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김지찬 LIG넥스원 사장과 비궁

코로나19 위기로 전 산업이 모두 어려움을 빠져 있는 가운데 좋은 소식도 간간이 들려옵니다. 특히 국방 안보를 책임지는 방위산업계에서 낭보가 최근 있었는데요. 김지찬 LIG넥스원 사장은 유도로켓 비궁이 미국 국방부 주관 해외비교시험을(FCT) 통과했다고 밝혔습니다. 2.75인치 유도로켓 비궁은 국산 유도무기 중에서는 처음으로 미국 국방부가 주관하는 성능검증 프로그램에서 우수성을 인정받았습니다.

세계 무기시장에서 미국은 가장 큰 소비시장으로 불립니다. 흔히 미국을 천조국의 나라라고 하는데 여기서 천조1000조원의 국방예산을 쓰는 국가라는 뜻입니다. 미국 국방부가 LIG넥스원의 비궁을 인정했다는 건 곧 해외사업 확대를 위한 자격증을 따낸 거란 마찬가지입니다.

LIG넥스원은 비궁과 같은 유도무기로 전체 매출의 60% 기록 중입니다. 유도무기는 쉽게 말해 정밀타격(PGM) 무기체계입니다. 목표물이 정지 상태라면, 맞추는 거야 쉬울 수 있는데, 예를 들어 함선, 전차, 항공기 같이 이동을 하는 목표물을 파괴하려면 비궁과 같은 유도무기가 필요합니다. 비궁은 해상 이동표적에 대응하는 유도무기입니다.

비궁이라는 이름도 특이합니다. LIG넥스원의 주된 제품군으로는 비궁과 현무가 가장 대표적입니다. 이밖에는 현궁 등 지상유도무기, 신궁과 천궁, 비호복합 등 대공유도무기, 해궁과 비룡, 해성 등 해상유도무기 등이 있는데요. 국산 전술 유도무기들의 명칭에 활 궁()’ 자가 붙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비궁의 이름에서 비는 날 비()’자를 쓸 수도 있는데 비수 비()’자를 쓰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애당초 개발 단계에서 프로젝트명이 메두사였다는 점에서 뭔가 확실한 임팩트를 한자에서도 준 거 같습니다.

한국의 전략무기는 대부분 국방과학연구소와 합작으로 연구개발을 합니다. 비궁은 201212월부터 201512월까지 3년에 걸쳐 공동개발을 했고 LIG넥스원은 핵심 개발업체로 비궁 제작에 참여했습니다. 이제 비궁에 대한 국제적인 성능인증을 평가 받았기 때문에 LIG넥스원은 비궁을 앞세워 전략시장으로 삼고 있는 중동, 중남미, 동남아시아 등을 정조준 하고 있습니다.

LIG넥스원의 김지찬 사장은 지난 1987LIG넥스원에 입사해 30년 넘게 방산업계에서 일한 방산 전문가입니다. 지난 20183월 대표이사 자리에 올라 경영 정상화를 이끌고 있습니다. 이전까지 LIG넥스원의 실적은 좀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김 사장 취임 이후 최근 2년 동안 LIG넥스원의 순손실을 순이익으로 돌려놓는 경영쇄신을 이룩합니다. 이번 비궁의 낭보를 발판으로 중장기적인 수주잔고도 크게 늘어날 걸로 예상됩니다.

보통 방위산업체는 수주잔고가 중요한 경영지표 중에 하나입니다. 조선업이나 항공업 쪽의 제조회사와 비슷한 환경이죠. 제조주문을 미리 받아 긴 제작기간에 들어가는 형태입니다. LIG넥스원은 2019년말 수주잔고 61840억원를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2018년말 대비 9% 늘어난 것인데요. LIG넥스원 창사 이래 처음으로 수주잔고 6조원을 넘긴 겁니다.

다만 아킬레스건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해외사업에서는 국내사업과 비교해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겁니다. 김지찬 사장은 LIG넥스원 대표에 오른 뒤 국제 주요 방산전시회에 적극 참석하면서 해외영업에 전력을 다했지만 오히려 해외매출은 감소하고 있었습니다. 지난해 해외매출은 불과 1861억원. 김 사장이 취임하기 전인 2017년말보다 13% 줄어든 성적표입니다.

그래서인지 해외 매출 확대가 필요한 절묘한 타이밍에 이번 비궁의 경쟁력 향상 소식은 LIG넥스원을 들썩이게 하는 요인이 되기에 충분해 보입니다. 이번 미국 국방부 주관 테스트에서 비궁은 특정조건에서 10발을 발사해 모두 목표에 정확히 맞췄다고 합니다. 백발백중의 성능으로 세계시장을 조준하고 있는 LIG넥스원의 전투력이 어느 때보다 힘차 보입니다.

 

- 장은정 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신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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