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업동향]휘청거리는 디즈니

디즈니가 역대급 재정난을 겪고 있다. 최근 월트 디즈니사는 2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디즈니가 밝힌 2분기 매출액은 180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1% 늘었다.

반면 코로나19발 충격으로 테마파크, 영화 배급 등 주력 사업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전체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7% 감소한 241600만 달러로 집계됐다. 가장 타격이 컸던 테마파크 부문의 영업이익 감소폭은 무려 58%에 달한다. 이로 인해 디즈니 2분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91%가 줄어든 47500만 달러에 그쳤다.

디즈니는 보도자료를 통해 코로나19로 인해 중대한 재정적 혼란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상황에 걸맞은 해명이긴 하다. 그러나 디즈니의 순익 감소 원인에 대한 또 다른 해석도 있다. 바로 지난해 이뤄진 20세기폭스 인수건이다. 미국 언론은 이에 대해 “(코로나19 같은)바이러스로 인한 피해는 결국 회복될 것이라며 그러나 엄청난 돈을 주고 인수한 21세기폭스는 향후 수년간 디즈니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지난해 3월 디즈니는 영화제작사 20세기폭스를 713억 달러(806000억원)에 사들였다. 미국에서 시장점유율 30%를 차지하는 디즈니는 지난해 영화 10편을 제작해 미국에서만 30억 달러(34000억원) 이상을 벌어들였다.

세계적으로는 73억 달러(82504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20세기폭스의 시장점유율은 약 12%. 디즈니는 20세기폭스 인수로 할리우드 영화시장 점유율 1위를 지킬 수 있게 됐다.

20171214일 디즈니와 20세기폭스는 인수합병을 발표했다. 당시 두 회사간 합의한 인수 가격은 514억 달러였다. 그러나 6개월 후 컴캐스트(Comcast)20세기폭스 인수전에 끼어들었다. 20세기폭스 인수를 두고 디즈니와 컴캐스트 사이에 입찰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디즈니는 원래 계획했던 인수가보다 훨씬 더 많은 액수를 제시할 수밖에 없었다. 과거 디즈니는 루카스 필름, 픽사, 마블을 인수했다. 이들 각각의 인수 금액은 20세기폭스에 지불한 것의 5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디즈니는 미래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스트리밍 사업에 크게 베팅하고 있었다. 디즈니는 새로운 스트리밍 플랫폼 디즈니 플러스에서 20세기폭스 스튜디오에서 제작한 콘텐츠를 보여주기를 원했다.

스트리밍 플랫폼 선구자 넷플릭스는 물론, 휴대폰 제조사 애플과 전자상거래 IT기업 아마존도 최근 영화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이들과 경쟁해야 하는 디즈니는 자사의 스트리밍 플랫폼 디즈니 플러스를 위해 콘텐츠가 더 필요한 상황이었다.

영상 플랫폼 전반에서 콘텐츠를 장악한다는 디즈니의 계획은 완벽해 보였다. 20세기폭스는 영화 아바타와 엑스맨 시리즈와 같은 수많은 블록버스터 영화를 소유한 회사다. 심슨, 모던패밀리 같은 TV상영물은 물론, 디스커버리와 내셔널지오그래픽, FX 같은 케이블 네트워크도 가지고 있다.

하지만 20세기폭스는 디즈니에게 저조한 실적을 안겼다. 엑스맨의 속편 다크 피닉스는 2019 디즈니의 3분기, 즉 디즈니와 20세기폭스 결합회사의 첫 번째 전체분기에 170만 달러의 손실을 안겼다.

올해 2분기 디즈니플러스는 비교적 괜찮은 실적을 올렸다. 코로나19로 인해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며 디즈니플러스의 유료가입자 수는 작년 말 2650만명에서 54일 기준 5450만명까지 늘어났다. 하지만 디즈니플러스를 포함한 국제 사업 부문의 분기 영업적자는 81200만 달러로 전년의 두 배를 훨씬 웃돌았다.

향후 전망도 녹록치 않다는 평가다. 잇따른 촬영·제작 중단으로 로키 등 오리지널 콘텐츠 방영이 줄줄이 늦춰지고 추가 콘텐츠 투자마저 어려워진 상태다. 미국 미디어 업계 관계자는 디즈니가 대규모 비용절감에 나설 경우 디즈니플러스의 콘텐츠 투자는 더 난항을 겪게 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초유의 재정난에 디즈니 간부들은 우선적으로 간부 임금을 감봉하며 위기를 극복하려 노력했다. 지난 2CEO 자리에서 물러난 밥 아이거는 디즈니 재직 당시 4750만 달러(581억 원)의 연봉을 받았고 밥 차펙 CEO 또한 기본 급여 250만 달러(30억원), 상여금 750만 달러(91억원), 성과급 1500만 달러(183억원)의 임금을 받아왔지만 이들은 디즈니 손실을 메우기 위해 임금을 반납했다.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ISS의 고문인 버넷 스튜어트는 디즈니의 현 재무상황을 이렇게 설명한다. “디즈니는 20세기폭스를 인수할 때 깊은 구멍이 났습니다. 회사를 인수할 때 그 정도까지 초과 지불하면 거의 돈을 돌려받지 못합니다. 전염병으로 인한 예기치 않은 타격을 고려할 때 20세기폭스 거래 타이밍이 잘못됐다는 것이 아닙니다. 700억 달러 이상의 거래는 처음부터 잘못됐다는 겁니다.” 인수 타이밍 보다는 천문학적인 인수금액의 후폭풍이 디즈니를 힘들게 하는 거 같다.

 

- 하제헌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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