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P&C(사장 이수영)는 지난 1987년 16비트 컴퓨터 2대를 구입, 급여관리와 영업관리를 전산화하면서 정보화의 첫발을 내딛었다.
그후 16년이 흐른 지금, 한진은 실시간 생산공정관리시스템(POP)과 전자적자원관리시스템(ERP)를 갖추고 인사·급여 등의 행정업무와 생산계획 수립·재고관리 등 생산업무를 포함한 전 영역에 정보화 시스템을 구축하고 활용하는 정보화 선두기업으로 자리잡았다.
30여년전 충무로의 인쇄업체로 시작한 한진은 유한킴벌리와 LG정보통신 등에 납품하는 각종 상업용 패키지와 수출용 고급엽서·포스터 인쇄를 비롯해 기저귀, 여성용 생리대에 사용하는 통기성 필름의 국내 최대 생산업체로 성장했다.

87년부터 정보화 매진

또 최근에는 LCD 보호용 필름 개발에 성공하는 등 첨단 기업으로서의 변신도 가속화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정보화는 한진의 성장에 큰 기여를 했다.
87년부터 이 회사의 정보화를 담당해온 박호석 이사는 “정보화로 생산성 제고와 원가절감에 큰 효과를 보고 이는 매출증대로 이어져 신규사업을 위한 연구개발에 투자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정보화 과정이 순탄하게 진행된 것은 아니었다. 특히 인쇄업체의 특성상 계량화하기 힘든 부분이 많았다.
정보화에 부정적이었던 직원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았다.
POP가 도입되면 생산과정에서 작업량과 생산량을 일일이 입력해야 하는 현장 근로자들은 오히려 업무량이 늘어난다며 정보화 자체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다.
“우리 회사는 작은 부분부터 단계적으로 정보화를 추진했습니다. 87년 16비트 PC에서 시작해 93년 유닉스 서버를 도입, 급여·회계·영업·자재·생산의 정보화를 구축했습니다. 이후 2000년 사내 네트워크를 통해 작업현장에까지 PC가 설치됐습니다.” 박 이사는 한진의 정보화 구축과정을 이렇게 설명했다.
작은 부분부터 단계적으로 시스템을 구축하고 직원들에 대한 교육을 병행, 정보화에 대한 거부감을 줄여 나갔다. 지난 2002년 POP와 2003년 ERP를 구축, 두 시스템을 연계해 업무에 적용하면서 조금씩 변화의 움직임이 보이기 시작했다.

전 생산공정 실시간 관리

우선 생산체계가 유연해졌다. 수시로 변경되는 생산계획이 실시간으로 생산현장에 전달, 반영됐기 때문이다. 또 현장의 정보도 즉각 생산계획에 반영될 수 있게 됐다. 각 공정별 생산진행 현황과 설비가동 상태, 제품상태를 실시간 모니터링할 수 있게 되면서 재고율이 낮아지고 원·부자재의 수급 불균형을 줄이는데 큰 효과를 봤다.
POP 도입 후 기계별 생산시간이 하루 1시간 이상 늘어났고 이에 따라 총 생산액은 한달에 1억4천만원 정도 증가했다.
‘정보화’, ‘컴퓨터’하면 무조건 거부반응을 보이던 현장 근로자들도 변하기 시작했다.
시스템을 현장 작업자 중심으로 설계했고 시스템이 손에 익자 근로자들도 업무효율이나 생산성이 향상되는 것을 직접 경험했기 때문이다.

직원들이 오히려 적극적

근로자들은 작업에만 열중할 수 있게 되고 기계별·작업별 결과가 실시간으로 드러나기 때문에 선의의 경쟁을 통해 생산성이 더욱 향상될 수 있었다.
직원들도 적극적으로 시스템 개선에 나섰다. 이런 현장의 목소리에 경영자는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인쇄기계별로 설치된 POP는 초기에 각종 데이터를 키보드로 입력해야 했다. 그러나 근로자들은 업무효율을 높이기 위해 터치스크린으로 교체해 줄 것을 요구했고 회사는 이를 수용했다. 이에 따른 추가 비용도 기꺼이 부담했다.
박 이사는 성공적인 정보화를 이룩한 경험을 바탕으로 중소기업이 정보화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사항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먼저 시스템은 작업자 위주로 설계돼야 한다는 것.
박 이사는 “현장 작업자가 생산활동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전산작업 요구량을 최소화해 시스템을 개발하되 중복되는 전산작업은 최초 발생 부서에서 입력·공유하도록 설계했다”며 이를 통해 작업자의 호응을 유도했다고 말했다.
두 번째는 전체 업무의 틀을 깨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단위 업무위주로 개발할 경우, 타 업무와의 연계를 고려하지 않으면 정보 공유에 심각한 오류가 생기므로 부서간의 정보흐름을 원활히 하기 위해 업무조정기구를 운영했다.
마지막으로 박 이사는 “회사는 주기적인 교육을 통해 정보화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설명 : 한진 P&C는 PC와 터치스크린을 설치, 전 생산공정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시스템(POP)을 구축했다. 한진 P&C 직원들이 인쇄 상태를 확인하면서 작업결과를 POP에 입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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