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주리 한의사의 아는 만큼 건강해집니다]
우리나라 식약공용 농산물을 활용한 식치 예방법 ① 국내생산 약용작물

하루에도 몇 번씩 20년째 받고 있는 질문이 있다. “몸이 좋아지려면, 그럼 뭘 먹으면 될까요?” 식치에 대한 질문이다. 이럴 때면 기본적인 얘기들을 먼저 해드린다. “몸에 좋은 것을 찾아 드시는 것보다는 안 좋은 음식을 멀리하는 것이 더 중요해요. 좋은 음식이라도 소식이 원칙이고요. 매끼니 김치 2~3종류 꼭 놓고 발효음식을 많이 챙겨 드세요.” 하지만 눈빛이 이미 그건 나도 알고 있다는 표정이다.

그럼 좀 더 심화시켜 대화를 이어나간다. “어머님은 맥진을 해보니 열이 위로 오르고 있는 체질이셔요. 혈압이 높고 눈충혈이 심하시니까 홍삼은 드시면 안 되고, 박하나 결명자를 달여서 차로 드시면 정말 좋아요.” 이런 말씀을 드리면 반응은 반반이다. 그런 것 말고 더 좋은 걸로 권해달라는 분이 계시는 반면, 박하와 결명자가 귀한 인삼보다 좋은 줄 몰랐다며 놀라는 분도 계신다.

너무 당연한 말이지만, 자연에는 귀천이 없다. 다만 사람이 기르기 번거롭고 구하기 힘들면 고가의 약재가 되었을 뿐이다. 내 몸에 딱 맞아야 세상에 둘도 없는 귀한 약재가 된다. 맞는다는 건 부족한 것은 채우고, 넘치는 것은 덜어낸다는 뜻이다. 그 방법이 식물 속에 있다.

지구상에는 약25~32만종의 식물이 존재한다. 고려대학교 강병화 교수는 한국에 자생하는 5000여종의 식물 중에서 섭취 가능한 3626종을 특성과 용도에 따라 식용과 약용으로 분류했다.

생으로 먹거나 조리해 식용하는 식물은 1527, 약으로 쓰이는 식물은 2190종이다. 식용과 약용의 분류기준은 약효성분의 유무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음식으로 만들었을 때 다른 식재료와 잘 어울리며 맛과 풍미를 해치지 않는 식물이 식용, 그렇지 않은 것이 약용이 된다.

우리나라에는 대한민국약전대한민국약전외한약(생약)규격집601품목의 생약이 등재되어 있는데, 그 중 식품원료로도 사용이 가능한 115개의 품목을 식약공용한약재라고 칭한다. 동일한 약용작물이지만, 사용 용도에 따라 유통 및 품질관리기준이 달리 적용되고 있다. 그 중 동물성인 녹용, 녹각을 제외한 113개 중 사인, 용안육, 계피, 육두구 등 기후조건이 맞지 않아 국내생산이 힘든 19개의 품목은 전량 수입한다. 그 외 구기자, 감국, 진피처럼 국내에서 대량 생산되는 것도 있지만 모근, 토사자, 형개와 같이 소량 생산되어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작물들도 있다. 이들 식약공용농산물이 식치에 사용된다.

우리나라 약용작물은 인삼과 인삼 아닌 식물로 구별될 정도로 분류 통계 및 연구논문 등에서 현격한 차이가 난다. 일면 인삼은 모든 사람에게 다 맞는 만병통치약으로 과대평가 되어있고, 지황이나 구기자, 산약과 같은 식물은 과소평가 되어있다. 독보적인 식치 문헌을 보유하고, 체질별 식치로 응용할 수 있는 약용작물들이 이 작은 땅에 골고루 자라고 있는데도 말이다.

식치 산업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꼭 필요한 분야이다. 평상시의 면역력을 안정된 상태로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면역력이 낮으면 쉽게 감염되고 재감염의 우려가 높거나, 슈퍼전파자가 된다. 반면 면역력이 지나치게 항진되어 있으면 염증반응이 심하게 나타나서 후유증을 깊게 남기게 된다. 우리는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그 보석 같은 지혜가 우리 민족의 식치 문화 속에 깃들어 있다.

 

- 최주리 한의사(창덕궁한의원 원장)

- 한국한의산업협동조합 제공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