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에는 “묘수 세 번 두면 그 바둑은 진다”는 유명한 말이 있다. 묘수는 주로 위급한 상황에서 터져 나온다. 묘수는 상대를 깜짝 놀라게 하고 부분적으로 전세를 역전시키기도 한다.
그러나 묘수 몇 번으로 우승하는 예는 드물다. 오히려 이창호 9단처럼 강한 선수는 묘수에 의존하기보다 합리적인 착점을 꾸준하게 둠으로써 판을 리드한다고 한다.
지금 우리나라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이미지 홍보, 공약 등 선거운동이 치열하다. 후보들은 국민의 시선을 끌기 위해 깜짝 놀랄만한 기발한 묘책을 찾는 데 열중한다.
그러나 바둑과 마찬가지로 경제문제에서도 묘책보다는 기본이 중요하다. 대통령 후보들의 묘책에 시선을 집중할 수밖에 없는 우리의 경제수준이 안타깝다.

묘책에 휘둘리는 사회
한국은 지난 40년간 산업화, 빈곤탈출, 고도성장, 세계무대 진출을 경험했고, 그 과정에서 여러 가지 묘책과 기본을 뒤섞어 실천했으며 많은 실험과 시행착오를 거쳐왔다.
이제는 정제된 지식을 우리의 최대 자산으로 삼고 미래지향적으로 기본을 다져야 할 때다. 지난날 기본 정책방향의 효과, 그리고 각각의 묘책들이 가져온 성과를 구별해 재평가해야 한다.
기본과 묘책을 뒤섞지 말아야 한다. 수년전 비즈니스위크는 일본의 공공부채를 GDP의 100%수준으로 추정하면서, 일본의 관료주의, 보수성향, 인맥구조를 비판하고 “다스릴줄 모르는 정치인, 규제할 줄 모르는 관료, 무관심한 유권자, 변화하지 않는 기업, 이것이 일본의 비극”이라고 했다.
일본은 그 많은 공적 자금을 부실채권, 부동산, 불요불급한 지역사업 등 인기에 영합하는 묘책에 낭비했던 것이다.
미국의 경우는 1960년대 이전 40년간 세계시장을 독점할 수 있었기 때문에 정책과 무관하게 풍요를 누릴 수 있었다고 한다. 윌리엄 오우치는 정책과 성과의 관계에 대해 둔감한 사회를 M형 사회(M-Form Society)라고 불렀다. M형 사회에서는 무슨 정책을 적용해도 대개 그럴듯한 결과로 귀착된다.
그러나 우리 상황은 다르다. 당시의 미국 경제처럼 그렇게 한가롭지 못한 한국이 M형 사회를 닮아 가는 것은 우려할 일이다.

경제의 기본은 ‘중소기업’
기본과 묘책을 구별하기는 쉽지 않다. 외국의 성공사례나 새로운 이론들이 엄청나게 쏟아져 들어오고 몇 년간 유행하다가 사라지곤 한다. 한 편에서는 첨단기술이 펼쳐지고 있는데 다른 한 편에서는 혈연, 지연, 학연이 힘을 쓴다. 한 편에서는 인적자원관리 패러다임이 등장한지 오랜데 다른 한 편에서는 노동운동과 산업관계 패러다임이 극성이다. 한 편에서는 시스템 평가를 강조하는데 다른 한 편에서는 개인평가를 신주단지 모시듯 한다.
무엇이 기본인가. 쉬운 예로, 중소기업 시스템은 한국 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기본영역’이고, 제기되는 중소기업 문제들은 대부분 중산층과 중소기업인의 생존에 직결되는 ‘기본사항’에 속한다.
우리는 중소기업의 오랜 전통과 경험, 유능한 전문인력까지 잘 갖추고 있다. 꾸준히 밀어줄 수 있는 철학이 있는 지도자가 우리에게 필요하다.
묘책과 인기를 찾아 헤맬 필요가 없다. 야구 선수의 경우도 기본에 충실하면 타율이 향상되고 결국 야구팬들의 사랑과 인기를 차지하지 않는가.
그러나 순간의 인기를 위해 큰 것 한 방이나 홈런만을 노린다면 자기도 모르게 어깨에 힘이 들어가서 결국 홈런도 터지지 않고 타율도 나빠질 것이다.

이재관<숭실대학교 중소기업대학원장>
jklee@ss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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