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동안 국내외 경영환경이 갈수록 악화되면서 국내 기업들은 그 규모를 불문하고 너도 나도 ‘희망의 땅, 중국’으로 사업거점을 옮겨가고 있어 국내 제조업의 공동화는 갈수록 가속화되고 있는 느낌이다.
사실 그간 국내의 기업경영 여건은 기업을 경영하는 사람이라면 불문가지(不問可知)로 느끼고 있듯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의 경영환경은 악화될대로 악화돼 ‘공장문을 닫는 것이 사는 길’이 돼 버렸다. 인력난과 인건비 상승, 그리고 원자재 난은 이미 옛말이 됐고 여기에 장기적인 경기침체로 인한 매출 급감은 내성(耐性)이 약한 중소기업에 결정타를 날리고 있다. 노동집약적 산업에서는 중국 등 저임 경쟁국에 뒤지고 기술집약적 산업에서는 대기업과의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어 공장을 가동하면 할수록 손해만 보게 되는 형국이 된 것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우리의 중소기업들은 마지막 탈출구로 중국을 희망의 땅으로 보고 너도 나도 공장을 중국으로 뜯어 옮기는데 열중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될것은 ‘중국은 과연 우리 중소기업의 성공만을 약속하는 희망의 땅인가’하는 문제이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결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우리는 중국이 어떤 나라인가를 그 나라의 과거와 함께 미래에 대한 예측을 통해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옛부터 중국인의 상술은 유태인을 능가한다는 것을 우리는 몸으로 익혔던 시기가 있었다.오랜 침묵 끝에 문을 열었지만 그같은 ‘비단 장수 왕서방’의 중국 상술은 갈수록 더욱 세련되고 있어 중국에 진출하는 우리 중소기업들이 감당해내기에는 이미 벅찬 상대가 됐다.

‘친구따라 강남가는 식’위험

또한 중국은 시장을 개방한지 몇 해 안됐는데도 불구하고 벌써 세계경제를 좌지우지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이는 얼마 전 우리가 경험한 바와 같이 중국 총리의 ‘긴축’ 발언 한마디에 우리 경제가 휘청거리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와 비슷한 중국쇼크로 한국이 몸을 가누지 못하는 일은 앞으로도 엄청나게 많을 진데 우리의 중소기업들은 그와 같은 폭풍에 스스로 견뎌낼 재간이 없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여기에 중국은 우리와의 기술격차를 좁힐 대로 좁혀 이제는 양국간 기술격차가 1.7년에 불과하며 향후 5년 내에 거의 모든 산업에서 역전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중국에 진출하는 우리의 중소기업들이 성공을 담보할 수 있는 것은 미미 하더라도 기술수준이 그들보다 앞서 있어야 한다는 것인데, 중국진출 후 1~2년 내에 그들은 한국기업의 기술을 완전히 습득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우리의 기술을 압도하고도 남을 신기술을 개발해 우리 중소기업들은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치 못할 공산이 크다.

성공·실패사례 면밀분석 필요

이상과 같은 상황전개는 매우 비관적인 측면에서만 본 것이지만, 이같은 비관적인 상황이 그 반만이라도 이뤄진다면 중국에 진출하는 우리의 중소기업들은 중국진출이 기업의 생명을 마감하는 길이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할 것이다.
이는 차라리 고전을 면치 못하더라도 상황이 호전될 때까지 인내하고 생존방법을 모색하면서 국내에서 근근이 버티는 것만 못할 수도 있는 것이다.
실제로 몇몇 중소제조업체들은 사양산업인데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경영혁신을 통해 원가를 절감하고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이면서 고유가, 원자재난 등 극도로 악화된 경영여건 속에서도 보란듯이 이를 이겨내고 있다.
이들 기업들은 경영체질이 강화돼 어려운 환경 하에서 오히려 경쟁력이 향상되는 강한 기업으로 다시 태어날 것이다.
중국에 진출하려는 중소기업들이 실패하는 또 다른 원인은 바로 정보 부재다. 진출 전에 중국에 대한 정확하고 충분한 정보를 확보하고 객관적인 분석이 요구되는데 현재 국내에는 ‘중국연구’가 매우 부족하다는 것이다. 중국 인구가 13억 명이니 생필품 하나씩만 팔아도 13억개라는 뜬구름잡기식의 잘못된 정보만으로는 중국진출기업이 살아남을 수 없다. 중국에 진출하려는 기업은 중국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정보를 확보하고 분석해야 한다. 그러나 국내에는 현재까지도 ‘중국중시론’만 무성할 뿐 정작 중국을 바로 알고 있는 사람과 연구는 태부족한 상태이다.
따라서 중국에 진출해 있는 국내기업이나 또는 일본 등 중국진출경험이 풍부한 외국기업의 성공과 실패에 관한 정보를 기업 스스로 수집하고 분석할 것이 요구된다. 이와 같은 최소한의 노력도 없이 ‘친구따라 강남가는 식’의 중국진출은 실패의 지름길이 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박 영 배
세명대학교 경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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