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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고발 일상화 가능성 증폭…중소기업 ‘사법비용’ 부담 가중

신영수(경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신영수(경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1대 국회가 개원되면서 한동안 잠잠했던 공정거래위원회 전속고발권 폐지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전속고발권은 공정거래법, 하도급법 등의 위반 행위에 대해 공정위의 고발이 있어야 검찰이 공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 제도이다. 이는 곧 피해자의 고소, 3자의 고발권, 그리고 검찰의 기소권을 제한한다는 의미이기도 한데, 이런 제한을 둔 취지는 경제사범에 대해 사법당국의 직접적 형사처벌 이전에 경제전문성을 갖춘 행정당국이 기소여부를 먼저 결정토록 함으로써 과잉 제재를 방지하려는데 있다.

하지만 이 제도는 소위 공정위의 범법자 봐주기에 대한 의혹과 우려로 인해 줄곧 그 존립을 위협받아 왔다. 그런데 이런 우려는 사실 기우에 가깝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그간 입찰담합 등 카르텔 사건이나 하도급법 위반 사건에 대해 거의 예외 없이 형사고발을 해오고 있다. 실제로 공정위의 고발은 1981년 법 집행을 시작한 이래 900여건에 이르고 있고, 그 중 2010년대 이후의 고발 건이 409건에 달하는 등 최근 들어 두드러진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 가운데 현재 전속고발제 폐지의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는 카르텔 즉 부당한 공동행위에 대한 고발 건이 127건으로서 전체의 31%를 점한 것으로 집계된다.

현재 우리처럼 공정거래사건에 전속고발제도를 두고 있는 나라로는 일본 정도가 유일한데, 그나마도 일본 공정위는 사실상 권한을 거의 행사하지 않고 있어서 우리와 형편이 비슷한 나라를 찾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전속고발이 폐지될 경우에 예상되는 득과 실은 어떠할까?

일면 전속고발제의 폐지는 법위반행위의 억제력을 높이고 위반기업에 대한 응징의 효과를 극대화하는데 기여를 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은 폐해도 예견된다. 알려진 대로, 우리나라는 사적 법률분쟁이 형사화되고, 고소·고발권이 빈번히 동원되는 대표적 나라로 꼽혀 왔다. 빚을 제때 못 갚아도 민사소송보다는 형법상 사기혐의로 고소하는 것이 일상적인 나라이다. 이처럼 빈발하는 고소, 고발권 행사의 경향 속에서 만일 전속고발권이 폐지된다면, 검찰에 의한 기소권 확대는 물론이고 피해자나 경쟁자, 혹은 제3자에 의한 고소, 고발이 일상화되는 상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경쟁업체에 대한 견제나 압박의 수단으로 고소 고발이 악용되는 상황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 가장 크게 영향을 받는 경제주체는 누구일까? 아마도 법률리스크에 대한 대처 능력을 갖춘 대기업 보다는 사법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중소기업이나 영세상공인이 그에 따른 부담과 처벌 위협에 가장 직접적으로 그리고 무방비 상태로 노출될 것이다.

공정거래법을 위반하는 중소기업을 묵인해 주자는 얘기가 아니다. 공정거래 사건의 예방과 엄정한 제재 기조는 누구에게나 견지돼야 한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전속고발권 폐지에 따른 폐해나, 고소·고발권의 악용 가능성도 함께 고민돼야 한다.

중소기업에 대한 과잉처벌의 폐해, 고발권 남용의 우려, 법적 대처능력의 현실적 차이를 감안하지 않은 채, 일률적으로 전속고발제 폐지가 추진된다면, 제도의 개선이 아닌 개악의 결과가 될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할 것이다.

 

- 신영수(경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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