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팬덤의 경제학

일러스트레이션 신영미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의 흥행 성적은 정말 독보적입니다. 개봉 직전까지 사전예매량이 무려 230만명이 넘었습니다. 또 개봉 4시간 30분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했습니다. 5월10일 현재 1200만명 관객을 돌파한 상황입니다. 

영화라는 콘텐츠가 흥행을 하려면, 먼저 본 사람이 다른 사람들에게 소문을 내고 다시 입소문이 꼬리를 물면서 1000만 영화가 만들어지는 건데요. 그런데 이 영화는 다릅니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일단 본다’ 아마도 어벤져스 영화를 한 마디로 표현하는 말이지 않나 싶습니다. 

이러한 신기록 행진을 이끄는 힘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요.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단 기간에 하나의 콘텐츠가 흥행 대박을 기록하는 힘에는 바로 ‘팬덤’이 있습니다. 팬덤은 하나의 상품과 서비스를 글로벌 시장으로 비상시키는 필수조건 중에 하나입니다. 

애플, BTS, 샤오미 등 팬덤 광풍을 등에 업고 성공한 사례는 한둘이 아니죠. 단순히 팬덤이 광팬으로 치부되며 소비를 열성적으로 하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그들은 하나의 생산자입니다. 그것은 다른 일반 소비자까지 상품을 사용하게 하고 서비스를 경험하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죠.

이러한 현상을 ‘팬덤경제’라고 합니다. 이번 어벤져스 영화를 관람한 연령층을 따져보니 40%가 20대였다고 합니다. 35%는 30대였습니다. 2008년 4월에 ‘아이언맨’이 첫 상영하면서 어벤져스 시리즈의 대장정이 10년 동안 이어져 왔습니다. 그 마지막 영화가 이번 엔드게임입니다. 그 사이 10대가 20대가 됐고, 20대가 30대가 되면서 가장 활발한 문화 콘텐츠를 소비하는 계층으로 성장했습니다. 어벤져스와 함께 성장한 팬덤의 파괴력이 이번 관객수로 입증이 된 겁니다.

그런데 어벤져스 못지 않게 각광을 받는 국산 애니메이션이 스크린을 사수하고 있습니다. 바로 ‘뽀로로 극장판 보물선 대모험’입니다. 현재 박스오피스 2위를 당당히 차지하고 있는데요. 뽀로로도 엄청난 팬덤층이 있습니다. 흔히 뽀로로를 뽀통령이라고 부를 만큼 아이들에게 인기가 대단한데요. 

어벤져스가 한국 스크린에 상영하는 기간에 사실 다른 영화가 상영 일정을 계획한다는 게 무서운 일입니다. 그럼에도 뽀로로는 어린이 층의 압도적인 지지로 엄마 아빠손을 이끌고 관객수를 늘리고 있습니다. 엄마아빠랑 같이 가니까 티켓수도 ‘1+2’가 됩니다. 뽀로로가 당당히 어벤져스의 군단과 대결을 펼치고 있는 겁니다.

그렇다면 영화에서 팬덤의 경제학을 잘 활용한 콘텐츠는 무엇이었을까요. 그것은 ‘스타워즈’ 시리즈입니다. 스타워즈는 1970년대에 개봉을 하고 오리지널 3부작이 영화 역사에 있어 신화가 됐습니다. 이때 감독을 맡은 조지 루카스는 이후에 아무런 영화를 찍지 않고 수십년의 세월을 보내다 은퇴했습니다. 하지만 원작의 감동을 고스란히 안은 팬덤들이 자발적으로 스타워즈의 후속 이야기를 지어내기 시작합니다. 이걸 보고 할리우드 영화판이 움직이기 시작한 거죠. 그래서 그후 스타워즈 후속 작품이 영화로 상영하게 됩니다. 팬덤이 움직여서 새로운 시리즈가 등장했다는 건 상징적인 일입니다.

이제 미래의 소비시장에서는 팬덤을 만들지 못한다면, 문화콘텐츠 사업이나, IT 혹은 자동차 산업이나 모든 산업에서 생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예를 들어 중국의 ‘샤오미’가 IT 업계에서 팬덤경제를 만들고 있는 곳입니다. 샤오미를 지지하는 열혈 팬클럽을 ‘미펀’이라고 합니다. 미펀은 샤오미가 만드는 모든 제품에 대해서 인터넷에 댓글을 답니다. 댓글 수만 1억개가 넘고, 매일 20만개의 포스팅이 올라갑니다. 샤오미가 이들에게 돈을 지불하는 게 아닙니다. 이들은 자발적으로 샤오미의 마케터 역할을 하고 있는 겁니다.

샤오미의 팬덤은 애플의 팬덤을 모방했다고 봐도 됩니다. 애플은 불세출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살려낸 기업입니다. 애플은 창업 초기에 아주 소수의 팬층만 애용하는 이미지가 강했습니다. 그래서 기업실적이 별로 좋지 못했죠. 그래도 버텨냈던 것은 애플을 아끼는 팬층이 계속 소비를 해줬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스마트폰이라는 산업을 탄생시키며 ‘아이폰’을 기반으로 하는 애플 덕후들을 전 세계에 만들어냅니다. 애플의 성공신화 저변에는 바로 팬덤이 있었다는 겁니다.

아이돌 산업이야 팬덤과 뗄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는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팬덤의 경제학은 소통과 소비가 자유롭게 이뤄지는 것이 핵심이라고 봅니다. 그것이 어벤져스, 애플, 샤오미, BTS 등에서 나타나는 공통점입니다. 삼성전자도 애플처럼 신제품이 출시될 때 매장 앞에 길게 줄을 서는 팬덤을 충분히 만들 수 있습니다. 한국의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입증한 팬덤 효과를 이제 우리 일반 기업들도 적용할 시기라고 봅니다.

 

- 장은정 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신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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