는 중국에 원자재를 쏟아 붓는 일은 자제해야 할 것이다.
원자재 부족으로 인한 중소기업의 조업중단은 그나마 사회를 지탱해 나가던 일자리마저 없어지게 할뿐만 아니라, 결국은 그것은 부메랑이 돼 대기업의 뒤통수를 때릴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특히 인력난과 인건비 상승의 이유가 아닌 원자재 확보를 빌미로 중소기업의 해외이전이 봇물을 이루는 사태만큼은 미연에 방지해야 할 것이다. 이는 이미 위험수위를 넘고 있는 국내 제조업의 공동화 문제에도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중소기업 스스로도 이와 같은 위기를 타개해 나갈 수 있는 방도를 항상 마련해야 할 것이다.
예컨대 업종별 단위조합이 중심이 돼 원자재를 상시로 공동구매한다던지, 장기적으로 구매계약을 맺어 가격변동과 공급부족 사태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또한 구매선을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로 다양화해 원자재 중간상의 매점매석 횡포와 대기업의 싹쓸이 행태에도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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