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에이콘(대표 양찬모)은 국내 합성수지 배관시장에서 80%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자랑하던 탄탄한 회사.
코스닥에 등록될 정도로 기술력과 성장성을 겸비했던 이 회사는 최대 주주의 자금횡령, 무리한 IT사업 확장으로 자본이 완전 잠식돼 2002년 10월, 500억원의 부도를 맞았다.
불행이 잉태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2년 초. 상속을 통해 2세 경영체제를 갖췄지만 한국피에스아이넷(PSInet)을 인수, 인터넷 서버관리 사업에 진출하면서 부터다.

무리한 사업다각화가 불행 불러
“합성수지 배관업체로 업계 1위의 건실한 회사였지만 피에스아이넷을 인수하면서 유동성 부족현상이 심화된 셈이죠.”
이 회사가 화의신청한 것은 2002년 12월. 화의 신청이 받아들여질지 조차도 불투명한 상황이었지만 화의인가를 위한 새 경영진의 전방위(全方位) 활동이 시작됐다.
우선 초기 설립멤버인 양찬모 영업담당 이사를 대표이사로 추대, 직원들의 동요를 막았다. 화의 탈피는 물론 지속적인 성장 가능성을 비전으로 제시하고 전직원의 의지를 결집시켜 안정적인 생산활동을 지속했다.
코스닥 등록 취소 과정에서 에이콘의 장래성을 보고 10%의 지분을 인수, 경영에 참여한 양우진 부사장은 채권단을 상대로 설득에 나섰다.
직원들의 애사심과 재기하겠다는 의지가 부도 이후 오히려 강해졌던 점을 우선 부각시켰다.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생산라인과 축적된 기술력은 채권단들의 마음을 움직이기 시작했고 사업다각화 과정에서 발생한 일시적인 자금난이 부도의 원인인 만큼 기업 회생으로 무게가 실린 것이다.
전임 대주주의 가공매출과 IT사업 관련 알에프로직과의 비정상적인 어음거래로 발생한 380억원 규모의 부채에 대해서는 채권단과의 협의를 통해 150억원 정도를 탕감 받았다.
나머지 채무에 대해서도 무이자 7년 거치 3년 분할 상환의 조건으로 화의 결정을 이끌어 내 재기의 발판을 세웠고 외부 투자전문기관의 투자 유치를 통해 경영정상화에 나섰다.
이러한 새 경영진의 노력은 1년5개월만인 지난 4월 법정화의 탈피로 빛을 발했고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비자발적인 인원감축 없이 구조조정을 마쳤습니다. 종업원들이 애사심과 해보겠다는 의지가 워낙 강해 부도 이후에 오히려 생산성은 높아지고 불량률은 낮아지는 경우까지 보였으니까요.”
이 회사의 생산라인이 가동되고 있는 충남 아산 공장에는 주말이면 어김없이 축구시합이 열린다.
살과 살이 부딪치는 격렬함 속에서 동료애를 느끼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는 계기가 축구 경기를 통해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생산라인 정상가동으로 채권단 설득
‘우리가 남인가’라는 구호가 공장 한쪽에 걸려 있을 만큼 스스로 움직인 직원들의 마음이 기업회생의 근간이 된 것이다.
배관자재 제조기업 에이콘은 지난해 450여억원의 매출실적을 올렸다. 올해는 벌써 지난해 반기실적보다 35%나 늘어난 287억원을 기록, 500억원대의 매출이 기대되고 있다.
건설시장 확대와 우수한 품질·서비스로 매출 증대가 가시화 되고 있는 에이콘은 유량조절밸브 등 신제품 개발에 나서 글로벌 종합 배관자재 기업으로 거듭 태어난다는 전략이다.
문의 : 02-578-8131

◇사진설명 : (주)에이콘의 자동화된 사출기 생산라인이 힘차게 돌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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