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업동향] 파산보호 신청한 ‘포에버21’

미국 로스앤젤레스(LA)의 동대문시장 격인 자바시장에서 25평짜리 작은 옷가게로 시작한 포에버21’이 지난달 30(현지시간) 미국 델라웨어주 연방 파산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포에버21의 부채는 자회사 것까지 합쳐 약 10~100억 달러(한화 약12000~12조원) 정도인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챕터11은 파산 위기 기업이 즉각 청산이 아닌 파산법원의 감독을 받으며 회생을 시도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포에버21은 파산보호 신청과 함께 JP모간 등 기존 채권단으로부터 27500만 달러에 달하는 자금을 지원받으며 사모펀드 TPG 등으로부터 신규 자금 7500만 달러를 지원받아 구조조정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영원한 21세를 위한 옷이라는 뜻을 가진 포에버211981년 미국 캘리포니아에 이민 온 장도원·장진숙 부부가 설립한 의류 회사다. 부부는 세탁소, 경비, 주유소, 식당일 등으로 마련한 종잣돈으로 LA 한인타운에 패션21’이라는 상호의 옷가게를 차렸다. 이 옷가게가 포에버21의 모체다.

포에버21‘5달러 셔츠와 15달러 드레스로 표현되는 저가 의류 대중화를 이끌며 2000년대 초반 크게 성공했다. 이후 지속적인 성장 가도를 달려 세계에서 열 손가락 안에 꼽히는 SPA브랜드가 됐다. 자라, H&M, 유니클로 등 세계적 SPA브랜드와 경쟁하며 한때 시장점유율 1위에 오르기도 했다.

포에버21은 미국을 넘어 유럽과 아시아·중남미 등으로 매장을 확장하며 공격적인 경영전략을 펼쳤다. 그러나 덩치 키우기에 주력한 포에버21은 내실을 다지는 데 실패했다. 2014년 매출액 38억달러를 기록한 포에버212016년까지도 매장을 확장하고 있었다. 하지만 최신 유행을 선도하지 못했고, 그저그런 싸구려 옷이라는 인식을 얻으면서 인기를 잃어갔다.

미국 외신은 포에버21이 실패의 길을 걷게 된 원인으로 지나친 오프라인 매장 확장을 지적했다. 린다장(장도원·장진숙 부부의 장녀) 포에버21 부회장은 최근 미국 언론과 인터뷰를 갖고 “6년도 안 되는 기간에 7개국에서 47개국으로 매장을 늘려갔는데 이 때문에 많은 문제가 생겼다고 전했다.

온라인 거래 활성화로 인한 오프라인 매장 매출 감소는 포에버21을 큰 위기에 빠트렸다. 전자상거래로 추세 전환에 적응하지 못한 것은 큰 패착이었다.

린다장 부회장은 매장 방문객들이 줄고 온라인으로 매출이 더 많이 넘어가는 등 소매업이 변하는 것이 확실하다포에버21은 오프라인 매장 방문보다 온라인 구매를 선호하는 젊은이들의 소비 패턴 변화를 간파하지 못해 무너진 것이라고 밝혔다.

파산신청을 한 포에버2140개 국가에서 사업체를 폐쇄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미국 내 178개 점포, 전 세계를 통틀어 최대 350개 점포가 문을 닫게 된다. 다만 매장 소유주가 운영하는 미국 내 수백개 점포, 멕시코를 비롯한 중남미 점포, 웹사이트 운영은 계속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온라인 업체들과 경쟁에 밀려 파산 신청을 하는 사례가 미국 유통업계에서 계속 늘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코어사이트리서치 통계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9월 말까지 미국 상장 유통업체들이 발표한 신규 개점 규모는 3446, 폐점은 8558개로 나타났다. 올해 말까지는 약 12000개 소매업 매장이 미국에서 문을 닫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포에버21의 실패는 단지 경영상의 오판뿐만 아니라 새로운 시대 소비자들의 성향 변화가 배경에 있다는 외신의 분석도 있다. AP통신은 101(한국시간) ‘포에버21의 파산은 10대의 새로운 쇼핑행동을 보여준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10대들이 쉽게 버리는 값싼 옷보다 온라인을 통한 중고의류와 친환경의류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새로운 소비자들은 저마다 다양한 스타일을 선호하고 있다.

여기에 친환경이라는 가치관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H&M2020년까지 모든 면 원료를 재활용이나 유기재배 등을 통해 마련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결국 아메리칸 드림을 상징했던 포에버21의 파산신청은 시대변화를 따라가지 못한 경영 실패의 전형으로 비춰지고 있다.

 

- 하제헌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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