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차기 CEO로 구현모 사장이 지난달 말 내정됐습니다. 구현모 대표이사 내정자는 오는 3월에 KT 주주총회를 거쳐 본격적으로 KT를 이끌게 되는데요. 취임하자마자 풀어야 할 숙제가 산적해 있습니다. 어떤 조직이나 마찬가지이듯이 구 내정자가 어떤 사업 전략을 펼칠지를 놓고 긴장하는 분위기입니다.

KT는 지금 임원 인사와 조직 개편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보통 연말에 임원 인사와 조직 개편이 진행되지만 차기 CEO 인선 때문에 미뤄져 왔는데요. 구 내정자는 이번에 인수위원회 절차도 생략된 채 서둘러 조직 개편을 마칠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구현모 사장은 특이하게도 KT회장이 아니라 사장이라는 직함을 고수하게 됐습니다. 이는 KT 이사회의 새로운 방침에 따른 것인데요. 보통 회장이라는 직급이 국민 기업 KT에 적합하지 않다는 여러 의견을 수렴한 조치입니다. 그래서 현재 대표이사 회장제도를 대표이사 사장으로 변경하고 급여 등 처우도 이사회가 정하는 수준으로 낮추기로 했습니다.

구현모 사장은 KT 사원에서 대표이사로 올라선 상징적인 인물입니다. 1964년생으로 서울대 산업공학과, KAIST 경영공학 석사와 박사를 취득했습니다. 1987KT에 입사해 경영지원총괄, 경영기획부문장을 거쳐 커스터머&미디어부문장을 역임했습니다.

구현모 사장의 CEO 등극은 KT 입장에서 여러모로 의미가 남다릅니다. KT는 과거부터 항상 CEO 선정 과정에서 청와대 등 정치권 압력을 받아왔었죠. 이번에는 달랐습니다. 통신업계는 구현모 사장을 가리켜 신입사원부터 시작해 CEO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로 평가합니다. 그는 KT 일반 연구원부터 시작해 33년 동안 줄곧 KT에서 근무했습니다. 정통 KT맨으로 통했습니다. KT 주요 부서를 두루 거쳐 회사 경영과 관련해 최고의 전문성과 지식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구 사장은 56세입니다. 요즘 재계 트렌드에 맞는 ‘50대 젊은 사장입니다. 5G 서비스 안정화와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라는 KT 미래 비전에 적합한 인물입니다. 회사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이번 대표이사 인사에 대해 노조 등 내부 반발도 적었다고 합니다. 앞서 황창규 KT 회장과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왔다는 점에서 KT의 사업 연속성에도 이점이 있습니다.

KT 내부에서도 구 사장에게 기대하는 바가 상당히 큽니다. 그만큼 그 앞에 놓인 과제도 만만찮습니다. 일단 조직을 하나로 뭉치는 작업부터 필요합니다. 이번 대표이사 선임과정에서 후보만 무려 30여명이 넘었다고 합니다. 조직이 분열되는 조짐도 있었다는 후문인데요. 이제 다시 구성원들을 하나로 단결시키는 게 필요합니다.

KT는 거대 조직입니다. 그래서 의사결정이 느리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통신사업처럼 트랜드에 발 맞춰 빠르게 대응해야 하는 업태에서는 문제가 될 수 있겠죠. 복잡한 조직 시스템에서 벗어나 ICT 스타트업처럼 수평적이고 슬림화된 조직개편도 필요해 보입니다. 이번에 진행하는 내부 조직 개편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사업으로 보면 신규 먹거리도 중요합니다. 올해는 사실상 5G 서비스 경쟁이 본격화될 겁니다. 통신사인 SK텔레콤, LG유플러스는 물론 글로벌 기업인 구글, 넷플릭스, 마이크로소프트 등과 경쟁도 하지만, 때론 협업을 해야 합니다. 기술적인 경쟁우위를 위해서는 M&A도 고려해야 합니다. SK브로드밴드는 티브로드 인수했고 LG유플러스는 CJ헬로 인수하는 미디어 분야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구 사장은 새로운 KT, 혁신하는 KT를 보여줘야 합니다. 각종 외압에 시달렸던 KT에 모처럼 적합한 CEO가 등극을 합니다. 여러모로 그의 어깨에 막중한 무게가 실리고 있습니다.

 

- 장은정 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신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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