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업동향] 중국 핑안보험의 IT전략

핑안보험은 매출액 기준 중국 최대 민간기업이다. 2018년 매출액은 1638억 달러다. 글로벌 500대 기업 리스트엔 29위에 올라 있다.

핑안(平安)평화와 안전을 뜻한다. 핑안은 1988년 당시 국영 해운사 중국초상국그룹(China Merchants Group)의 하급 직원이었던 마밍저(피터 마, Peter Ma) 회장이 상급자를 설득, 손해보험 부서를 설립하도록 하면서 출발했다.

당시 중국에선 보험회사는 생소한 것이었다. 하지만 중국초상국그룹은 경제특구 선전에 본사를 두고 있었다. 이곳은 경제적 실험을 용인할 뿐 아니라 적극 장려하고 있었다.

핑안은 생명 및 건강 보험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했다. 때마침 수백만 명에 달하는 중국인들이 처음으로 중산층의 번영을 달성하자, 회사는 이 두 시장에서 퍼스트 무버의 입지를 굳히며 수요를 창출했다. 핑안은 결국 수익성 높은 소매금융회사로 진화했다.

1990년대부터는 외국계 기업들도 지분을 소유할 수 있는 최초의 중국 금융기관이 되기 위해, 광범위한 개혁을 단행했다.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가 초기 투자자였다. 회사는 마침내 지난 2004년 홍콩 주식시장에 상장했다.

핑안은 생명보험 같은 안전하고 탄탄한 상품을 판매해 거대 제국을 만들었다. 핑안의 보험 사업은 현재 18400만명의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 지난해 그룹 매출 1640억 달러 대부분이 보험 사업에서 나왔다. 중국 경제가 성숙기에 접어들며, 상대적으로 안정된 업계의 성장은 둔화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이 산업들은 핑안이 기술 무기고를 구축하는데 필요한 엄청난 현금과 데이터를 창출하고 있다. 핑안 경영진은 이제는 보험 이익을 넘어 기술사업이 이익의 절반(현재는 6%에 불과하다)을 창출하고, 알리바바 그룹과 텐센트 같은 순수 IT기업들과 정면 승부를 벌일 미래를 기대한다.

과거 핑안은 고객과 매출이 급증하는 상황을 맞아 몸집을 키우려 노력했다. 이를 위해 핑안은 인수합병을 시도했다. 하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2008년 브뤼셀에 본사를 둔 금융 대기업 포티스(Fortis)의 지분 50%를 인수했는데, 이 회사는 붕괴되기 직전이었다. 2010년 인수한 부실 상업대출기관 선전개발은행(Shenzhen Development Bank)의 회생에도 시간이 한참 걸렸다.

이런 도전들과 씨름하던 중 마밍저 핑안보험 회장은 텐센트와 알리바바가 빠르게 성장하는 걸 목격했다. 텐센트와 알리바바는 전자상거래와 모바일 결제 관련 데이터를 상품화하는데 성공했다. 마밍저 회장은 핑안을 하이테크 기업으로 바꾸기 위한 전략을 실행하기 시작했다.

핑안은 매출의 1%를 혁신 투자에 배정한다. 마 회장은 지난 10년간 연구개발에 70억 달러 이상을 투자했고, 마 회장은 향후 10년간 150억 달러를 더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기금은 그 동안 11개의 기술 계열사를 육성했다.

이 중 2(굿 닥터와 자동차 구매자를 위한 플랫폼 오토홈 Autohome)가 현재 상장됐고, 3개는 수십억 달러의 가치를 지닌 비상장 유니콘회사다. 현재 핑안 그룹이 거느린 기술 벤처기업들의 총 가치는 700억 달러 이상이다

핑안은 24000명 이상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800명의 데이터 과학자, 180명의 인공지능 전문가들을 보유하고 있다. 회사는 또 15000건 이상의 기술특허 출원을 신청했다고 설명한다.

핑안은 다른 회사들에게 빅데이터 기술의 사용권리를 준다. 이는 선순환 모델을 만들고 있다. , 상호 관계를 통해 훨씬 많은 데이터를 수집한 뒤, 이 모델을 개선하고 더 많은 고객들을 끌어들이는 방식이다. 현재 22개 자동차 보험사가 핑안의 초고속 사고청구 플랫폼을 사용하고 있다. 이는 보험가입자들이 간편하게 스마트폰 앱을 열어 몇 가지 질문에 답변만 하면, 보험료를 청구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하지만 앱의 가장 멋진 기능은 보험사 직원을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대신, 고객들은 사고 차량의 사진을 찍어 핑안 컴퓨터에 전송할 수 있다. 그러면 컴퓨터가 3분 이내에 수리 견적을 보내준다. 고객이 견적을 수락하면, 모든 절차가 완료된다. 핑안은 즉시 보험금을 지급한다.

중국 은행 460곳과 1800개가 넘는 중소 금융 서비스 회사들은 핑안의 원커넥트금융 플랫폼을 이용한다. 그리고 핑안은 자체 보유한 클라우드 덕분에,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이런 상품들을 확장할 수 있다. 선순환 구조가 더 강력해지는 것이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핑안은 소비자 신용위험을 평가하기 위해, 인기 있는 인공지능(AI) 중심 모델을 구축했다. 알리바바와 텐센트, 핑안 모두 신용관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잠정 허가를 받았다.

하지만 금융기관들은 핑안 모델을 가장 선호하고 있고, 실제로 은행 200곳이 사용하고 있다.

알리바바와 텐센트 모델은 자사 고객들의 상품구매 소액대출을 보증하기 위해, 전자상거래 데이터 분석에 의존한다. 그러나 이런 대출 금액이 수 백 달러를 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하지만 핑안 모델은 중소기업 사업자들에게 아무 담보 없이 수십만 달러도 대출해 줄 수 있다.

 

- 하제헌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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