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을 성장단계와 유형별로 구분, 가능성 있는 기업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지원하되 그렇지 못한 기업은 신속히 퇴출시키겠다는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대책이 발표됐다. 중소기업이 인력을 채용할 때 1인당 월 120만원을 지급하는 인력채용장려금 지원내용도 들어있다.
재경부에 따르면 중소기업 가운데 70% 이상이 사장이나 임원의 개인대출을 통해 사업자금을 조달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대상 7천여 중소기업 중에서 20.6%만 올해 투자계획이 있을 뿐 49%는 아예 투자계획을 세우지 않았으며 30.4%는 계획했던 투자도 유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능성 있는 기업을 선별해서 지원한다는 정책은 그럴듯하다. 하지만 실효성은 의문이다. 중소기업의 기술력과 성장가능성을 평가하고 선별할 능력을 가진 당국은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일시적인 자금난을 겪는데도 부실을 우려한 금융회사들이 대출을 회수함으로써 우량 중소기업을 회생불능에 빠뜨릴 가능성이 걱정된다.
인력채용장려금 지급계획에 중소기업은 크게 반길 것 같지만, 반응은 그렇지 않다. 사업 확장이 필요하면 돈을 빌려서라도 인력을 채용하는 것이지 장려금을 지원한다고 채용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올 세계경제는 20년만의 고성장호황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은 성장억제책을 쓰는데도 질주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 경제도 활기를 띠고 있다. 우리만 머뭇거리면서 2만불 소득을 노래하고 동북아중심을 꿈꾼다.

투자확대 위해 불확실성 제거

위기경제의 탈출구는 투자확대 뿐이다. 투자가 늘어나지 않는 것은 불확실성 때문이다. 무엇이 불확실하냐고 대통령이 역정을 내도 기업이 불확실하다고 느끼면 불확실한 것이다. 재벌그룹 총수들을 모아놓고 투자약속 받아내고 중소기업 대표들을 모아놓고 중소기업 중요성을 강조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대기업 노동자들이 임금인상 투쟁을 벌이고 과도한 임금을 받으면 그 부담을 고스란히 하청중소기업 노동자들이 떠맡는다. 주5일제 시작이 본격화됐다. 일자리 있는 사람은 많이 놀고 실업자는 아예 논다. 노동시간을 줄인 만큼 고용이 늘어날 것이라는 건 당초부터 기대될 수 없는 일종의 꼼수였다. 휴식처럼 즐거운 일이 어디 있으랴만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했다. 먹고살 걱정은 어디다 맡겨두고 노는 타령을 이토록 철저하게 하는 나라는 어디에 있는가. 이미 우리는 남미형 경제로 빠져들었다.

中企부담주는 환경 개선 시급

노는 타령을 하는 우리와는 달리 독일 영국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은 불황과 재정난, 동유럽 및 아시아 국가들의 맹추격 때문에 노동자들의 휴가일수가 줄고 근로시간이 다시 길어지고 있다. 예컨대 독일 지멘스 무선전화공장에서는 35시간이던 근로시간을 임금증가 없이 40시간으로 연장하기로 합의했다고 외신은 전한다. 임금이 싼 헝가리로 공장이전을 검토하겠다는 경영진에게 노조의 양보는 불가피했다는 것이다. 다른 작업장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인다. 영국과 프랑스도 근로시간 연장을 다시 검토하고 있다. 우리의 노조는 살길을 찾아 기업들이 중국 등으로 떠나는 걸 보면서 무엇을 했는가.
사정이야 어떻든 중소기업의 사활은 중소기업 스스로에게 달려있다. 중소기업의 자금난은 중소기업이 시장경쟁력을 확보하는 등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해소될 수 없다. 중소기업은 기술력과 제품개발력을 높이는데 목숨을 걸어야한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건 중소기업에 부담을 주는 환경의 개선이다. 중소기업문제는 중소기업 스스로 풀기 어려운 게 많기 때문이다. 정책당국이 관심을 쏟아야할 대목은 바로 이것이다. 링거주사로는 중병에 걸린 중소기업이 살아날 수는 없는 것이다.

류 동 길
숭실대 경제통상학부 명예교수
yoodk99@hanmail.net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