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LG생건, 현지인 모델 발탁 등 따라잡기 올인

광군제가 왕좌의 게임판가름

K뷰티 대표주자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이 중국 시장을 탈환하기 위해 두 팔을 걷어 붙였다.

현재 중국 시장에서 K뷰티의 입지는 매우 좁아졌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가 직격탄을 날렸다. 2016년 한국이 사드 배치를 결정한 이후 중국은 바로 경제 보복에 나섰고, 한국 화장품 판매는 급감했다.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은 절반 이하로 줄었고, 이들이 휩쓸던 면세점과 명동 상점도 파리를 날렸다. 또 중국에선 한국 제품의 광고와 마케팅이 제한되며 불이익을 당했다.

그 사이 중국 로컬 브랜드와 글로벌 브랜드가 빈자리를 빠르게 꿰찼다. 중저가 시장에선 중국 로컬 브랜드가 급성장했고, 럭셔리 시장에선 일본과 프랑스 등 럭셔리 브랜드가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며 시장을 파고 들었다.

 

아모레 중저가 브랜드 고전

중국 소비 주체가 달라진 것도 또다른 요인이다. 중국 시장에서 1990년대에 출생한 주링허우가 주요 소비자로 성장했다. 이들이 전체 화장품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을 넘는다. 이들은 G2로 자리매김한 자국 문화에 강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

중국 브랜드는 중국 고유의 화장법과 자국 한방 재료를 어필하며 신세대 사이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체 중국 화장품 시장에서 30대 중국 로컬 화장품 브랜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212.9%에서 23.1%로 늘었으며, 성장세는 계속되고 있다.

주링허우는 또 인터넷과 SNS를 자유 자재로 이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국내 정보는 물론 해외 정보를 폭넓게 받아들이고 재생산하고 있다. 소비 패턴도 자연히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전 세대가 오프라인 시장에서 중저가 화장품을 주로 구매했다면, 이들은 온라인을 위주로 소비하고 글로벌 브랜드까지 폭넓게 아우르고 있다.

특히 시세이도 등 일본 럭셔리 화장품의 인기가 높아졌다. 파이낸셜타임즈는 “K뷰티가 트렌디한 아이템으로 주목받았다면,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뛰어난 기술력을 보유한 J뷰티의 시대가 돌아오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한국 화장품은 일부 럭셔리 브랜드에서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지만, 중저가를 지향했던 브랜드와 오프라인 채널에서 판매하던 상품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중가 브랜드 비중이 컸던 만큼 피해 또한 컸다. 중국 내 법인 매출액 중 이니스프리 라네즈 마몽드와 같은 중가 브랜드가 차지하는 매출 비중이 80%에 이른다.

올 상반기 중국인들이 가장 많이 구매한 해외 화장품은 일본산 제품이다. 최근 IBK투자증권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일본산 화장품 수입액이 17억 달러(한화 약 2300억 원)로 가장 높았다. 특히 시세이도는 한국 브랜드가 주춤한 이후 중국 시장에서 제품 가격을 20% 낮추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며 시장 점유율을 확보했다.

일제에 밀린 한국 화장품은 수출액이 157000달러(한화 약 18800억 원)에 그쳤다. 3위는 프랑스 제품 151000억 달러(한화 약 18100억원)로 한국을 턱밑까지 뒤쫓고 있다. 과거 한국 제품이 독보적인 우위를 차지하던 시장과 사뭇 달라졌다.

 

안젤라베이비, 설화수 모델 발탁

K뷰티 신화는 이대로 사라지는 걸까. 중국은 놓칠 수 없는 시장이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중국 화장품 시장 규모는 2012398000억원에서 2017578000억원으로 성장했고, 2022761000억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는 황금 시장이다. 닭 쫓던 뭐처럼 입맛만 다시며 주저앉을 수 없는 노릇이다.

다행스럽게도 올해 들어 조금씩 분위기가 반전되며 청신호가 차츰 켜지고 있다. 최근 석 달 동안에는 한국 화장품 수출액이 연속 증가하며 조금씩 회복세를 보여주고 있다. 한국 무역통계진흥원에 따르면, 지난 3~6월 화장품 수출이 전년대비 감소를 이어갔지만, 7월부터 반전돼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9월 환산 수출액은 전년보다 67.7%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 중국내 화장품 수입액 순위도 1분기 3위까지 내려앉았다가 2분기엔 2위를 회복한 것이다. 이처럼 하반기 수출이 호조세를 보이면서 K뷰티가 중국에서 1위를 탈환활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하반기에는 소비 호재가 널려 있다. 9월 중추절에 이어 101일부터 7일까지는 중국 건국을 기념하는 국경절 연휴가 이어지고, 1111일에는 대규모 온라인 쇼핑 축제인 광군제가 열린다. 중국인들은 이 기간 동안 집중적으로 해외여행과 쇼핑을 즐긴다.

중국의 전자결제 플랫폼 알리페이에 따르면 지난해 국경절 기간 동안 중국인 관광객들은 전 세계 주요 상권 중 명동에서 가장 많이 쇼핑을 했다.

또 광군제 하루 동안 이뤄진 소비 규모는 35조 원 대로, 한국 화장품 산업 규모에 맞먹을 정도다.

이에 따라 한국 화장품 업체도 손님 맞이 준비에 한창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중국인 모델을 내세워 중국 소비자들에게 한층 가깝게 다가서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대표 럭셔리 브랜드인 설화수8월 중국 유명 배우 안젤라 베이비를 중화권 모델로 발탁해 본격적인 마케팅 활동을 펼치고 있다.

설화수가 현지인을 브랜드 모델로 공식 기용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이외에도 지난 한 해 동안 다양한 방면으로 대륙 내 홍보에 집중한 만큼 국경절 성과에 기대를 모으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또, 9월 중국 최대 디지털 마케팅 그룹 알리바바와 손잡고 온라인 마케팅을 강화하고 나섰다. 양사는 빅데이터에 기반한 소비자 연구와 신제품 개발에 협력하기로 MOU를 맺었다.

이와 함께 아모레퍼시픽은 알리바바 소속 플랫폼인 티몰을 통해 브랜드와 제품을 선보이고, 온라인-오프라인을 연계한 스마트 매장을 확대하기 위해 양사가 협력하기로 약속했다. 이미 8월 럭셔리 자연주의 브랜드 프리메라가 티몰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하며 중국 시장에 공식 진출한 바 있다. 티몰을 통해 브랜드를 론칭했다는 건 그만큼 온라인에 대한 기대가 크다는 방증이다.
 

클리오·네오팜 다크호스로 부상

LG생활건강은 이미 4월부터 37’의 새로운 뮤즈로 중국인 배우 겸 모델 구리나자를 활용하고 있다. 37와 더불어 LG생활건강을 대표하는 럭셔리 브랜드 중 하나로, 자연·발효를 브랜드 컨셉으로 하고 있다.

발빠른 노력에 힘입어 LG생활건강은 중국 시장에서 여전히 선전 중이다. 상반기 중국 시장 매출은 30% 성장했다. 초고가 라인인 로숨마시크는 구리나자 효과를 업고 매출액이 67%나 성장했다. 반면 중국 시장에서 럭셔리 제품 비중이 상대적으로 빈약한 아모레퍼시픽은 상반기 매출 증가율이 전년대비 2~3%에 그쳤다. 럭셔리 브랜드가 중국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LG생활건강이 90%, 아모레퍼시픽은 20%.

광군제 특수에 맞춰 LG생활건강은 특별 패키지를 만들어 판매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LG생활건강은 지난해 광군제에서 매출이 전년대비 50% 성장하는 저력을 보여준 바 있다.

중소업체도 힘을 보탤 것으로 전망된다. 하나금융투자는 최근 연구보고서에서 클리오와 네오팜을 다크호스로 꼽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클리오는 지난해 투자가 올해 실적으로 돌아서며 어닝 서프라이즈를 이어가고 있다. 클리오는 그동안 티몰 글로벌을 통해서만 중국 온라인 판매를 했지만, 올해 티몰 내수를 추가했다. 또한 광군제를 통해 중국 현지 사업 규모를 한 단계 끌어 올린다는 계획도 실행 중이다.

네오팜은 올해 처음으로 광군제에 진출한다. 네오팜은 민감 피부 전문 스킨케어 브랜드다. 네오팜은 현재 티몰과 타오바오 위주로 온라인 판매를 하고 있지만 하반기에는 JD(징둥닷컴)까지 채널을 확대할 예정이다. 클리오와 네오팜 모두 왕홍과 손잡고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왕홍이란 인터넷 스타를 일컫는 말로, 인터넷을 뜻하는 왕뤄(網絡)’와 유명인을 의미하는 홍런(紅人)’이 합쳐져 탄생한 용어다. K뷰티가 부활할 수 있을까? 이번 쇼핑 대목이 관건이다.

 

- 차병선기업전문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신이경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