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애경, 아시아나항공 인수‘만지작’

▲ 일러스트레이션 신영미

금호아시아나그룹 경영위기로 올해 매각을 천명했던 아시아나항공 매물이 새 주인을 찾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산업은행과 채권단은 지난달부터 돌입한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위한 실사 절차를 이달말까지 마무리한다고 합니다. 이르면 다음달 초쯤 우선협상대상자를 찾기 위한 입찰공고를 낼 것으로 보이는데요. 조심스럽게 인수를 희망하는 몇몇 후보군을 대상으로 투자설명서를 배포한다는 계획도 있습니다.

현재까지 아시아나항공에 대해 공개적으로 인수 의사를 표명한 곳은 얼마나 될까요. 제주항공을 보유하고 있는 중견기업 ‘애경그룹’이 유일합니다. 선뜻 기업들이 매각 비행기에 올라타지 않는 것은 매물이 크기 때문이죠. 대형 항공사인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는 것은 천문학적인 자금이 소요됩니다. 당연한 소리지만 인수후보들의 자금력이 매각 성공의 분수령이겠지요. 게다가 인수를 하더라도 부채 관리에 어려움이 따릅니다. 그래서 ‘승자의 저주’와 같이 인수후에 모기업 자체가 휘청이는 상황도 생길 수 있습니다. 

대형 매물을 인수하는 것은 그만큼 재계에서 뜨거운 이슈가 아닐 수 없습니다. 애경그룹은 지난달 화제의 중심이 됐었습니다. 장영신 회장을 대신해 그룹을 이끄는 채형석 총괄부회장의 행보 때문인데요. 25세의 젊은 나이로 1985년 애경산업 감사를 지낸 후 채 부회장은 애경유지공업 대표, 애경그룹 부회장, 애경그룹 지주사 AK홀딩스 대표이사 등을 지냈습니다. 2002년 애경그룹 총괄부회장 취임 후 그룹 경영을 주도하고 있죠.

채 부회장은 애경그룹의 창업주인 고 채몽인의 장남입니다. 장연신 회장은 채몽인 창업주의 부인이고요. 애경그룹은 대표적인 사업으로 화학, 생활용품 및 화장품을 경영하고 또 항공운송, 백화점, 부동산종합개발 부문도 합니다. 주력 계열사는 2018년 3월에 코스피에 상장한 애경산업을 비롯해 애경유화, AK홀딩스, 제주항공 등 4곳입니다.

제주항공은 현재 국내 1위 저비용항공사입니다. 항공기를 40대 보유하고 있으며, 올해 1분기 매출액 3929억원을 기록했습니다. 분기 기준 제주항공 역대 최대치입니다. 채 부회장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에도 관심을 보이게 된 배경에는 제주항공의 좋은 실적과 함께 항공사업에 대한 자신감이 붙는 시기이기 때문이죠.

제주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해 미주, 유럽 등 장거리 노선까지 운영한다면 국내 항공업계 선두로 발돋움할 수 있습니다. 애경그룹은 그래도 조심스럽습니다. 인수전 참여 여부를 검토 중인 건 사실이지만 구체적으로 그룹차원에서 결정을 한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그럼에도 애경그룹이 인수 1순위인 점은 변함이 없습니다. 제주항공 사업도 10여년전 출범 당시에 사실 그룹 내부의 반대가 심했습니다. 그걸 무릅쓰고 강력히 추진한 사람이 바로 채 부회장입니다. 2006년 6월 첫 취항 이후 내리 5년 적자를 기록하던 제주항공을 살린 것도 채 부회장입니다. 투자 자금 마련을 위해 롯데그룹에 면세점 사업까지 매각했습니다. 제주항공은 2011년부터 흑자로 전환해 이제는 그룹의 캐시카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대한 이슈는 시사하는 바가 많습니다. 애경그룹이 중견기업에서 선두 대기업의 반열로 오르는 지렛대로 이번 딜을 추진하고 있는 겁니다. 과연 채형석 부회장이 이번에 어떤 경영의 마법을 부릴지 지켜볼 일만 남았습니다. 

 

 - 장은정 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신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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