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미국 NBC TV는 ‘일본이 할 수 있다면 왜 우리라고 못 하겠는가’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를 기획·방영했다. 이 프로그램을 본 미국 기업들은 자존심을 접어놓고 분발해 일본의 경영방식을 열심히 배우기 시작했다. 놀랍게도 연방정부, 주정부, 의회, 학교, 병원, 군대, 병원, 시민단체들까지 이러한 품질운동에 동참했다.
한국에서 새마을운동이 폐기처분되던 바로 그 때 미국에서는 전국적으로 커뮤니티 품질(Community Quality)이라는 명칭의 네트워크를 도시마다 마을마다 만들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 후로 미국 경제는 회생의 물살을 탔고 인터넷의 등장으로 그 기세가 가속화 됐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역사적 사명이라는 것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런데 언론 매체들은 국민에게 비전을 주지 못하고 있다.
다시 가동된 노·사·정위원회에 중소기업 대표가 새로 참여하게 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경제가 매우 어렵고 특히 중소기업계가 수년간 최악의 침체에 빠져 있는 이 때에 투쟁적인 노동조합을 포함하는 노·사·정위원회의 향후 역할이 무엇이며 어떤 결론들이 어떻게 도출될 것인지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노·사·정 관련자들의 사고방식과 문제해결 방법이 달라지지 않는다면 과거와 마찬가지로 또 힘겨루기 수준이 될 것이다.

최악의 경기침체 새해법 필요
사실 국민적 토론의 장은 국회 하나만으로도 족하다. 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문제를 보는 시각과 문제해결의 방법론이다. 그런 점에서 개혁의 지혜를 가르쳐주는 제약이론(Theory of Constraint)의 도입을 제안한다. 골드랫(E. Goldratt)이 시작한 제약이론은 세계적으로 확산돼 기업뿐만 아니라 정책, 행정서비스, 의료, 교육, 시민들까지 제약이론의 철학과 방법을 적용하는 추세이다.
제약이론의 철학은 단순하다. 시스템 전체의 능력을 제한하는 가장 취약한 부분(즉 제약)을 찾아내 전체를 재조정하라는 것이다. 경제가 회복되고 편안한 세상이 되고 국력이 신장돼야 한다. 그러나 우리의 국가경제 시스템은 여러 가지 제약조건을 갖고 있다. 모든 문제를 1순위로 놓고 동시에 해결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일단 가장 취약한 부분부터 상당한 수준으로 해결하고 계속해서 그 다음 순위의 것을 찾아 해결하면 된다.

中企 문제부터 해결 나서야
우리의 국가경쟁력에서 가장 취약한 부분은 바로 공공부문의 부실경영과 3백만 중소기업들의 생존문제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점을 제대로 인식하고 각자의 욕구를 자제하면서 현명하게 조정해야 할 것이다. 제약이론에서는 DBR 즉 드럼(Drum), 버퍼(Buffer), 로프(Rope)라는 은유적 표현으로 그 방법을 소개한다.
현재 국정운영 책임자들을 위해 알기 쉬운 비유로 설명하면, 드럼은 제약부분을 해결하지 못한 상태에서 진행될 일정표를 말하는데 이러한 일정표를 공개하는 것은 마치 북을 울려 경고하는 것과 같다. 버퍼는 투자 또는 십시일반으로 제약부분을 보완해주는 충격흡수장치이다. 로프는 사회의 각 부문이 연결·협력하는 의사소통 통로이다.
경고의 드럼은 중요하다. 그러나 모두들 북을 울려대면 진정한 제약을 구별하기 어렵다. 국가경제 전반의 목표 달성을 제한하는 제약조건을 잘 식별해야 한다. TV와 언론매체들은 과거지향의 헐뜯기, 갈등 재생산 프로를 지양하고 국가경쟁력에 초점을 두는 미래지향적 다큐멘터리를 만들어야 한다.
지난번 주5일제 결정과정은 사실 강압적으로 몰아붙이는 드럼이었다. 온 국민이 한 마음으로 동시화(싱크로나이즈) 할 수 있어야 한다.
정부·여당은 직접 드럼을 두드리는 대신에 국가경제 시스템 전체를 보는 안목으로 버퍼와 로프를 준비하는 일에 치중해야 할 때이다.
jklee@ssu.ac.kr
이 재 관
숭실대학교 경영학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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