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중앙회 ‘현황 및 애로조사’]
중소제조업 42% “연 평균 1억원 넘게 인증비용 지출”
업계, 강제인증은 KC·임의인증은 KS로 통합 촉구

서울에 있는 합판 제조업체 A사는 15명 직원의 소기업으로 연 매출 60억원 정도를 내고 있다. A사는 각종 인증제도로 인한 경영의 어려움을 호소한다. A사의 대표는 “1개 특허와 기술이 받아야 할 인증이 매우 많은데다가 대부분 중복되는 인증이 수두룩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 가지 예로 조달우수 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특허, 성능인증, 우수발명품, 굿디자인, Q마크 등 인증이 있어야 신인도 점수에 유리해 모든 중소기업이 인증획득에 뛰어든다문제는 소요기간이 1년 이상이나 걸리고 비용도 중복으로 발생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더 큰 문제는 대부분의 중소기업은 인증에 대한 정보도 없어 외부 컨설팅에 의존한다는 점이다. 이때 발생하는 컨설팅 비용만 기존 보다 2배 이상 소요되지만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이 지불하고 있다.

A사 대표는 성능인증, 우수발명품, 우수제품, NEP 등 유사한 성격을 띠는 인증이 너무 많기에, 인증 제도의 간소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중소기업들이 모두 각종 불필요한 인증에 시달리고 있는 실정이다. 같은 제품에 반복적으로 인증을 받는 것이 일상화돼 있다. 시험조건이 비슷한 인증을 중복해서 획득하는 거 자체가 하나의 과업으로 형성돼 있다. 중소기업 경쟁력 향상을 촉진해야 하는 인증이 부담이 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인증제도 남발 조장해

중소기업중앙회(회장 김기문)가 지난 18일 발표한 중소제조업 인증취득 현황 및 애로조사결과에서도 인증에 대한 업계의 고통이 그대로 드러났다. 이번 조사는 전국 300개 중소제조업을 대상으로 421일부터 27일까지 실시했다.

조사에서 중소제조업체가 인증취득 및 유지에 들어간 비용은 2019년도 평균 2180만원으로 나타났다. 응답 업체 63.7%가 비용이 부담된다고 응답했다. 중소제조업체 10곳 중 4(41.8%)은 연평균 1억원 이상을 인증비용으로 지출하고 있다. 특히 법정의무 인증이 아닌 납품처가 요구하는 임의인증도 상당하다. 공공구매시장에 진입하려면 각 기관에서 요구하고 있는 인증을 획득해야만 한다. 명목상으로는 임의인증이나 실질적으로는 강제인증으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임의인증이라고 하더라도 인증을 보유한 경우에 대해서만 우선구매, 의무구매 대상으로 선정하고 있어 판로가 부족한 중소기업은 인증을 획득하는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중소제조업체들은 임의인증을 취득하는 주목적으로 공공기관 납품을 위한 의무사항’(48.3%) ‘공공기관 납품 시, 인증에 따른 가점’(31.7%)을 꼽았다.

중기중앙회 조사에서 중소 제조업체의 평균 보유 인증 개수는 8.3개였다. 이 가운데 임의인증은 평균 4.9개로 절반에 육박했다.

특히 품목별 인증을 합산(동일 인증이더라도 A품목, B품목 따로 받아야 할 경우, 2개로 취급)하면 평균 보유 인증수는 37.2개로 크게 늘었다. 업종별로는 식음료가 평균 99.2개로 가장 많았다.

경기도에 있는 조명기구 B 제조업체는 임의인증을 정부가 강제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B업체 대표는 조달청 나라장터사이트에 접속해보면 조명기구 1가지에 인증이 10~20개씩 붙어 있는 걸 볼 수 있는데 동일한 제품 하나를 가지고 다양한 부처에서 수십 개의 인증을 받아야 하는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정부가 인증이 많은 제품에 가점을 주고 공공기관 납품에 유리하게 만들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주장했다.

B사는 품질이 동일한 제품에 인증이 몇십개 붙어있지만 정작 중요한 인증은 2~3개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B사는 불필요한 수십개 인증을 취득하고 유지하기 위해 많은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

 

같은 시험 항목도 기관별 중복인증

과도한 인증 요구는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LED 고효율에너지기자재 인증의 경우 색, 온도별로 전부 시험해 인증을 받아야 한다. 게다가 LED 가로등과 보안등기구는 시험 항목이 동일하지만 각각 시험인증을 달리 받아야한다. 동일한 시험 항목을 2번에 걸쳐 진행하기 때문에 비용만 2배가 든다.

경기도에 있는 LED조명 제조업체 C사는 “KS(국가표준)인증은 더 까다롭다“1년 주기로 공장 심사가 있어 매년 공인기관시험을 받아야만 한다고 실상을 전했다. 업계는 각 단체별로 난립한 각종 인증을 강제인증은 KC(안전인증), 임의인증은 KS로 통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중기중앙회의 조사에 따르면 중소 제조업체들은 인증제도 문제점 및 개선사항으로 동질 제품에 대한 반복적 인증(규격별)’41.7%로 가장 높았다. 짧은 유효기간(36.3%) 중복(유사)된 인증 종류(29.7%) 등 순이었다.

중소기업계는 부처별 인증제도 난립을 방지하기 위해 분야별 인증제도 총량제 추진을 요구하고 있다. 이미 해당분야 인증이 존재하고 있는 경우, 신규 인증을 받는 대신 기존 인증의 세부요건에 반영해 추후 인증 갱신시 적용하자는 것이다.

 

서류·양식도 담당자별 차이

인증 소요시간도 중소기업들에게는 부담이다. 조사에서도 인증 취득을 위한 평균 소요기간은 5.5개월로 조사됐다. 응답업체 55.7%는 소요기간이 부담된다고 답변했다. 현재 기관별, 인증별 요구하는 양식과 서류가 달라 인증서류 접수를 하는 데에도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현장에서는 양식을 채우기 위한 서류 준비 작업에만 3개월, 서류를 처리하는 데에 3개월이 소요돼 빨리 끝나더라도 총 6개월이 걸린다. 같은 인증이라 하더라도 인증기관 담당자에 따라 요구하는 서류, 양식이 다르다보니 업계에서는 혼선을 빚고 있기도 하다.

중소기업계는 인증제도 혁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기술개발을 하더라도 제품을 사업화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인증이 지나치게 많아 기업활동을 위축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중소제조업체들은 인증취득 애로해소를 위해 시급한 정부 정책으로 인증취득 비용 지원40.3%로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 서류의 간소화 및 표준화’(39.0%) ‘인증 기준(규격) 재정비’(9.0%) 등으로 조사됐다.

정욱조 중기중앙회 혁신성장본부장은 중소기업에게 복잡한 서류 및 절차, 시험·검사 비용, 소요기간, 정기검사, 인증 갱신 등은 많은 부담이 된다같은 품질 제품에 대한 반복적이고 중복된 인증을 요구하는 인증제도의 불합리한 부분은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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