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창으로 불어오는 바람은 차다. 하지만 창문을 닿으면 덥다. 일교차가 커서 감기에 걸리기에 딱 좋은 그런 날씨다. 가을의 문턱에 접어들면서 왠지 모를 스산함이 가슴속을 후비고 들어온다. 영종대교가 생겨나고 찾아간 영종도. 그곳을 다시 찾은 것은 영화 실미도, 드라마 천국의 계단 등으로 널리 알려진 무의도를 찾기 위함이다.

도심과 인접해 있어서 그런지 사방에 영업집 투성이다. 영종도를 들어가는 데는 우선 여러 가지로 돈이 많이 필요하다. 그래도 유명세 탓인지 인구 밀집지역에 인접해 있는 덕분인지 사람들은 많다.
우선 인천국제공항으로 들어가는 데도 통행료(6,400원)가 만만치 않다. 그리고 5분도 채 안 걸리는 배를 타야 하는 무의도까지 왕복 뱃삯(차량 포함, 소형 18,000원, 기타 19,000원 1인당 2,000원)도 그렇다.
무의도에서 버스(1,000원)가 있기는 하지만 걷기에는 부담스러울 정도로 섬은 크다. 무의도는 영종도에서 불과 5백m 떨어져 있다. 288만 평의 섬에 6백여 명의 주민들이 모여 사는 작은 섬마을이다. 옛날, 안개가 많이 낀 날 어부들이 이 섬을 지나다 보면 섬이 마치 말을 탄 장군이 옷깃을 휘날리며 달리는 형상이나 아름다운 춤사위의 모습으로 보여 무의도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잠진도를 다리를 지나 선착장에 닿아 배에 오르면 어김없이 갈매기 떼가 날아든다. 먹이를 쫓아 날아오는 갈매기는 사람을 뒤덮을 정도로 가깝게 다가온다.
무의도 관광의 대명사는 하나개 해수욕장. 최근 영화 실미도가 흥행에 성공하기 전까지는 그랬다. 지금은 하나개 뿐 아니라 실미도를 찾는 사람도 많다. 실미도는 하루에 두 번 물길이 열린다. 물길이 열리면 돌다리를 따라 섬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개인 사유지여서 입구에서 입장료(1인 2,000원)를 받고 있다. 참고로 차는 밖에 두고 가는 것이 좋다. 어차피 실미도까지 걸어서 여행을 해야 하기 때문에 차량 이동은 그다지 많지 않다. 이곳에서 야영이 필요치 않은 사람이라면 5,000원이라는 돈 낭비를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실미도는 이웃 섬 무의도와 개펄로 연결돼 있지만 하루 2시간 물이 빠져 건너다닐 수 있기 때문에 오랫동안 무인도였다고 한다. 물때를 미리 알아보고 섬 안으로 들어가면 된다. 갯벌에는 자그마한 뻘게가 무수히도 많이 구멍을 파고 들락거리고 있다. 촬영지는 산허리를 하나 돌아 넘어야 한다. 기암이 어우러진 옴팍한 해안가. 세트장은 다 사라지고 영화 그림 팻말이 장면을 연상하게 한다. 소나무 숲과 모래사장이 어우러진 바닷가가 있어서 야영을 해도 괜찮다.
이곳을 벗어나 찾는 곳은 하나개 해수욕장(입장료 2,000원). 하나개는 섬에서 가장 큰 갯벌이라는 뜻이란다. 1km 길이의 해변은 썰물 때면 갯벌이 1백여m 넓이로 드러난다. 밀가루처럼 입자가 고운 모래와 갯벌이 뒤섞여 있다. 물이 가장 많이 빠진다는 사리 때는 바다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넓게 물이 빠진다. 날씨가 맑은 날이면 멀리 황해도 장산곶까지 보일 정도다.
바닷가에 원두막 식으로 지은 방갈로가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물이 들면 수상가옥에 들어 있는 것 같은 유별난 체험이다.
무엇보다 이곳에 사람들의 발길이 잦은 이유는 드라마 ‘천국의 계단’ 촬영세트장이 있기 때문이다. 세트장이라기보다는 잘 지어놓은 별장 같다. 굳게 잠겨진 창문 너머로 안을 살펴보니 공주와 왕자가 살았을 것 같은 뽀시시한 느낌이 배어 있다. 들어가지 못한 안타까움을 표시한 것일까. 건물에는 온통 ‘사랑한다’는 낙서가 그려져 있다.
바닷가에는 평일에도 많이 눈에 띈다. 물이 많이 빠지는 날에는 고동을 그냥 줍기만 하면 된다는 곳이다. 일몰 장면 또한 장관이다. 시간이 허락되는 사람이라면 호룡곡산 삼림욕장을 1시간30분 정도에 걸쳐 등반을 해도 좋다. 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일몰이 바닷가 아래서 보는 것과 어디 비교할 수 있겠는가?
이곳까지 들르면 대충 무의도를 다 보게 되는 셈이다. 하지만 소 무의도를 향하는 여객선이 있는 생꾸미와 무인도 섬을 지척으로 바라볼 수 있는 때무리 선착장을 빼놓을 수 없다. 물 빠진 갯벌에 빠져들 수는 없지만 그저 한적하게 여정을 마무리 할 수 있어서 좋은 곳이다.
무의도만으로 만족하지 못했거나 돌아 나오는 배편이 걱정된 사람이라면 영종도의 선녀바위와 을왕해수욕장에서 낙조를 감상하는 것이 좋다. 특히 기암이 어우러진 자그마한 선녀바위쪽은 권할만하다.
■대중교통 : 인천국제공항(3층 5번 출구)에서 선착장까지 가는 버스가 많이 운행한다.
■자가운전 :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인천국제공항이 표시된 이정표-영종 대교에 진입~영종대교를 건너 계속 직진하다보면 ‘화물터미널’, ‘공항신도시’, ‘화물터미널’이 적힌 이정표가 나온 뒤~용유, 무의라고 적힌 이정표를 따라 우회전 해안고속도로 따라 가다보면 무의도 잠진도가 적힌 이정표 좌회전. 선녀바위나 을왕리는 곧추 직진해 6-7km정도 가면 된다. 또는 월미도에서 배를 이용하면 된다. 갈 때는 육로를 돌아 나올 때는 배편을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별미집·숙박 : 무의도를 비롯해 영종도 일원에는 횟집과 조개구이집이 즐비하다. 시기에 따라 가격차이가 나지만 보편적으로 3만원선이면 푸짐하게 먹을 수 있다. 생꾸미 선착장 주변에 있는 부녀횟집(032-752-4554)은 조개구이를 시키면 해물 뚝배기가 나오는데 그 맛이 일품이다. 숙박은 팬션 무의아일랜드(www.muuiland.co.kr)가 가장 눈에 띄고 그 외에 여럿 팬션과 민박집이 있다.

이곳도 들러보세요 - 백운산 자락에 폭 파묻힌 용궁사
그저 인기 있음이 버거운 사람이라면 돌아 나오는 길에는 용궁사를 찾아보자.
용궁사(인천 중구 운남동, 인천광역시유형문화재 제15호)는 영종도 백운산 동북쪽 기슭에 있다. 용궁사는 무엇보다 가는 길이 아름답다. 한낮에도 햇살이 스며들지 못할 정도로 빽빽한 숲길. 고찰의 면모를 충분히 느낄 수 있는 길이다. 용궁사 절집은 가는 길에 비해 다소 초루하다.
신라 문무왕 10년(670) 원효가 창건했으며 1854년(철종 5년)에 흥선대원군에 의해 중수되면서 현재의 이름을 갖게 된 고찰이지만 왠지 활력은 느껴지지 않는다. 그러나 용궁사 느티나무(인천기념물 9)를 보면 이 사찰의 연혁은 가늠할 수 있다. 고목의 노화된 부분에는 시멘트 옷을 덧입어야 했다.
최근에 들러보니 다행히 그 모습은 사라지고 대신 그 앞에 쉴 수 있는 벤치를 만들어 두었다. 월미도 선착장 나오는 길목에 들러봐야 하지만 특별한 팻말이 없어서 찾기가 쉽지 않다. 마을 주민들에게 길을 물어보는 것이 좋다.

◇사진설명 : 무의도에서 가장 큰 갯벌이라는 뜻의 하나개해수욕장은 1㎞ 길이의 해변에 밀가루처럼 입자가 고운 모래가 깔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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