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업동향] 올드네이비의 성공행보

 

올드네이비(Old Navy)는 패션 대기업 갭(GAP)이 거느린 의류 브랜드 중 하나다. 트렌디하지만 가성비 좋은 기본 제품을 팔고 있다. 미국 가정 3분의 1이 올드네이비 옷을 입고 있을 정도다. 올드네이비는 내년 상반기쯤, 모기업인 갭에서 분사해 독립적인 상장사로 새 출발할 계획이다.

올드네이비는 갭 매출의 절반과 이익의 대부분을 책임지고 있다. 시장조사 기관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에 따르면, 올드네이비는 미국 내에서 나이키에 이은 2위 패션 브랜드이다. 2011년 이후 전 세계 매출은 35%(20억 달러)나 증가했다. 이 기간 동안 올드네이비는 갭의 모든 매출 증가분을 홀로 책임졌다.

올드네이비의 시작은 199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갭의 최고경영자였던 미키 드렉슬러는 값싼 옷에 대한 대중의 반감이 사라지고 있다고 직감했다. 그는 실적이 부진한 갭 매장 48곳을 창고형 매장으로 전환했다. 갭과 경쟁사들보다 더 저렴하지만, 할인점보다는 더 좋은 품질과 더 나은 환경에서 옷을 판매하는 실험을 한 것이다.

미키 드렉슬러는 파리를 여행하던 중 어느 술집 간판에 새겨진 올드네이비라는 단어를 새로운 브랜드 이름으로 차용했다. 1994년 최초의 올드네이비 매장이 미국에 문을 열었다. 이 브랜드는 즉시 J.C. 페니, 타깃, 그리고 시어스 같은 경쟁 소매업체들의 시장 점유율을 갉아먹기 시작했다. 설립 4년째가 되던 때, 올드네이비는 매출액 10억 달러 규모 브랜드로 성장했다. 당시 미국에서 이 정도 매출을 그렇게 빨리 달성한 의류 브랜드는 올드네이비가 처음이었다.

데이터 분석업체 프로스퍼 인사이트 앤드 애널리틱스(Prosper Insight & Analytics)에 따르면, 올드네이비 쇼핑객의 평균 나이는 39세로 나타났다. 이들의 가구당 수입은 75000 달러다. 타깃과 갭의 구매자들에 비해 올드네이비 고객들은 소득 수준이 조금 떨어진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그들이 더 젊다는 사실이다.

올드네이비가 갖춘 다양한 제품 구성은 이런 고객들의 재방문을 유도하는 핵심 요소다. 올드네이비는 기본 품목을 구매하기 위해 자주 들르는 매장(go-to-store)’의 성격을 띤다. 하지만 올드네이비가 가진 가장 큰 자산 중 하나는 기발하고, 새로운 아이템을 신속하게 출시하는 능력이다. 이윤이 적은 의류 산업에서 매우 중요한 득템(Treasure Hunt)’이라는 새 흐름을 만들어낸 것이다.

예를 들어, 올드네이비는 지난 연말 휴가 시즌에 눈사람이나 펭귄처럼 귀여운 계절 캐릭터가 들어간 수면양말 1000만 켤레를 팔았다. 득템 제품이 없었더라면 저조한 분기 실적에 그쳤을 것이다.

금융위기 당시와 그 이전에, 올드네이비는 H&M이나 자라처럼, 저렴하지만 트렌디한 브랜드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었다. 이 브랜드들은 새 유행을 간파하고, 그에 맞는 상품을 빠르게 출시하는데 특화돼 있었다.

한편, 올드네이비의 매출은 2006년과 2008년 사이에 10억 달러 이상 감소했다. 당시 CEO였던 스테판 라르손은 몇 년 후 옷을 무게로 파는(Clothes by the Pound)’식의 저가 대량 판매 방식을 중단했다. 대신 더 많은 유행 상품을, 더 빨리 매장에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그것은 더 빠르고, 재정비한 공급망 구축을 의미했다.

갭의 모든 브랜드는 전문적인 공급망 노하우를 공유하고 있다. 한편, ‘더 빠른 패션(Faster Fashion)’이라는 업계 관행은 갭의 다른 브랜드들보다 특히 올드네이비에 더 큰 영향을 미쳤다. 기업 문화가 더 실험적이고, 도전을 즐기는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올드네이비는 16억 달러 규모의 거대한 온라인 사업을 구축했다.

올드네이비는 지난 몇 년간 갭에 속한 형제 브랜드들보다 그런 시장 예측을 더 잘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올드네이비 덕분에 갭은 몰락을 겪지 않았다. 올드네이비는 1100여 개 매장을 전체적으로 리모델링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비교적 저렴한 리모델링을 통해 창고형 매장에 활기를 불어넣으려는 조처다. 올드네이비가 홀로서기에 성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핵심은 패션 트렌드를 너무 앞서가지 않으면서도, 충분히 멋지고 좋은 품질을 제공하는 최적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느냐에 있다고 본다.

 

- 하제헌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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