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매체인 헤럴드경제와 코리아헤럴드를 발행하는 ㈜헤럴드의 주인이 바뀌었습니다. 최근 중흥건설그룹 계열사 중흥토건이 헤럴드 지분 47.78%를 684억3000만원에 취득한다고 공시를 했죠. 건설전문기업이 언론 비즈니스에 뛰어든 목적은 명료합니다. 

중흥건설그룹 측은 취득목적으로 사업 다각화와 경제신문 경영권 확보라고 밝혔는데요. 헤럴드의 지난해 매출액은 600억1400만원, 순이익은 20억200만원 정도였다고 합니다. 

중흥건설그룹의 헤럴드 인수 소식은 홍정욱 헤럴드 회장이 지난달 15일 입장문을 내면서 본격적으로 알려졌는데요. 원래가 중흥건설그룹은 언론 사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었다고 합니다. 

2017년에 광주전남 지역신문인 ‘남도일보’를 인수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해는 서울신문과 함께 ‘이코노미서울’이라는 전국 경제지를 창간하려고 했었습니다. 

결국 전국 경제지는 무산됐지만, 이번 헤럴드 인수로 전국권 신문사 경영권 확보라는 목적은 달성하게 된겁니다. 

중흥건설그룹은 광주·전남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건설업체입니다. 자산총액은 9조5000억원이 넘고요. 재계 37위 수준이라고 합니다. 지난해 매출액만 5조3860억원, 당기순이익은 3310억원을 달성하는 등 순항 중입니다. 그룹의 규모는 중흥건설, 중흥토건, 중흥건설산업 등 34개 계열사로 뭉쳐 있습니다. 

대표적인 중흥건설은 정창선 회장이 76.74%, 정 회장의 아들 정원주 중흥건설 대표이사 사장이 10.94%의 지분을 보유하며 전체 계열사의 지배권을 장악하고 있는 중입니다. 

정창선 회장은 올해 77세가 됐습니다. 한국경제 신화의 1세대 주역입니다. 호남지역 기반으로 일어서 대기업으로 성장시킨 자수성가형 CEO죠. 

19살에 목수 생활로 건설업계에 뛰어든 정 회장은 젊은 시절 건설현장을 누비며 갖은 일을 다 경험했다고 합니다. 

그가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1983년이 되어서입니다. 중흥건설의 전신인 금남주택을 설립한 거죠. 

솔직히 1989년 사명을 중흥건설로 바꾸고 2000년 프리미엄 아파트 브랜드 ‘중흥 S클래스’를 내놓을 때만 해도 중흥건설은 지역 중소건설사 이미지를 벗지 못했습니다. 

그러면 언제부터 중흥건설이 좀더 주목을 받은 걸까요. 그것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내놓은 세종시 공공택지지구 입찰에 참여하면서부터입니다. 세종시 개발은 중흥건설과 같은 중견 건설사가 재계 반열에 오르게 된 아주 중요한 기점이었습니다. 

세종시 개발이 건설업계에 황금노른자 사업이 아니었습니다. 막상 개발을 해도 수요가 있을까, 하는 우려로 대형 건설사들이 수백억원의 위약금을 물고 포기했던 지역입니다.

하지만 중흥건설은 이러한 상황을 기회로 파악하고 창사이래 가장 공격적인 사업 행보를 했습니다. 세종시에서 매물로 나온 택지를 사들이기 시작한 거죠. 2011년에는 건설사한테 땅이 너무 안 팔려 당시 수의계약을 할 정도였습니다. 

이후 세종시가 행정복합도시로서의 위상이 강화되면서 덩달아 중흥건설이 2012~2016년 ‘부흥’합니다. 세종시 12개 단지에 공급한 아파트만 1만3000가구였는데, 무리 없이 전량 분양에 성공합니다. 단일 브랜드로 가장 많은 물량이라고 합니다. 

2011년 당시 중흥건설은 매출 2103억원, 순이익 169억원이었는데요. 이렇게 안정적인 분양행보에 힘입어 2014년에 각각 6372억원, 467억원으로 3배 넘게 실적향상을 이룩합니다.

2015년 중흥건설그룹은 전년도에 자산이 5조원을 돌파하면서(5조5650억원) 창사이래 처음으로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됩니다. 지난해 9조5000억원으로 자산이 불었으니 4년간 71% 성장했습니다. 재계 순위는 2015년에서 48위에서 올해 5월 37위로 11계단이나 올랐습니다. 이렇게 단숨에 성장하며 헤럴드 언론사까지 인수했지만, 전국구 건설사의 이미지는 아닙니다. 서울 주요 지역에 중흥 S클래스 브랜드를 진출해야 하는 숙제가 남은 거죠.

-  장은정 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신영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