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고통의 현장을 한 눈에 알 수 있는 곳, 한 번씩 방문하는 중소기업 홈페이지의 요즘 모습을 보면 한 마디로 썰렁하기 짝이 없다. 사이트 갱신은 커녕 지난해 공지사항이 그대로 남아있고, 상업성 광고만 차곡차곡 올라와 있다. 스팸광고가 쌓여 있는 것을 보면 서버가동에는 이상이 없나 본데, 문제는 고객을 잃어버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이 단절돼 있는 중소기업 홈페이지라면 기업사정은 불을 보듯 뻔하다.
고객관계 단절에 이은 또 하나의 고통은 역시 중소기업에 대한 투자 부진이다. 불투명한 경제전망으로 기업투자 역시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다. 투자여력 부재로 신기술이나 신제품 개발은 꿈도 꾸기 어렵고 기업가동마저 허덕거리게 만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더해 중소기업을 고통스럽게 하는 진짜 이유는 ‘비전 상실’이다. 비전이야말로 중소기업에게 생명력을 유지시켜주는 본질적 요소임이 분명하다. 중소기업이라고 비전이 본래 없었던 것이 아니라 급변하는 기업환경으로 ‘상실해 버린 것’이 됐다.
현재의 중소기업들은 고객과의 단절, 투자 부진, 비전 상실이라는 또다른 ‘중소기업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인력, 자본 및 기술의 부족에서 비롯되는 기존의 중소기업 삼중고는 차치하고 말이다. 그나마 살아 있다고 하는 수출경기는 본래부터 중소기업과는 다소 거리가 먼 이야기이다. 중소기업 고유업종제라는 마지막 보호벽까지 거두어지고 있고, 대기업과의 정보격차도 확대일로에 있다. 이러한 현실을 감안한면 우리의 중소기업들은 실로 4중, 5중의 고통을 겪고 있는 셈이 된다.

중소기업 ‘신 3重苦’시달려
처방은 원인 진단에서 나오는 것이므로 중소기업 삼중고의 원인을 찾아보는 일은 중요하다. 첫째는 역시 ‘규모의 경제’ 이점을 수혜하기 곤란하다는 태생적 한계에서 찾을 수 있다. 필자가 강조해 왔듯이 아무리 정보사회로 이행된다 한들 ‘규모의 경제’ 원리는 여전히 유효하다. 대기업과 똑 같은 비용으로 CF를 내보내야 하며, 기술개발비는 기업규모를 차별하지 않는다.
둘째, 중소기업은 인식의 전환(paradigm shift)에서 한 템포 늦은 편이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인들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비전을 찾을 수 있는 여유를 갖지 못한다. 적은 인력 때문에 중소기업 CEO는 만능 탤런트로 역할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中企대책 장기플랜 마련해야
셋째 원인은 경계(border)의 철폐에서 비롯된다. 부문간 경계가 희미해지는 회색지대(gray area)에서 중소기업이 경쟁하기란 여간 곤란할 수밖에 없다. 최근 중소기업 고유업종제의 점진적 폐지가 의미하는 것도 ‘경계 철폐의 시대’가 가시화되고 있음을 반증한다.
중소기업의 태생적 한계, 인식의 전환 지연, 그리고 경계 철폐의 시대 도래는 요즘 ‘중소기업 삼중고’의 일부 원인일 뿐이다. 이러한 고민은 과거 방식의 문제인식으로는 좀처럼 해결하기 곤란하다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중소기업 당면과제의 전체를 훑어보기는 어렵지만 이들 세 가지 포인트에 좀더 관심을 가진다면 우리 중소기업들의 한숨을 돌리는 데에 다소간 도움이 되리라 판단된다.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 대책은 항상 이와 같은 3중의 과제 해결을 저변에 깔고 시작돼야 한다.
중소기업은 모든 것이 대기업과는 다른 상황에서 움직인다. 주5일 근무제만 하더라도 이는 중소기업과는 거의 무관하며, 웰빙 이야기는 꿈도 꾸기 어렵다. 그래도 중소기업은 살아야 한다.
중소기업은 개미군단이며, 개미군단이 무섭기 때문이다. 자포자기하는 중소기업인을 만들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나 역시도 바로 중소기업인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라. 중소기업의 고통은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언제까지나 안고 가야 할 장기적인 문제이다. 중소기업 대책은 한국경제를 부흥시켰던 경제개발 5개년 계획처럼 장기플랜으로 구상돼야 한다. 그것도 5회차 이상으로 말이다.

박 문 서
호원대학교 무역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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