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규제혁신 현장을 가다]

“사장님, 왜 우리나라는 배관 연결구로 가교화폴리에틸렌을 잘 사용하지 않을까요? 친환경적이고, 부식에도 강하고, 무엇보다 가격도 저렴한데 말이죠.”

“박 대리, 아까부터 무슨 생각을 그리 골똘히 하나 했더니, 그 생각하고 있었어? 가교화폴리에틸렌으로 만든 연결구가 KS인증 품목에 없는 게 가장 큰 이유이지 않을까?”

“그러니까 왜 아직도 없냐는 거죠. 미국이나 영국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활발하게 이용되고 있는데... 안타까워서 그래요, 안타까워서. 사장님이 지난 5년간 15억을 투자하셔서 제품을 개발하셨는데, 이 좋은 제품을 해외시장에서만 알아준다는 게.”

“박 대리가 이렇게까지 회사를 생각하는 줄 몰랐는데? 나 살짝 감동 먹었어. ”

“사장님, 생각해보세요. 저희 제품이 KS인증이 마련돼서 국내에서도 상용화되면, 공공조달 시장에도 참여할 수 있고, 그럼 매출도 지금보다 20% 가량 더 오를 수 있어요!”

“우와, 벌써 국내 판로계획까지 머릿속에 다 그려놓은 거야? 내가 직원 하나는 정말 잘 뽑았다니까. 안 그래도 중소기업 옴부즈만에 가교화폴리에틸렌 연결구에 대한 KS인증 개정을 건의해놨어. 인증이 마련되고 수요가 늘면, 우리가 지금 전량 수입하고 있는 재료인 수지를 국내에서 생산하는 기업이 생길지도 몰라. 인증 하나로 산업이 바뀔 수도 있는 일이지.”

“와 정말 그런 날이 하루 빨리 오면 좋겠어요!”

 

우리나라는 냉·온수 설비, 식·음료용 배관 등을 연결하는 연결구 제작 시 주로 주철·황동, 폴리부틸렌 소재를 사용한다. 이와 달리, 미국에서는 상수원 설비에 내화학성 문제로 폴리부틸렌 제품은 사용을 금지하고 있으며 대신 가교화폴리에틸렌 제품을 이용하고 있다. 

가교화폴리에틸렌(PEX)이란, 폴리에틸렌에 첨가물을 혼합해 만든 특수 플라스틱 재질로 친환경, 유연성, 내열성, 내부식성 및 염소에 대한 내화학성이 우수해 미국 뿐만 아니라 영국 등 선진국에서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다. 

국내에는 가교화폴리에틸렌 파이프에 대한 한국산업표준(KS) 심사기준은 마련되어 있으나 각 파이프를 연결하는 연결구(이음관)에 대한 기준이 없어, 관련 제품 개발기업들은 제품판매의 대부분을 수출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소기업 옴부즈만은 국가기술표준원에 가교화폴리에틸렌 연결구에 대한 표준제정을 건의했다. 국가기술표준원은 현재 가교화폴리에틸렌 연결구에 대한 국내 수요는 아직 미미하나, 그 필요성을 인정해 관련 표준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가교화폴리에틸렌 연결구에 대한 KS인증이 마련되면 국내 제조기업의 공공조달시장 참여와 연결구 활용 기업체의 원가절감, 소비자 안전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 중소기업 옴부즈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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