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즙·풍미 올리고 신선도 높여 소비자 발길 잡아

베스트버거로 제2도약 신바람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모이는 곳, 심지어 줄이 길게 늘어지는 곳이 있다. 약국 앞에서 마스크를 사려는 사람들 이야기가 아니다. 점심시간이 되면 긴 차량 행렬이 이어지는 곳, 바로 한국맥도날드 드라이브 스루 매장이다.

한국맥도날드가 달라졌다. 맛이 좋아졌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선 한국맥도날드 햄버거에 대한 호평이 자자하다. #갓도날드 #킹도날드 같은 해시태그와 인증샷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달라진 맛에 대한 소비자 리뷰도 솔직하게 올라오고 있다. 한국맥도날드가 달라지고 있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한국맥도날드의 인기가 이 정도까진 아니었다. 최근 2~3년 한국맥도날드는 생각지 못한 홍역을 치루기도 했었다. 한때 식품위생법 문제까지 제기됐지만, 모두 무혐의로 일단락이 됐다. 대부분의 국내 프랜차이즈 기업들이 한번쯤 겪을 수 있는 위생 이슈가 있었던 것이다.

새 대표, 맛 개선으로 승부수

이 사건으로 인해 한국맥도날드는 곤욕을 치렀다사실 여부를 떠나 한번 고개를 든 편견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연매출(2017)은 전년대비 20% 떨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맥도날드는 유한회사라 경영실적을 외부에 알리지 않고 있어, 정확한 실적 파악이 어렵다.

악화된 경영상황을 만회하기 위해서인지, 한국맥도날드는 마진율 관리에 들어갔다. 2018년 가격을 인상함과 동시에 일부 버거에 들어가는 빵을 저가형으로 교체했다. 자충수였다. 맛은 나빠졌는데, 값은 오히려 비싸졌다는 인식과 함께 소비자 불만이 터져 나왔다. 요즘같은 소셜 네트워크 시대에 기업 평판이 무너지는 건 한순간이다.

위기 의식을 느낀 걸까. 한국맥도날드는 올 1월 대표이사를 전격 교체했다. 전임 조주연 한국맥도날드 대표는 1월초 새해 비전을 발표한지 채 보름도 되지 않아 급작스레 사퇴를 밝혔다. 사퇴 이유는 개인적인 이유라고 전해졌다. 화려한 등장에 비해 쓸쓸한 퇴장이었다. 조주연 전 대표는 2011년 마케팅 임원으로 한국맥도날드에 합류, 2016년 대표로 선임됐다.

한국맥도날드 설립 이후 첫 한국인이자 여성 최고경영자(CEO)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햄버거병 등 풍파의 시기를 겪으며 빛이 바랬다. 조 전 대표는 지난해 햄버거병 이슈 대응팀을 꾸리고, 주방 공개에 나서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지만, 노력의 결실은 직접 거두지 못했다. 수익성에 중심을 둔 경영은 실패했다.

뒤를 이은 건 신임 앤토니 마티네즈 대표다. 앤토니 마티네즈 대표는 호주 맥도날드 크루(시간제 직원) 출신으로 호주 남부지역 총괄디렉터를 거쳐 한국맥도날드 대표에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앤토니 마티네즈 대표는 기본에 충실한 경영전략을 보여주고 있다. 바로 을 개선하는 것. ‘고객에게 최고의 버거를 제공한다는 목표 아래 식재료, 조리과정, 조리 기구 등을 개선하고 나섰다. 이는 맥도날드 본사 차원에서 주도하는 베스트버거전략이기도 하다. 베스트버거는 이미 호주와 뉴질랜드, 캐나다 등에 도입했고, 한국은 네번째 도입국이 됐다. 아시아에선 첫번째 국가다.

베스트버거는 크게 다섯 가지 부분에서 이전과 다르다. (버거 빵)은 고소한 풍미가 향상됐고, 패티는 육즙이 풍부해졌으며, 치즈는 부드럽게 녹여 패티와 조화를 끌어올렸다. 또 소스는 50% 양을 늘렸고, 채소는 보관시간을 줄여 신선도를 높였다.

보다 자세히 살펴보자. 패티는 양파를 그릴에 함께 굽는 방식으로 육즙과 풍미를 더욱 끌어올렸다. 또 한 번에 8장씩 굽는 방식에서 4장씩 굽는 방식으로 변화를 줬다. 소스는 뿌리는 기계를 교체했다. 기존 기계는 노즐 방식으로 소스가 한쪽에 몰리는 단점이 있었다면, 새 기계는 소스를 전체적으로 고르고 균일하게 뿌릴 수 있도록 개선했다. 또한 버거 특유의 풍미를 살리기 위해 소스의 양 자체도 늘렸다. 번도 보다 상급의 번으로 교체를 했고, 굽는 시간을 늘려 빵 안쪽의 촉촉한 식감을 살렸다.

맛 칼럼도 아닌데 굳이 맛의 포인트를 하나하나 따져보는 건 식사시간이 가까와져서 만은 아니다. 이를 통해 맥도날드가 얼마나 맛에 주의를 다시기울이는지를 확인할 수 있어서이다.

그렇다고 수익성 자체를 포기하고 손 놓은 건 아니다. 맛을 다잡는 동시에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일부 버거는 판매를 중단했다. ‘시그니처 버거가 대표적이다. 시그니처 버거는 맥도날드의 수제버거로 프리미엄 제품이다. 가격이 높다 보니 판매량이 적다.

미국 맥도날드도 단종시킨 바 있다. 한편 베스트버거는 모든 버거에 적용되며, 특히 대표 메뉴인 빅맥, 치즈버거, 쿼터파운더 치즈에서 큰 변화를 느낄 수 있다고 맥도날드 측은 전한다. 이른 바 선택과 집중을 통해 맛과 수익성을 모두 노리는 전략이다.

베스트버거 전략은 예상 외로 빠른 효과를 보고 있다. 소비자들 사이에 입소문이 돌며, 매출지표도 가시적인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한국맥도날드 측은 특히 1인당 평균 구매 단가 상승을 고무적으로 보고 있다. 3월 한달간 1인당 평균 구매액이 전년대비 15% 증가했다. 드라이브 스루 플랫폼인 맥드라이브는 매출은 30% 증가했다.

물론 코로나19의 영향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 사람들이 비대면 소비를 선호하다보니, 드라이브 스루와 같은 서비스에 일시적으로 몰린 효과도 크다. 월 분포만 봐도 그렇다. 1분기 동안 맥드라이브를 이용한 차량은 1000만 대로 집계되는데, 그 중에서도 코로나19가 가장 기승을 부린 3월에 이용 차량이 가장 많았다.

주문시스템 등 매장 디지털화 가속

이러한 상황이 한국맥도날드 측엔 좋은 기회가 됐다. 메뉴를 꽃단장하고 시음회를 준비하고 있는데, 때마침 배고픈 인파가 몰린 셈이랄까. 한국맥도날드에 대한 인식도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한국맥도날드 측에 따르면, 비대면 방식을 선호해 드라이브 스루 플랫폼을 이용하는 고객도 많아졌지만, 버거가 맛있어졌다는 입소문을 확인하기 위해 직접 오는 고객들도 부쩍 늘었다고 한다. 이와 함께 글로벌 대비 한국맥도날드의 약진도 눈여겨볼 만 하다. 미국 등 글로벌 맥도날드의 실적은 약 22% 감소한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러하다.

이같은 변화가 전적으로 새 CEO의 역량이라 할 수는 없다. 이미 2018년 하반기부터 한국맥도날드는 베스트버거 도입을 결정하고, 준비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내부 직원을 교육하고 실습하고, 시설 설비에 투자했다. 준비만 하고 미처 무대에 오르지 못한 이에게는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은 걸까. 새 대표는 스타트를 산뜻하게 시작할 수 있었다.

앤토니 마티네즈 대표는 한국맥도날드 매장의 디지털화에 더욱 힘을 쏟을 예정이다.

한국맥도날드는 2015년부터 매장 결제시스템을 키오스크(무인 결제시스템)로 전환하고, 배달 애플리케이션을 활성화 하는 등 주문 시스템을 디지털화하고 있다. 앤토니 미티네즈 대표는 이를 더욱 가속화 하겠다는 것. 현재 전체 매장 중 60% 정도 키오스크가 설치돼 있다. 한국맥도날드의 전체 매출에서 비대면서비스인 맥드라이브와 맥딜리버리(맥도날드의 배달서비스) 비중은 3월 기준 60%가 넘었다.

한편 코로나19가 잠잠해지기까지 버거 전쟁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버거킹은 맥도날드가 주춤한 사이 급성장했다. 2016266개였던 버거킹 매장 수는 현재 400개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맥도날드는 2018년 부실 점포를 정리한 이후 현재 410여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버거킹은 사딸라’ ‘묻고 더블로 가CF가 화제가 되며 소비자에게 더욱 친숙해지기도 했다. 롯데리아는 1330여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코로나19 이후엔 어떻게 달라져 있을까. 군침이 돈다.

 

- 차병선 기업전문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신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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