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수의계약제도 개편을 위해서는 임의규정으로 돼 있는 공공기관 구매 규정의 강제화와 단가인하에 따른 채산성 악화 방지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또 운영상의 문제로 제도 폐지까지 거론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는 것이 중소기업인들의 반응이다. 지난 24일 과천 국립기술표준원에서 개최된 ‘단체수의계약제도 개편방안 공청회 내용을 지상 중계한다.

▲이기우 중소기업청 기업성장지원국장=단체수의계약제도는 지난 1965년 시작돼 40여년간 유지됐다. 98개의 주요 공공기관과 170개의 중소기업협동조합 및 1만3천여개의 조합원이 구매자와 판매자로 참가하고 있다.
단체수의계약제도의 문제점으로 우선 경쟁 제한적 성격에 따른 신규진입제한 및 경쟁력 약화를 들 수 있다. 신규진입 억제와 제도에 안주, 기술개발을 경시하고 장기적으로 경쟁력 강화에 역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두 번째 문제점으로는 물품지정상 참여조합의 적격성 판단기준이 미흡하고 물품지정의 비합리성을 지적할 수 있다. 또한 조합과 납품기업의 불공정한 행위 등 물품배정 및 납품 과정상의 문제점으로 나눌 수 있다.
이에 따라 단체수의계약제도를 폐지하고 현행 단체수의계약 품목을 중소기업자간 경쟁품목으로 전환시킬 예정이다.

경쟁품목으로 전환 예정
과당경쟁방지 및 영세한계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등급별 경쟁제도 및 저가입찰가격조사제도를 도입하고 중소기업자의 수주기회 확대를 위해 중소기업제품구매촉진 범위에 공사·용역도 포함시킬 방침이다. 공공기관의 중소기업제품 우선구매 이행력 확보를 위해 공공기관의 중소기업제품 구매목표비율제도를 도입하고 조합기능 활성화를 위해 5년간 한시적으로 적격조합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다. 유사수의계약 수혜기업의 하청기업화를 방지하기 위해 농공단지 및 보훈·복지 단체 등에 대한 유사수의계약제도 운영의 투명화를 추진할 예정이다.

구매규정 강제화해야
▲송장준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단체수의계약제도는 중소기업의 판로확보를 위해 도입된 산업정책이다. 제도 폐지논란은 이 같은 산업정책과 자유경쟁체제 사이에서 발생되는 충돌현상이다. 단체수의계약제도가 운영상의 문제점은 인정되지만 판로확보의 성공적인 정책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단체수의계약폐지 후 대체될 중소기업간 경쟁제도에 대해서는 생각할 문제가 많다.
우선 구매기관을 강제할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단체수의계약 또한 임의규정으로 돼 있어 판로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던 만큼 어떠한 제도가 새롭게 도입되더라도 임의규정으로 돼 있는 한 실효성 문제가 제기될 것이다.
또 개별입찰 및 경쟁체제로 갈 경우 구매기관에서는 중소기업자 확인 및 저가 입찰가능성에 대한 조사, 납품지연 및 하자에 대한 사후관리 등 협동조합에서 대행했던 일들을 직접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엄청난 행정수요를 촉발할 것이다. 덤핑수주를 막기 위한 조사 또한 수십만건에 달해 입찰내역을 일일이 조사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와 함께 정보제공, 업체간 네트워킹 구축, 규모의 경제 역할을 충실히 한 협동조합의 순기능을 도외시해서도 안 될 것이다.
▲김태형 공정거래위원회 단체과장=단체수의계약제도는 지금까지 중소기업 보호에 크게 기여해 왔다. 그러나 지금은 경제상황이 많이 바뀌어 이 제도가 중소기업을 진정으로 지원하는 제도인지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경쟁제도 보완 방안은 중소기업간 경쟁을 최대한 저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논의돼야 하며 시장 내 경쟁촉진요소 도입 형태로 나타나야 할 것이다.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중소기업은 산업공멸의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경쟁력 확산에 제도개편의 초점이 맞춰져야 할 것이다.
▲주대철 한국정보통신공업협동조합 이사장=정부가 단체수의계약의 대안으로 제시하는 중소기업간 경쟁제도는 이미 96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제도로 정부에서는 마치 처음 도입하는 것처럼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 경쟁제도는 이미 덤핑입찰과 하도급 부작용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두 제도의 작년 구매 실적을 보면 단체수의계약이 4조8천억원인 반면 경쟁제도에 의한 계약은 1천억원에 불과해 구매기관들마저 경쟁제도를 기피하고 있다.
정부의 조달시장은 중소기업들에게 인큐베이터적인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경쟁 제한적 요소가 있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카르텔 운운하면서 제도폐지를 주장하는 것은 현실을 모르는 말이다. 운영상의 문제점을 해결하면 될 것을 제도폐지와 연계시켜서는 안 될 것이다. 중소기업들도 정부에 피부에 와 닿는 정책을 만들어 달라고 할 권리가 있다.
▲김홍석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단체수의계약제도는 60년대 중소기업과 대기업간의 과당경쟁과 이로 인한 하청기업화를 막기 위해 제정됐다. 단체수의계약제도는 중소기업의 저수익 구조 탈피과정에 큰 버팀목으로 역할을 해 왔지만 시대상황의 변화에 따라 경쟁체제로의 전환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이 같은 체제변화는 생산 중소기업의 보호와, 중소기업에게 우호적인 공공구매제도 창출 범위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 특히 구매기관의 이행담보력 확보에는 중기청 자체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생산 중소기업 및 직접생산, 등급제 구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수적이다.

운영상 문제점 개선가능
▲이수묵 (주)하재 대표이사=정부의 정책은 대부분 논리만으로 접근한다. 직접 중소기업에 와서 경영해보고 단체수의계약제도 개선 여부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 그러나 이미 정부는 제도 폐지로 입장을 굳히고 일련의 절차를 밟는 것이 아닌가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23년간 단체수의계약을 경험해오고 있다. 일부의 지적대로 제도에 안주해 있어 기술개발을 소홀히 하고 경쟁력이 떨어졌다면 지금까지 회사가 유지될 수 없다.
수요기관에서 요구하는 품질수준을 맞춰야 하기 때문에 기술개발은 필수적이며 경쟁체제가 도입된다고 해서 기술개발 투자를 더 한다는 보장도 없다. 공공기관 구매 단가가 높게 형성된다는 지적 또한 비 현실적으로 현금을 받아 융통할 수 있으니 납품할 뿐 민간부분과 차이가 별로 없다. 단체수의계약제도 운영에 문제가 있지만 폐지를 먼저 논의하기에는 이르다.

◇사진설명 : 중기청은 지난 24일 과천 국립기술표준원에서 단체수의계약제도 개편을 위한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번 공청회는 당초 지난달 30일 열려다 연기된 것인데 정부, 업계, 학계, 연구기관, 구매기관 관계자 등 250여명 정도로 참석 인원이 제한됐다.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