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인사이트] K바이오의 숨은 강소기업 ‘알테오젠’의 저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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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인사이트] K바이오의 숨은 강소기업 ‘알테오젠’의 저력
  • 중소기업뉴스
  • 호수 2272
  • 승인 2020.07.13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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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재 대표의 ‘무한도전’] 비대면 시대 ‘집에서 내가 놓는 주사’로 4조7000억 잭팟
일러스트레이션 신이경
일러스트레이션 신이경

“16000억원 받고, 47000억원 더!” 바이오 벤처 1세대인 알테오젠이 또 잭팟을 터트렸다. 지난해 1116000억원의 기술수출 대박을 친 지 6개월 만에 알테오젠이 최근 다국적 제약사와 47000억원의 대규모 기술수출을 계약하는 초대박을 친 것이다.

알테오젠은 정맥주사(IV) 제형을 피하주사(SC) 제형으로 바꾸는 플랫폼인 인간 히알루로니다제(ALT-B4)’에 대한 비독점적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47000억원은 단일 계약으로 한국 바이오산업의 새로운 역사다. 한미약품이 글로벌 제약사 사노피에 당뇨 치료제 후보물질을 51845억원에 기술 이전한 2015년 이후 최대 규모다.

현재 시점에서 다국적 제약사라고만 표현하는 건 계약 조건상 상대방을 당장 공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천문학적인 체결 금액도 금액이지만, 추후 기술수출이 완료된 이후 어느 다국적 제약사랑 손을 잡았는지 공개되면 알테오젠의 향후 비즈니스에 긍정영향을 미칠 게 뻔하다. 이래저래 알테오젠에겐 호재의 연속이다.

계약 주체는 아직 모르지만, 계약 내용 일부는 오픈돼 있다. 알테오젠은 계약금만 1600만달러, 우리돈 약 194억원을 받는다. 그리고 제품 임상개발, 판매허가, 판매실적에 따른 마일스톤 비용 386500만달러(46770억원)를 지급받게 된다. 이 가운데서 계약금은 반환의무가 없지만 마일스톤 금액 등은 임상 실패나 판매금액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는 하다.

 

피하주사 비중 10년새 두배 껑충

여기서 마일스톤비용은 단계별 기술료를 뜻한다. 개발단계에 따라 추가적인 비용을 지불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알테오젠이 개발 실패를 할 수도 있을까? 글로벌 제약사는 정맥주사제로 출시된 블록버스터 제품을 피하주사 제형으로 개발하는 게 목적이다. 무슨 뜻이냐면 난이도가 정말 높은 신약 개발과 다르게 피하주사 제형으로 개발은 실패 확률이 상당히 낮은 편이라는 의미다.

코로나19로 모두가 지쳐있는 와중에 그나마 K바이오 분야는 이렇게 주목받을 희소식이 있어 반갑다. 바이오벤처 1세대인 알테오젠의 CEO는 박순재 대표다. 올해 67세인 그는 LG화학(옛 럭키화학) 연구원 출신이다. 이후 한화케미칼 개발본부장, 바이넥스 부회장 등을 역임했다. 2008년 그가 알테오젠을 설립했을 당시만 해도 수많은 바이오 벤처기업 중에 한곳이었다.

바이오 벤처는 결국 얼마나 경영난을 버텨내느냐가 관건인 영역이다. 바이오 산업의 특성상 매출이나 영업이익을 바로 일으키기 어렵다. R&D 중심의 사업이고, 고급인력이 투입돼야 하는데 당장 돈을 벌기 쉽지 않은 구조다.

앞서 언급한 마일스톤 비용 즉 기술료를 받으려면 요구하는 단계를 하나둘 통과해야 한다. 단계별 기술 구간을 통과하는 일이 그렇게 쉽지 않은 도전의 연속이다.

박순재 대표와 알테오젠의 지난 12년은 그래서 도전의 역사다. 이번에 도전하는 바이오 기술 인간 히알루로니다제(ALT-B4)’는 쉽게 말해 정맥주사를 피하주사 제형으로 바꾸는 기술이다. 미국 바이오 기업 할로자임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개발했다. 피하주사 제형으로 바꾸는 기술개발에 47000억원이 투입된 이유가 있다.

기존 항체 치료제나 단백질 의약품은 혈관 내 약물을 투여하는 게 당연지사다. 환자가 병원을 직접 방문해야 한다.

또 투약시간도 오래 걸렸다. 반면에 피하주사는 환자가 직접 주사를 놓아도 된다. 피부에 직접 투약하는 피하주사다. 요즘은 이렇게 피하주사 제형으로 바꾸는 기술에 대한 시장의 수요가 폭발적이다.

예를 들어 국내 선도 바이오기업인 셀트리온은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램시마SC’를 유럽에 출시해 주목받았다. 기존 램시마를 피하주사제로 바꾼 게 램시마SC.

왜 병원을 직접 방문하지 않고 집에서 알아서 피하주사를 놓는 기술이 주목받을까? 코로나19 때문이다. 코로나 이전과 이후 병원 시스템도 많이 달라지고 있다. 환자가 병원을 방문하기 어려워졌다는 게 코로나 이후의 명제가 될 수 있다. 결국 편의성을 극대화한 치료제들이 필요하다. 미국 식품의약국인 FDA 승인을 받은 주사형 바이오의약품 중 피하주사 비중은 2010년 초반 20%대에서 40%까지 높아지고 있다.

다시 기술부분을 설명하면 알테오젠은 DNA변형과 단백질 재조합을 통해 정맥주사 치료제를 피하주사 치료제로 변환하는 플랫폼 기술 하이브로자임을 보유하고 있다. 다국적 제약사가 알테오젠을 찾은 것도 플랫폼 기술이 잘 갖춰져서도 있다. 또 다른 이유는 전 세계 의약품 싸움 때문이다. 오리지널과 복제약 사이의 경쟁 말이다.

오리지널 의약품을 보유한 글로벌 제약사들이 정맥주사 제품을 피하주사로 변경하려는 이유 가운데 하나로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제품을 견제하기 위한 것도 있다. 바이오시밀러업체는 복제약으로 오리지널 시장과 경쟁한다. 그러면 오리지널 의약품을 가진 기업은 진입하기 어려운 장벽을 만들어야 한다. 그게 바로 피하주사 치료제다. 이쪽으로 뛰어들려면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 섣부르게 R&D 팀을 꾸리기 어려운 분야다.

 

비독점 계약으로 제휴사 다변화

알테오젠이 다국적 제약사들의 눈에 들어온 것은 이러한 피하주사 제형 기술개발을 잘 수행해 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사실 다국적 제약사가 알테오젠을 선발한 게 아니다. 알테오젠이 끊임없이 자기네 제안을 했던 것이다. 박순재 대표가 이번에 빅딜을 성사한 제약사와 접촉한 때는 지난해 1월경이었다.

업계에 따르면 이 다국적 제약사는 자체적으로 SC 제형 치료제 개발을 시도했다고 한다. 오리지널 의약품을 양산할 정도면, 자금력과 기술력이 보통을 아닐 것이다. 그런데 별 다른 성과가 나오지 않았다. 그렇게 기술개발 난제에 직면해 있을 때 이 제약사의 경쟁기업이 할로자임 기술을 이용해 블록버스터 치료제를 SC 제형으로 개발했다. 경쟁사는 내년초까지 임상1상을 만든다고 발표했다.

이제 시간 싸움이 됐다. 초조해진 다국적 제약사가 알테오젠의 하이브로자임 기술을 통해 하루 빨리 임상단계에 돌입해야 했다. 알테오젠은 이번에도 비독점 계약조건을 제시했다. 비독점 계약은 상당히 중요한 포인트다. 6개월 전 다른 기업과 16000억원의 할로자임 기술수출을 했던 알테오젠이 이번에도 47000억원 계약을 체결할 수 있었던 이유는 비독점, 해당 기술을 1개 기업에만 제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말은 즉슨 앞으로도 다른 제약사와의 추가 계약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는 뜻이다.

박순재 대표는 연세대 생화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퍼듀대학교에서 생화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첫 직장인 LG화학에서 연구원으로 재직하면서 독일 제약사 머크와 바이오시밀러 개발을 함께 진행하면서 국내 바이오시밀러 1세대로 경험을 쌓았다.

알테오젠을 설립한 이후 그가 약물 전달 플랫폼에 관심을 기울인 것은 아내 때문이었다. 박 대표의 아내인 정혜신 한남대 교수가 특정 단백질이 사람 몸속에서 오래 유지되는 지속형 기술을 개발하자 바이오시밀러에 이를 접목하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정 교수는 박 대표의 3년 학교 후배다.

이때부터 바이오시밀러의 성능을 한 단계 끌어올린 바이오베터를 만드는 데 집중했다. 바이오의약품에도 개량신약이라는 말을 쓰는데 바이오베터라고 부른다. 바이오의약품 복제약인 바이오시밀러보다 좀 더 발전된 개념이다. 알테오젠의 대표 기술인 피하주사형 변환 플랫폼도 바이오베터 기술이다. 바이오베터도 합성의약품에서 개량신약과 마찬가지로 특허권이 보장된다.

2008년 알테오젠 설립 당시에는 바이오시밀러를 만드는 게 인기였고, 대세였다. 하지만 박 대표는 뒤늦게 시장을 추격해서는 결단코 생존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는 세계 최초이거나 차별화된 플랫폼을 갖춰야 한다는 경영철학을 가지고 있다. 어떻게 보면 미래지향적인 경영자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경영일선에서 그는 미래와 현재를 적절하게 조율했다. 알테오젠 설립 이후 바이오베터 개발에 매달리지 않았다. 대신 알테오젠이 개발한 각종 바이오시밀러 관련 기술을 수출하는데 주력했다. 재무구조가 안정화돼야 회사가 장기 존속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알테오젠은 2010년부터 2015년까지 흑자를 냈고 2014년 말에는 코스닥 상장에도 성공했다.

바이오시밀러 기술의 수출을 통해 마련한 돈을 바이오베터 개발에 투입하고 있다. 이런 점만 봐도 박순재 대표는 단순한 바이오 전문가, 기술중심 CEO가 아니다. 그는 천부적인 기업가다. 알테오젠을 놓고 바이오업계의 한미약품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기술수출에 치중하고 버는 돈을 신약 개발에 투입하고 있는 모습이 닮았기 때문이다. 올해 알테오젠의 매출액은 380억원, 영업이익은 70억원으로 추정된다. 지금은 바이오시밀러가 대세지만 몇 년안에 바이오베터 시대가 열릴 것이다. 그렇다면 그때 알테오젠의 매출과 영업이익 숫자에는 ‘0’이 하나 더 붙어 있을 것이다.

 

- 차병선 기업전문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신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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