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이 가장 두려운 건 한국 국민의 ‘애국 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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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이 가장 두려운 건 한국 국민의 ‘애국 마케팅’
  • 중소기업뉴스
  • 호수 2226
  • 승인 2019.07.29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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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상춘(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한일 간 경제보복 맞대결이 갈수록 꼬이는 양상이다. 더 우려되는 것은 아베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게임 방식을 한국의 경제보복 과정에 적용하고 있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은 점이다.

트럼프 정부가 추진하는 대외통상정책의 최종 목표는 ‘미국의 재건’이다. 직전 버락 오바마 정부의 태생적 한계였던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손상됐던 국제 위상과 주도권의 반작용에서 나온 대외정책 기조다. 출범 이후 보여준 대외통상정책에 있어 이전 정부와 구별되는 네 가지 특징이 뚜렷하다.

첫째, 미국에게 직접적인 이익을 가져다주지 않으면서 부담과 책임만 지는 국제규범과 협상에 대한 우순선위가 뒷전으로 밀려난다는 점이다. 세계무역기구(WTO)와 범태평양경제협의체(TPP) 탈퇴 의사, 파리 신기후 협상 불참 통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혹은 폐기 등이 대표적인 예다.

둘째, 목적을 도달하기 위해서는 모든 통상수단을 동원하는 것도 종전과 다른 점이다. 국제적으로 합법적으로 인정하는 수단뿐만 아니라 환율보고서 등 자국 법에 근거한 수단까지 동원하고 있다. 심지어는 새로운 상호 호혜세를 부과한다든가 미국 의회를 거치지 않고 행정명령으로 발동할 수 있는 슈퍼 301조까지 동원한 태세다. 

셋째, 통상정책을 다른 목적과 결부시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미국 통상법 232조에 근거해 통상을 안보와 연계시킨다든가, 대북한 정책을 관철시키기 위해 한국에 대해 집중적으로 통상압력을 높이고 있다. 한국 등 해당 국가가 트럼프 정부의 통상정책에 쉽게 대처하기 힘든 것도 이 때문이다.

넷째, 국가별로는 무역적자 확대 여부에 따라 이원적 전략(two track)을 추진하는 움직임도 뚜렷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무역적자를 대미국 흑자국에게 성장과 고용을 빼앗기는 것으로 인식해 왔다. 이 때문에 무역적자 확대국에 대해 통상압력을 가해 시정하고, 다른 국가와는 공존을 모색하는 차별적 보호주의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 무역협상 과정에서 적용한 게임방식을 한국의 경제보복 과정에 적용하고 있다. 중국에 대한 ‘보복관세 확대’가 한국에 대해서는 ‘보복대상 확대’로 바뀌었을 뿐이다. 

화웨이 등 첨단기술 견제와 관련해 아베 총리도 이번 기회에 삼성전자 등 한국 업체에 빼앗긴 반도체 위상을 되찾는다는 야망이다. 한국 내 투자했던 엔화 자금 회수 움직임과 언론 플레이에 신경 써 자신에게 유리한 정치적 입지를 구축하는 것도 트럼프 대통령이 취하는 방식과 똑같다.

금융위기 이후 세계와 한국 경제는 ‘뉴 노멀’ 시대에 접어들었다. 종전의 규범과 이론, 관행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국가를 전제로 했던 종전의 세계경제질서가 흔들리고 있다. 

국제통화질서에서는 탈(脫)달러화 조짐이 뚜렷하다. 국제금융기구도 마찬가지다. 미국 주도의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World Bank), 아시아개발은행(ADB) 구도에 중국이 동일한 각도에서 긴급외환보유기금(CRA), 신개발은행(NDF), 아시아인프라개발은행(AIIB)을 설립됐다. 유럽은 IMF와 별도로 유럽통화기금(EMF) 창설을 검토하고 있다.

세계 경제와 국제통화질서의 ‘틀(frame)’이 흐트러지면 혼란스러워질 수밖에 없다. ‘무정부·무규범(anarchy)’시대로 ‘정글의 법칙’이 적용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같은 포퓰리스트가 판친다. 

절대 군주 시대에 각국 간 관계는 자국 혹은 절대 군주 자신만의 이익을 중시하는 중상주의가 번창한다. 미·중 무역마찰이 본격화되면서 세계화 쇠퇴를 의미하는 ‘슬로벌라이제이션’이란 신조어가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슬로벌라이제이션’으로 대변되는 뉴 노멀 시대에 있어서 한국처럼 대외환경에 의존하는 국가일수록 불리하다. 경제 절대 군주 시대에 한국과 같은 국가가 살아갈 수 있는 길은 크게 두 가지 방안이다. 하나는 세계 경제 역학 관계를 감안해 대외정책 상에 ‘균형감’을 잃지 않는 길이다. 다른 하나는 ‘사후’보다 ‘사전’ 대응이 중요하고, 가장 효과적인 사전대응수단은  신뢰를 잃지 않는 일이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에는 국민이 보여주는 자세가 중요하다.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 이후 한국 정부의 대응보다 일본 제품 불매 등을 통해 보여주고 있는 한국 국민의 자발적이고 성숙한 위기 극복 운동을 아베 총리가 가장 곤혹스럽고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은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 한상춘(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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