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형 고성능 전자스타터를 생산하는 (주)SEC(대표 김용숙).
일본 도시바를 비롯, 유럽 전역으로의 수출선이 뻗어있는 이 회사는 IMF의 한파를 온몸으로 버텨낸 영광의 상처를 갖고 있다.
“공장자동화사업과 전자스타터가 주력 아이템이었습니다. 공장자동화 시스템은 기아자동차가 거래처였고 전자식 스타터도 100% 내수에 의존했습니다. 기아자동차 부도에 따라 선(先)공사 금액을 날린 것은 물론 투입됐던 장비까지 찾지 못했던 쓰린 경험이 있습니다.”
급격한 외부환경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위기상황으로 내몰렸던 (주)SEC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외부충격 흡수 장치마련에 돌입, 사업성이 떨어지는 자동화사업부터 우선 정리했다.
공사대금 미회수분 14억원과 지게차, 트럭 등 공사장비를 채권단에 압류 당하는 등 20여억원을 손실로 떠 안았고 전자 스타터 또한 극심한 내수침체로 1년여 동안 80%의 매출이 격감, 극한 상황에 도달하기도 했다.
이 기간 중 전체 직원의 70%가 회사를 떠났고 부도직전으로 내몰린 회사측은 재기의 발판을 수출에서 찾았다.
“98년부터 수출시장 개척에 적극 나섰습니다. 그 결과 전체 매출의 95%가 수출일 정도로 비중이 높아졌습니다. 이에 따라 부도위기 전 매출수준인 70억원대를 회복하고 있으며 품질향상을 통해 내실을 다져갈 계획입니다.”
매출이 국내시장 한 곳에 집중된 결과 안정적인 성장이 가능하기도 했지만 한 번의 위기로 근간이 뿌리째 흔들렸던 SEC.
이 회사는 최대 거래처중의 하나인 일본 도시바社 진출에 혼신의 힘을 다 쏟았다.
그러나 해외진출 초기 SEC는 해외 바이어들의 싸늘한 시선을 받아야 했다. IMF 관리체제에 있는 나라에서 만든 제품을 어떻게 믿느냐는 장벽이 가로막았다.
중남미, 유럽, 일본 등 전세계 20여개국을 수시로 방문했지만 샘플 테스트조차 하지 않고 방치해 두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최대 고객 도시바를 잡게된 것은 3년 동안의 끈기 덕분. 전화, 이메일을 수시로 보냈지만 냉담한 반응은 여전했고 지난 98년 김용숙 대표가 동경 본사로 직접 담당자를 찾아갔던 것이 계기였다. 첫 방문에 큰 기대를 걸지 않았던 김 대표도 막상 문전박대 당하자 그 충격을 감당하기 어려웠다고 털어놓는다.
“귀국하는 비행기에서 뛰어내리고 싶은 생각이 들더군요. 차츰 감정을 가라앉히고 나니 오기가 생기더군요. 그 다음부터 한 달에 두 번씩 방문했습니다. 2년이 넘어서자 신뢰관계가 형성됐고 비즈니스 파트너로 인정해주더군요.”
김 대표는 도시바 담당들이 훗날 털어놓은 속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다. 첫 접촉후 3개월 내 가시적인 결과가 없으면 한국 사람들은 포기하고 만다는 게 일본 기업들의 일반적인 인식이라는 것.
이에 따라 도시바 측은 SEC도 6개월을 넘기지 못할 것으로 판단했고 좋은 제품인지 알지만 채택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실질적인 이유였던 셈이다. 이렇게 지난 시간이 총 3년으로 매월 2억원 가량의 물량이 수출되고 있다. 매출 다각화로 위기를 넘긴 SEC는 품질 향상으로 수익기반 다지기에 나섰다.
ISO 등 획득을 위한 인증 차원을 넘어서 작업습관에 국제규격이 스며들도록 지속적인 교육을 시키고 있다.
“2년이 넘으니 조금씩 변화되더군요. 그 효과는 불량률 감소로 이어지고 있으며 60만개 당 1개의 불량품이 나올 정도로 수준을 높였습니다.”
불량률의 감소는 철저한 품질관리에 따른 당연한 결과. 그러나 직원들을 설득하는 작업이 사실상 가장 어려웠다고 회사측은 밝힌다. 지저분한 작업환경이 불량률 증가로 이어진다고 밝히는 회사측은 하루 4번 작업장을 깔끔하게 청소한다. 사소한 부분이 불량의 원인이 된다는 경험을 살려 손쉽고 가까운 곳부터 실천에 나선 것이다.
또 사후 발생될 제품 결함에 대비해 제작 연월일을 제품마다 기재하고 1만개 당 20개의 샘플을 보관, 재발방지에 나서고 있다.
이 같은 노력은 지난 2002년 경영난 극복분야 경기중소기업 대상 수상으로 이어졌고 올해 매출 50억원 달성이 무난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사진설명 : SEC 직원이 전자 스타터의 단락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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