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오피스’ 등 발상의 전환으로 성장 견인..혁신 꽃피우는 ‘생각의 정원’

 

52시간 근무 시대, 업무 몰입도를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경영자라면 누구라도 궁금해 할만한 주제다. 이에 대해 퍼시스가 화두를 던진다. 9월말 관련 세미나를 연다. 누가? 퍼시스다. 퍼시스는 가구 회사 아니었나? 맞다. 사무용 가구를 만들어 팔던 회사다. 그런데 경영 컨설팅 회사나 할 법한 세미나를 연다고?

퍼시스는 4년 전부터 이런 사무환경 세미나를 열고 있다. 단순히 가구를 제작해 판매하는 비즈니스를 넘어 이제 퍼시스는 맞춤형 사무 공간을 기획하고,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컨설팅 기업으로 확장하고 있다. 덕분에 매출도 청신호다.

사무용 가구 시장은 질적인 변화를 맞고 있다. 과거는 양적 성장의 시기였다. 1990년대 초반 대기업이 소위 사옥 규모 경쟁을 하며 사무용 가구 시장에 불이 붙었고, 2000년대 초반 IT버블로 오피스 수요가 늘며 사무용 가구 시장도 급성장했다. 1983년 창업한 퍼시스도 이런 파도에 올라타 순풍순풍 커왔다.

 

움직이는 벽·바퀴달린 책상

퍼시스는 사무용 가구 업계의 선두 주자다. 1980년대 철제 책상을 목제로 바꾼 것이 퍼시스였다. 1990년대 후반에는 두꺼운 CRT 모니터를 올려둘 ‘L’자형 책상을 내놓았고, 이후엔 얇아진 LCD모니터에 맞춰 ‘I’자형 책상을 출시했다. 당시엔 혁신이었고, 지금은 고전이다. 퍼시스는 이런 저력을 바탕으로 국내 사무용 가구 시장 1위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2010년대 들어 사무용 가구 시장은 정체를 맞았다. 재계 전반이 불황이다. 이런 시기에 책상을 바꾸는 기업은 많지 않다. 퍼시스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2012년부터 2016년까지 매출 답보상태였다.

퍼시스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사무환경에서 찾았다. 단순히 책상을 파는 대신, 사무 환경을 분석해 문제점을 찾아내고 맞춤형 사무 환경을 제시하는 컨설팅 사업으로 분야를 확장했다. GS리테일이 대표 사례다.

이전을 앞둔 GS리테일 동북부본부에겐 오랜 고민이 있었다. 월요일만 출근하는 영업직 비율이 86%다보니, 월요일에는 회의 공간이 늘 부족했고, 반대로 화~금요일에는 사무실이 텅텅 비었다. 회의실을 무작정 늘릴 수도 없고, 어떻게 하면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퍼시스는 GS리테일에게 트랜스포밍(Transforming)’ 오피스를 제안했다. 상황에 따라 공간을 자유롭게 바꿀 수 있는 사무실이다. 움직이는 가벽(Moving Wall)과 바퀴 달린 책상을 이용해 이를 가능케 했다. 작은 소회의부터 최대 200명까지 소화 가능한 공간이 자유롭게 그리고 고급스럽게 연출됐다. 사무실 변신 뒤 임직원들의 업무 및 조직만족도3.69점에서 4.04점으로 올랐다. 이런 변화가 얼핏 대단치 않은 걸로 여겨질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가구를 알고, 업무도 알고, IT 시스템이 갖춰져야 가능한 일이다.

IT야말로 기폭제다. 사무환경 비즈니스가 가능해진 것도 다 스마트 워크에 기인한다. 사실 오피스 공간에 대한 연구는 오래 전에 시작됐다. 퍼시스도 이미 1990년대 말 국내 최초로 사무환경 연구팀을 발족해 연구를 시작했다. 하지만 기업 측에서 남다른사무환경에 별다른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사무실에 의자 책상만 있으면 됐다. 창의성보다는 관리와 감독이 중요했고, 낡은 가구는 교체하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2000년대 후반 스마트폰이 도입되며 스마트 신드롬이 산업 전반을 강타했다. 일하는 방식 역시 뿌리부터 흔들렸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 클라우드 컴퓨팅은 언제 어디서든 일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제공했다. 인터넷의 발달로 글로벌 무한경쟁 시대가 열렸다. 감독과 관리보다는 창의와 협업의 가치`가 더욱 높아졌다.

사무실 환경 역시 달라질 수 밖에 없었다. 외부에서 일을 처리하는 게 가능해진 만큼, 11책상이 필요 없어졌다. 아니 사무실 자체가 필요 없어진 기업도 있다. 또 협업 솔루션 덕분에 회의실 같은 공용 공간도 보다 효율적으로 쓸 수 있게 됐다. 요즘 공유 오피스가 우후죽순 늘어나는 것도 이같은 변화에 기인한다.

퍼시스는 이런 시대적 변화에 착안해 사무환경 컨설팅 비즈니스를 도입했다. 가장 먼저 스마트 오피스를 적용한 곳은 바로 퍼시스 사무실이다. 퍼시스는 서울 오금동 본사 로비를 카페 형태로 꾸몄다. 가구 회사답게 쇼룸처럼 예쁘게 꾸몄는데, 이는 단순 쇼룸이 아니다. 직원들이 삼삼오오 모여 커피를 마시고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다.

대개 회사는 직원이 사무실을 벗어나기만 해도 일을 안하고 자리를 비운다는 평가를 한다. 하지만 퍼시스는 직원들이 로비에서 혼자 노트북으로 업무를 볼 수도 있고, 여럿이 회의를 할 수도 있게 했다. 퍼시스의 브랜드 캠페인처럼 사무공간이 문화를 만드는사례다. 퍼시스는 로비 이름을 생각의 정원이라 지었는데, 이는 자유로운 로비 분위기가 다양한 아이디어의 꽃을 피어낼 수 있는 토대가 될 것이란 의미를 담고 있다.

 

쇼룸퍼시스 광화문센터개방

퍼시스는 또 서울 광화문에 퍼시스 광화문 센터를 열어 개방했다. 광화문센터는 퍼시스 직원들이 실제 근무하는 공간인 동시에 외부에 공개하는 쇼룸이다. 오금동 본사보다는 더욱 다양한 사무 공간 샘플을 보여주고 있다. 퍼시스에 따르면, 수많은 기업 CEO 들이 이곳을 찾아 눈으로 확인한 뒤 스마트 오피스 도입을 결정했다고 한다.

사무 환경 컨설팅 비즈니스는 정체된 사무용 가구 시장에서 새로운 수입원이 되고 있다. 퍼시스는 20162316억 원 매출을 기록한 데 이어 2017년에는 전년 대비 25% 가량 늘어난 2895억원 매출을 달성했고, 2018년엔 3157억원으로 9.1% 늘었다. 영업이익은 2016168억원, 2017230억원, 2018277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스마트 오피스가 기업 성과에는 어떤 영향을 줄까? 이는 퍼시스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가 공동으로 진행한 연구결과에서 확인할 수 있다. 퍼시스가 지난해 사무환경 세미나에서 발표된 자료 사무환경과 조직유효성의 관계에 대한 연구논문을 살펴보자. 이에 따르면, 사무 환경은 기업 성과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주는 주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특히 스마트 오피스를 구축할 경우 소통, 창의성, 조직지원 인식이라는 세 가지 측면에서 기업의 혁신 창출을 돕는 것으로 조사됐다. ‘생각의 정원과 같은 열린 공간이 소통과 창의성을 높여준다는 건 쉽게 짐작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또 한가지 조직지원 인식이란 무엇일까.

조직지원 인식이란 말 그대로 직원 개개인이 회사라는 조직으로부터 얼마나 지원을 받고 있다고 느끼는지를 말한다. 다시 말해 회사가 사무환경을 개선할 경우, 직원은 회사가 나를 위해 많은 지원과 노력을 해주는구나라고 느끼게 되고, 업무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무형 요소로 작용하게 된다.

올해 세미나는 더욱 흥미로울 것으로 기대된다. 퍼시스는 업무몰입도를 높이는 사무환경 전략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한다. 법정 근로시간이 주52시간으로 제한된 만큼, 업무몰입도를 높이는 방안이 더욱 중요해질 수 밖에 없다. 또 김난도 교수가 이끄는 서울대학교 소비트렌드 분석센터는 밀레니얼 세대의 워킹-라이프 스타일에 대한 리서치 결과를 공개한다.

김난도 교수는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책으로도 유명하지만, 산업계에선 매년 발행하는 트렌드 코리아라는 리포트로 잘 알려져 있다. 트렌드 전문가답게 김난도 교수는 밀레니얼 세대, 워라밸(일과 삶의 조화)과 같은 핫한 내용을 주제로 잡았다.

이밖에도 SK텔레콤, TBWA코리아, 한국쓰리엠 등이 참여해 ‘5G 시대의 스마트오피스’ ‘기업 문화의 중요성과 방향성’ ‘FlexAbility를 통한 스마트오피스와 스마트워크의 콜라보레이션등을 발표한다. IT야말로 스마트 오피스를 구성하는 핵심 요소라 할 수 있다. 오피스는 진화하고 있다.

 

- 차병선기업전문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신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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