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템 있지만 돈 없을 때
K사장은 새로운 사업 아이템이 마련되면 은행과 상의한다. 대출을 받기 위해서다. 은행이 거절하면 제2금융권도 노크해 보고 그것도 안되면 사채를 얻기도 한다.
Y사장은 새로운 프로젝트를 밀고 나갈 때면 우리가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부르는 사업계획서 작성에 온 정성을 기울인다. 같은 프로젝트라도 비즈니스 모델이 치밀하고 비전이 뚜렷해야 투자가들이 좋아하기 때문이다.
S사장은 새로운 사업 아이템이라는 것에 거의 관심이 없다. 아니 관심이 있어도 없는 척 한다. 그는 100% 자기 자본이 아니면 새로운 일을 벌이지 않는다. 당장 1억의 이익이 생긴다 해도 누구에게 단돈 10만원도 꾸지 않는다. 그는 부채경영은 패가망신의 원인으로 알고 있는 CEO이다.
위에 예를 든 K사장은 돈이 없으면 꿔서 사업한다는 부채경영의 신봉자이다. 그런가 하면 Y사장은 돈이 없으면 돈 있는 사람들에게 동기를 부여해 투자를 유치한다는 타입이고 S사장은 “꾸느니 안한다”는 철저한 부채경영 반대론자이다.

CEO에게 ‘행여나’는 없다
K사장을 아날로그 CEO라 불러야 한다면 Y사장은 디지털 CEO에 속한다. 그럼 S사장은 어떤 타입일까? 굳이 말하라면 ‘뙤놈식’의 폐쇠적이고 옹고집이라 불러야 할 것이다.
빚이 많은 회사가 다 부도 난 것은 아니지만, 부도 난 회사의 대부분이 부채에 시달리다가 부도를 당했다는 한국적 현실을 30대 젊은 CEO들은 명심해야 한다.
많은 CEO들이 빚을 두려워하지 않는 묘한 병에 걸려 있다. 이 병의 증세 가운데 하나는 벌어 놓은 돈은 없는데, 즉 새로운 사업에 투자할 돈이 없는 데도 자꾸 일을 벌인다는 점이다.
사업이 잘 되지 않으니까 잘 되기 위해 빚을 더 지는 회사도 있다. 빚을 두려워하지 않는 이유 가운데는 오랫동안 안되던 사업을 한 순간에 잘 되게 하려는 행여나 심리도 작용한다.
그러나 CEO에게 ‘행여나’는 없다. 월급쟁이에게조차도 이제 ‘행여나’는 존재하지 않는다. 대한민국 어느 구석에도 ‘행여나’는 없다. 아니 우리들 인생에 ‘행여나’라는 것은 아예 생겨나지도 않았다.

꾹 참고 때를 기다려야
미국의 기업가들은 여간해서 빚을 져가며 부채경영을 하지 않는다. 부채경영을 하지 않는 이유는 채무에 따른 이자를 차라리 연구개발비에 투자하는 것이 경영합리화라고 믿기 때문이다.
현금 유동성 및 안정성을 중시하는 미국의 경우와는 달리 일본의 CEO들은 채무에 대해 융통성 있는 사고를 하고 있다. ‘채무경영’이라는 용어 자체가 일본의 기업가들에게서 나온 것이다.
물론 수익성이 확실히 보장된 사업 아이템을 놓고, 여유 자금이 없을 때, 빚을 내서라도 달려들지 않으려는 사업가라면 지나치게 겁 많고 소극적이라는 소리를 들어야 한다.
또 젊은 사업가 특유의 모험심, 야심, 자신감 등의 이유를 들지 않더라도, 눈 앞에 노다지를 두고 빚을 얻어 큰 이득을 본 사업가도 적지 않다. 중소기업은 물론이고 재벌 기업도 채무가 없는 기업은 거의 없지 않은가?
그러나 채무경영은 사업이 어느 궤도에 오른 다음의 이야기다. 또 지금은 디지털 시대. 없으면 당장 돈을 꾸러 나가는 아나로그식 채무경영 가지고는 21세기 사업가라고 할 수가 없다.
더구나 개업한지 3년 미만의 병아리 CEO라면 채무경영은 꿈도 꾸지 않는 것이 좋다. 단 100% 대박이 보장되는 기가 막힌 아이템이 있다면 채무보다는 투자자를 물색하라. 투자를 받을 수 없을 때는 꾹 참고 때를 기다리라.

한국네트워크마케팅협회 회장
smileok@knm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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