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자본손실보다 소비 심리위축 등이 부정적 영향 초래
재난대응 인프라 구축·전문인력 양성·소부장 자립 제언

전염병의 피해는 자본손실을 야기하는 자연재해와 달리 불안심리 확산으로 경제에 예기치 못한 충격을 미치지만, 일단 확산이 진정되면 경제가 빠른 속도로 회복하는 경우가 많다는 분석이 나왔다. 따라서 향후 기후변화로 전염병, 자연재해의 위험도가 높아지고 있는 만큼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체계적인 재난대응시스템 등 관련 인프라 구축과 전문인력 양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은은 최근 해외경제 포커스에 실린 주요 전염병과 자연재해로 인한 경제적 영향 및 시사점보고서에서 2000년 이후 주요 전염병과 자연재해 사례를 살펴본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2002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2015년 국내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20142016년 에볼라 등 사례를 담았다.

세계보건기구(WHO) 등 국제기구 집계에 따르면 이들 전염병의 경제적 손실액은 사스가 400억달러, 메르스(국내)23000억원, 에볼라가 220억달러로 추산됐다.

보고서는 전염병은 스페인독감과 같은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인적·물적 자본손실에 따른 직접적인 영향보다는 전염병 확산에 따른 불안 및 경제심리 위축 등을 통해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불안심리가 크게 고조될 경우 조업중단 등으로 생산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사스 확산 2분기에 그쳐

사스는 중국내에서 크게 확산되면서 민간소비 위축, 외국인 관광객 감소 등을 통해 중국경제 뿐 아니라 일부 인접국에도 단기적으로 상당한 영향을 초래했다. 메르스도 높은 치사율로 우리나라에서 경제심리를 위축시키며 서비스업과 민간소비를 중심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사스의 집중적인 확산 기간은 20032분기 정도에 그쳤고, 국내 메르스도 확산 기간이 3개월 정도로 짧았다. 다만 에볼라 바이러스는 미흡한 방역체계 등으로 장기간 확산이 지속되면서 성장세를 크게 둔화시켰다.

반면 대규모 자연재해는 직접적인 인적·물적 자본손실을 초래해 생산활동을 저해하고 경제심리를 위축시키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1970년 이후 현재까지 약 7000여건의 자연재해로 인해 최소 2조달러 이상의 경제적 손실과 250만명의 인명피해가 난 것으로 집계됐다.

자연재해 사례로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경우 미국 내 소비심리를 위축시키고 석유·천연가스의 생산과 운송에 차질을 초래했으나 신속한 재해복구에 힘입어 빠른 시일내에 회복했다.

2011년 일본에서 일어난 동일본 대지진은 주요 산업 및 기간시설 파괴 등으로 중간재 공급망이 훼손되면서 일본경제는 상당기간 생산활동이 위축됐다. 2004년 남아시아 지진해일의 경우 남아시아 및 동남아시아 지역에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했으며 관광산업과 민간소비를 중심으로 피해국들의 성장세가 상당기간 둔화됐다.

 

핵심부품 거래처 다변화해야

따라서 과거 사례를 종합해볼 때 자연재해는 피해시설의 복구 정도에 따라 경제 회복속도가 상이한 모습을 보였지만, 전염병의 경우 확산세가 진정되면 빠른 속도로 회복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보고서는 평가했다.

보고서는 한국은 전염병과 자연재해에 대한 전반적인 위험도는 높지 않은 것으로 평가되지만, 기후변화 등으로 발생 빈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는 만큼 체계적인 재난 대응 시스템 구축과 전문인력 양성이 긴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어 핵심 부품·소재를 국산화하고 거래처를 다변화해 주요 교역 상대국의 재난에 따른 중간재 수급 차질 등 공급망 훼손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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