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전자업계에 ‘공한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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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전자업계에 ‘공한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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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4.04.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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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디스플레이 박람회인 ‘2004 EDEX’가 일본 도쿄에서 개막된 지난 7일 아침.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 신문은 ‘후지쓰(富士通) 삼성SDI 특허침해 제소’기사를 1면 톱으로 보도했다.
삼성SDI가 PDP 기본기술 특허 10개를 침해했다는 이유로 후지쓰가 도쿄지방법원과 미국 캘리포니아 중부연방지방법원에 수입 및 판매금지 가처분신청과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공교롭게도 이날 삼성전자 LCD총괄 이상완 사장은 EDEX 전시회를 참관한 뒤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오는 2006년 LCD 전부문 세계 1위 등극’을 선언했다.
LCD의 종주국 일본의 한복판에서 사실상 ‘극일(克日)’을 선언한 셈이다.
후지쓰의 제소건은 PDP, 이 사장의 간담회건은 LCD로 다른 분야지만 도쿄에서 불과 몇시간의 차이를 두고 벌어진 이 흥미로운 두 ‘사건’은 한·일 양국 전자업계 사이에 놓인 팽팽한 긴장감을 일순간 증폭시키기에 충분했다.
후지쓰의 삼성SDI 제소는 PDP패널 분야에서 후지쓰와 히다치의 합작사인 FHP가 23.9%의 시장점유율로 세계 1위, 삼성SDI가 20%로 2위에 올라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 배경을 짐작케한다.
후지쓰측은 당연한 권리를 찾기 위한 절차라고 설명했지만 삼성SDI의 추격에 위협을 느낀 후지쓰가 특허 문제를 걸고 넘어짐으로써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시도라는 것이 한국 업계의 시각이다.
삼성전자의 LCD 전부문 1위 선언은 향후 LCD 분야에서도 한·일간 경쟁이 정점으로 향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될 것을 예고하고 있다.
90년대 중반까지만해도 일본은 전세계 LCD 시장의 95%를 석권했다.
그러나 94년 삼성전자가 LCD를 첫 개발한 이후 노트북용과 모니터용 LCD 분야에서 한국에 세계 정상을 내줬고 이젠 마지막 보루인 중소형 LCD 분야에서도 한국이 1위를 선언하자 위기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일본삼성 관계자는 “90년대말 투자시기를 놓친 일본은 대형 LCD 시장을 완전히 한국에 내준 뒤 대형을 포기하고 중소형 차별화로 종주국의 체면을 유지해 왔는데 이젠 마지막 자존심마저 빼앗길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EDEX 전시회장 삼성전자 부스에는 세계 최대 크기인 57인치 LCD패널이 전시돼 눈길을 끌었지만 정작 일본 관람객들이 구름처럼 몰려든 곳은 휴대폰, PDA, DVD플레이어, 캠코더 등에 사용되는 중소형 LCD 제품 앞이었다.
일본업체들의 한국에 대한 극심한 견제는 작년말 삼성전자가 소니와 차세대 TV용 LCD 생산을 위한 합작사 설립을 발표한 것과 관련해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당시 일본 정부와 샤프 등 민간기업 27개사가 참여하고 있는 일본의 LCD패널 개발 컨소시엄은 삼성전자와 제휴한 소니에 대해 한국에 대한 기술유출 우려를 이유로 컨소시엄에서 제외해 양국 전자업계에 논란을 일으켰다.
EDEX에 참가한 이상완 사장은 ‘일본업체들의 견제가 심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최대한 일본업체들을 자극하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 일본과는 경쟁과 함께 최대한 협조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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