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언론에 중소기업의 단체수의계약 폐지문제가 자주 거론되고 있다.
폐지를 주장하는 측의 요지는 시장기구에 의한 가격결정이 아닌 수의계약에 의해 매매가 이뤄져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왜곡한다는 것과 단가가 높게 책정되고 계약물량의 배분이 정실에 의해 이뤄져 불공정하다는 것 등이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자원배분 왜곡은 어불성설

단체수의계약에 의한 공공기관의 납품 물자의 생산은 오직 단체수의계약만을 위한 생산이 아니라 일반 시장생산의 일부이거나 단체계약물량 분만큼 추가 생산이 이뤄지기 때문에 가격은 치열한 중소기업 상호간 또는 대기업과의 시장경쟁에서 결정되고 있으며 만일 단체계약물량을 추가 생산한다면 대량생산의 원리에 의해 중소기업은 추가 생산량에 따라 추가 인하요인이 생길 뿐이다.
그러므로 중소기업 생산물 가격은 시장에서 경쟁시장가격인 평균생산비와 같은 점에서 결정되고 이 가격은 시장에서 뿐만 아니라 단체수의계약가격의 기준이 되기 때문에 이론상 고가로 단체수의계약이 체결된다고 보기 어려우며 자원배분의 왜곡문제도 있을 수 없다.
단체수의계약이 중소기업의 시장경쟁을 제약한다는 주장은 시장생산을 도외시하고 주장하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그러나 시장에서 중소기업은 과당경쟁을 하고 있으며 단체수의계약으로 경쟁을 제한하고 있는 것은 단체수의계약 물량에 한정되고 있다.
만일 공공기관에서 매년 발주 물량에 경쟁 제한을 하지 않는다면 한정된 수요, 대금지급의 확실성, 거래의 영속 반복성, 다음 물품 또는 공사 입찰시의 연고권 등의 이점 때문에 중소기업과 대기업간의 경쟁은 기업의 사활을 걸게 돼 더욱 격화된다. 중소기업에 낙찰되기도 어렵지만 낙찰된다 하더라도 그 가격은 한계생산비 이하의 출혈가격으로 중소기업의 임금인하가 불가피하고 연구개발 기술혁신 여력의 감소는 물론 도산→실업증대→사회불안, 대기업의 독과점, 시장지배, 경제력 집중이 더욱 심화될 것이다.
단체수의계약제도는 중소기업의 과당경쟁에 의한 출혈가격을 억제하고 출혈경쟁을 완화하며 이미 시장에서 결정된 가격 수준의 보장, 확정된 수요와 수의계약으로 안정적 조업, 인건비 수준의 적정화, 도산과 실업증가의 억제와 특히 불황기에 존립이 어렵게 된 중소기업의 수요를 확보하며 나아가 기술혁신의 여지를 갖게 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그러므로 중소기업의 보호, 육성정책의 중심이 되는 단체계약제도를 유지하느냐 폐지하느냐의 여부는 정부의 정책적 선택의 몫이나 정부가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하는가는 자명하다.

‘교각살우’의 우를 범해선 안돼

단체수의계약 물량의 조합원간의 배정에 있어서 제기되고 있는 불공정성 문제는 모든 조합의 문제가 아니며 행정지도나 조합자체 내부에서 해결될 수 있는 것이다. 그 때문에 단체수의계약 제도의 존폐를 논해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우를 범해서는 안될 것이다.
정부는 일본과 우리나라에서 왜 중소기업의 단체수의계약제도가 도입됐는지 그 연역과 의의를 살펴봐야 할 것이며 미국의 경우도 국방산업 육성차원에서 실시하고 있는 중소기업의 수의계약제도를 한국에서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은 납득할 수 없다.
끝으로 중소기업문제의 논의에 있어서 자기의 전문분야 외의 인사나 기관이 참여한다는 것은 자유이다. 그러나 그러한 논의가 여론을 주도해 정책선택을 어렵게 한다면 그것은 국가적 이익이 아닐 것이다.

양 보 희
인천대 강사·경제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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