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아시아나항공의 인수는 HDC그룹의 손에 넘어왔습니다. HDC현대산업개발과 미래에셋 컨소시엄이 아시아나항공 우선순위 협상자로 지난 12일 선정되면서, 항공업계는 물론 재계에 새로운 변화가 예고되고 있습니다. 국적 항공사를 품는다는 건 아무 기업에게 오는 기회가 아닙니다. 자금이 많다고 기회가 오는 것도 아닙니다.

정부가 보증하는 면허 독과점사업이기 때문에 한번 경영을 하면, 좀처럼 인수합병 시장에 매물이 나올 일도 없습니다. 외형적으로 보면 HDC그룹이 새롭게 도약할 수 있는 기회인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그러나 여전히 HDC그룹 주력 계열사 HDC현대산업개발에 끼칠 영향에 부정적 시선이 있습니다. 가장 큰 불안요인은 불확실성입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건설업을 주력하는 디벨로퍼입니다. 우리말로 종합 부동산개발사업자였습니다. 자산규모로 보면 아시아나항공이 2배 이상 큽니다. 그렇게 되면 그룹의 사업이 항공업 중심으로 재편될 여지가 큽니다. 인수합병을 통해 인수기업이 매물을 품는다는 시너지보다는 매물을 통해 인수기업이 업태를 바꾸는 변신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아시아나항공 인수자금이 25000억원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건설업에서 짭짤하게 벌어들인 현금이 인수자금으로 투입되면 기존 개발사업 계획도 늦춰질 공산이 큽니다. 거기다 아시아나항공은 돈이 많이 드는 비즈니스입니다. 노후화된 기체도 바꿔야 하고 최근 잦아진 기체결함 등 이슈도 있어 새롭게 항공기를 구입해야 합니다. 이건 천문학적인 자금이 들어가는 사업입니다.

이럴 땐 두 업종의 궁합을 봐야 합니다. 항공업과 건설업은 경기 민감도가 서로 비슷합니다. 경기변동에 영향을 잘 받는 편입니다. 그러면 시너지 효과를 거두기 힘듭니다. 다만 궁합이 맞는 분야도 있습니다. HDC그룹은 항공업과 연관되는 면세점과 호텔사업 등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도 그룹 전체 매출에 차지하는 비중이 적습니다. 이제 시작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그래서 언론에서는 쉽게 승자의 저주가능성도 진단합니다.

그럼에도 이 모든 리스크를 불식하는 긍정요인이 있습니다. 바로 정몽규 HDC그룹 회장의 의지입니다. 인수경쟁에서 경쟁사보다 8000억원이 많은 통큰 베팅을 한 걸로 알려져 있습니다. 인수금액이 많다는 건, 파는 기업(금호산업)에게 그만큼 더 주는 게 아닙니다. 어차피 관련 주식의 가격만큼 지불하면 되는 겁니다. 나머지 인수자금은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투자금액이라고 보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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