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지난 15일 보안상의 이유로 미국의 기술과 장비를 활용한 반도체 제조사가 미국의 허가없이 화웨이에 반도체를 공급할 수 없다는 방침을 발표함에 따라 반도체 파운드리 업체인 TSMC가 화웨이로부터 신규 주문을 받지 않을 방침이다.

대만기업인 TSMC는 대만과 미국의 주식시장에 상장되어 있고 TSCM의 제작장비를 대부분 미국회사로부터 받고 있어, 이러한 미국의 제재를 따를 밖에 없는 입장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2019년도 미국의 상위 3개 반도체 설비업체들의 시장 점유율이 45%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또 다른 선두업체인 네덜란드의 ASML 역시 미국 시장에 상장이 되어있어 미국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제공]

이번 규제는 TSMC뿐만 아니라 기타 파운드리 업체, 전자설계자동화(EDA)업체와 팹리스(반도체설계전문) 업체와 같은 반도체 공급망에 있는 업체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전자설계자동화(EDA)시장의 상위 3개 업체도 미국 기업이기 때문에, 화웨이의 자회사인 하이실리콘은 새로운 칩 설계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화웨이는 현재 ▲스마트폰 용 고성능 AP (기린980(7nm), 990 (7nm), 1020 (5nm)) ▲ 5G 기지국용 칩 (티엔강, Tiangang 북두성 7nm) ▲ 데이터센터 및 클라우드 컴퓨터용 칩 (쿤펑(Kunpeng)(7nm), 어센드(Ascend)310(12nm), 어센드 910(7nm))를 TSMC로부터 공급받고 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이번 제재에 120일 간의 유예기간이 있어, TSMC에게 단기적으로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2019년  기준TSMC의 매출에서 화웨이가 차지하는 비중은 10~15%였는데, 향후 샤오미, 오포, 비보와 같은 업체들이 화웨이의 빈자리를 채울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장기적 측면에서는 이번 제재가 TSMC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카운터포인트 브래디 왕 연구원은 “TSMC가 핵심 고객인 화웨이를 잃게 되면서 TSMC는 향후3nm, 2nm 등 신규 프로세스를 개발하는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TSMC는 화웨이와 협력하여 신규 프로세스 개발을 지속해왔는데, 화웨이는 TSMC의 16nm을 주문한 첫 고객이었으며, 7nm, 5nm의 핵심 고객 중 하나이기도 하다. 신규 프로세스의 개발은 비용이 많이 들고 위험도가 높기 때문에 애플, AMD, 화웨이, 퀄컴과 같은 대기업만이 초기 개발 비용을 부담할 수 있다. 또 다양한 제품 및 고객을 통해 프로세스를 최적화하고 신규 프로세스를 늘리는데도 도움이 된다.”라고 언급했다.

이어, “화웨이의 스마트폰 매출이 다른 업체로 대체되면서, 미디어텍과 퀄컴이 반사이익을 볼 수 있는데, 이 두 업체는 모두 TSMC의 고객이기 때문에 직접적인 매출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미디어텍의 경우 비용 및 위험부담이 신규 프로세스보다는 이미 검증된 프로세스의 사용을 선호하기 때문에 TSMC가 화웨이와 진행했던 것처럼 공동으로 프로세스를 개발하는 것을 기대하기는 힘들 것이다. 또 기존 프로세스의 ASP가 신규 프로세스보다 낮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TSMC의 매출 역시 타격을 받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 박진석 연구원은 “이번 미국의 제제로 화웨이의 주요 사업군인 스마트폰, 5G기지국, 클라우드 사업 등에 영향을 미치면서 주요 반도체 수급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TSMC의 대체로 중국 최대 파운드리 회사인 SMIC를 활용하는 방안이 진행되고 있으나, TSMC와의 기술적 차이로 인해 단 기간 내 7nm 제품이 SMIC를 통해 조달될 가능성은 매우 낮은 것으로 보인다. 이번 화웨이 제재로 인한 가장 큰 수혜자는 단기적으로 삼성이 얻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TSMC를 제외하고는 7nm를 생산할 수 있는 파운드리 사업을 수행할 수 있는 유일한 업체이기 때문이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삼성 역시 미국과 중국의 압박을 양쪽에서 지속 받을 수 있어 안정적인 수혜를 확보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번 미국의 규제는 5G 인프라 칩 수요에도 영향을 미쳐, 장기적으로는 중국의 5G 개발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화웨이는 2019년 초 5G 기지국에 특화된 핵심 칩인 화웨이 티엔강(Tiangang, 북두성)을 전세계 최초로 런칭했고, 최신 5G 기지국 입찰에서 50% 이상의 점유율을 확보했기 때문에, 화웨이를 다른 업체로 대체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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