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업정서(反企業情緖)는 시대착오적 오류다. 물론 소비자운동단체 등 건전한 시민단체들의 개혁운동이라면 얼마든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국가 지도층 인사들이 반기업정서를 논하는 분위기라면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반기업정서가 생기는 근본적 이유는 기업제도에 대한 무지 때문이다. 경제원론 수준의 지식으로 국정을 논하면 곤란하다. 자유기업제도는 현대의 글로벌 표준이고 세계인이 공유하는 삶의 방식이요 가치관이요 철학이다.
세계가 이웃처럼 가까워졌다. 교통, 통신기술만으로 이렇게 가까워진 것은 아니다. 전세계인이 비슷한 삶의 방식과 사고방식을 갖게 되었기 때문이다. 바로 자율, 능률, 합리성, 경쟁, 호혜적 거래, 협력정신, 탁월성 추구의 가치관이다. 기업제도에 대해 적대적이었던 공산주의는 1980년대에 허물어졌다. 러시아, 동유럽, 중국, 베트남도 자유기업제도를 도입했다. 중고등학교에서도 자율, 능률, 합리성, 경쟁, 호혜적 거래, 협력정신, 탁월성 추구의 가치관을 가르쳐야 한다. 기업제도의 본질과 창업교육, 품질교육을 해야 한다.
미국 표준기술원 홈페이지에는 초등학교 수업장면을 찍은 사진이 게시돼 있다. 어린 학생들이 특성요인도(일명 이시카와 도표)를 칠판에 그려놓고 원인과 결과의 관계를 따지면서 역사공부를 하는 사진이다. 놀라운 일이다. 초등학생들도 기업의 품질도구를 활용할 줄 아는 세상이 되었다.

기업제도 제대로 알아야
요즘은 고등학교 등급제 시비로 시끄럽다. 시장경쟁과 탁월성논리를 혼동할 정도로 무지하기 때문에 생긴 불필요한 갈등이다. 시장경쟁논리를 앞세워 학교를 선별지원해온 정부가 이번에는 평준화만을 강조한다.
반면에 대학들은 학생선택권 즉 시장경쟁체제만 고집한다. 왜 경쟁체제만 알고 탁월성논리는 모르는가? 강남지역 학교들이 우수하다면 왜 우수한지, 다른 지역 학교들이 열등하다면 왜 열등한지, 데이터를 분석하고 원인을 추적하고 해결방안을 찾아 모든 학교가 탁월해질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할텐데, 정부도 교육계도 엉뚱한 힘겨루기로 시간만 낭비한다.

기업 아껴야 일자리 창출
기업제도와 그 가치관을 수호해야 할텐데 반기업정서라니 어이가 없다. 과거 우리나라는 얼마나 빈약했던가? 대원군이 경복궁 공사를 할 때는 불과 수십억 원의 공사비를 감당하지 못해 국고가 탕진되고 나라가 흔들렸다. 기업제도가 미비한 북한은 지금도 의식주를 해결하지 못한다. 사실 우리는 자유기업제도에서 우러나온 가치관과 저력이 있기에 김정일을 두려워 하지 않는다. 자유기업제도가 있기 때문에 우리는 창업에 도전할 수 있고 선택의 자유를 누릴 수 있다. 뒷골목 식당이나 카페에서 한 잔 하며 목청을 높여본 사람이라면 그 자유의 뜻을 잘 알 것이다.
기업제도는 태생적으로 신분사회와는 거리가 멀다. 경영학의 개척자, 테일러, 길브레드, 페욜은 직공, 벽돌공, 석탄채굴기사였다. 창업자들은 대부분 ‘보통 사람’들이었고 지금도 그렇다. 기업인을 귀족시하는 시각은 편향적이다.
일부에서는 경영자들의 비리와 낭비를 꼬집는다. 하지만 비리와 낭비는 모든 권력자들의 공통된 속성이다. 권력자들이 함께 반성할 일이지 기업에게만 책임을 물을 일은 아니다. 기업을 아끼고 가꿔야 한다. 그 곳에 일자리가 있기 때문이다. 통일에 필요한 부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세계인의 삶의 방식이기 때문이다.
21세기로 접어들어 비즈니스 사회는 가치혁신, 지식경영, e-비즈니스, 중소벤처, 환경경영, 인적자원관리 등 시민사회와 인류복지에 진정으로 공헌할 수 있는 새 틀을 향해 전진하고 있다. 기업제도를 다듬고 비전을 더하고 애정과 정성을 쏟아부어야 한다.

이 재 관
숭실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jklee@ss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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