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세 무색한 압도적 카리스마 분출
홍시 등 히트곡 29곡 2시간반 절창
‘코로나 이길 수 있다’국민적 메시지
장르불문 후배 뮤지션과 협연 볼만

15년만에 대중앞에 다시 나타난 나훈아는 여전히 가황의 모습이었다.
15년만에 대중앞에 다시 나타난 나훈아는 여전히 가황의 모습이었다. [제공=연합뉴스 / KBS 화면 캡쳐]

가황(歌皇) 나훈아가 15년만에 대중앞에 등장했다. 십년이면 강산도 바뀐다 했는데, 15년만에 TV에 등장한 나훈아는 여전히 가황의 모습이었다.

추석 연휴였던 지난달 30,‘ 2020 한가위 대기획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콘서트가 KBS에서 방영됐다. 코로나 시국임을 고려해 관객은 온라인으로 참여하는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됐다.

온라인으로 사전 신청을 받아 국내는 물론 일본, 호주, 러시아, 덴마크, 짐바브웨 등에서 관객 1000명이 온라인으로 참여해 공연을 즐겼다. 나훈아도 코로나19 장기화로 지친 국민을 위해 무보수로 이번 공연에 출연했다.

 

△여전한 가창력과 입담역시 가황

1966년에 데뷔해 올해로 54년차를 맞이한 가황 나훈아도 비대면 콘서트는 처음이었다.

나훈아는 콘서트 중간에 저는 오늘 같은 공연을 태어나서 처음 해본다. 눈빛도 잘 보이지도 않고 우짜면 좋겠노?”라며 비대면의 답답함을 토로하면서도 특유의 무대 매너, 질박하면서도 재치 있는 입담으로 안방을 쥐락펴락했다.

이어 그는내가 답답한 것이 공연을 하면서 서로 눈도 좀 쳐다보고, 거기다 오랜만입니다라고 손도 잡아야한다" 라고 코로나 사태에 대한 아쉬움도 드러냈다.

하지만 어느덧 일흔넷을 맞이한 가황은 세월도 거슬렀다. 장장 2시간 반 동안 29곡을 선사하며 지친 기색도 없이 압도적 카리스마와 에너지로 공연을 끌고 갔다.

음을 밀고 당기고, 꺾고 늘이는 내공은 소리꾼이라는 수식어답게 자유자재였다. 때로는 애절하고 간드러지는, 때로는 힘 있는 절창으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고향·사랑·인생을 주제로 구성한 총 3부 분량의 공연은 고향역’, ‘홍시’, ‘사랑’, ‘무시로’, ‘18세 순이’, ‘잡초‘, ‘청춘을 돌려다오등 나훈아의 대표 히트곡을 망라했다.

지난 8월에 발표한 신보 ‘2020 나훈아의 아홉 이야기에 수록된 내게 애인이 생겼어요’, ‘명자!’, ‘테스형!’ 등 신곡 무대도 처음으로 공개됐다.

특히 테스형!’은 소크라테스에게 세상이 왜 이래”, “세월은 또 왜 저래묻는 가사로 이번 공연을 계기로 전 국민에게 새롭게 알려졌다. 나훈아는 물어봤더니 테스형도 모른다고 한다세월은 너나 나나 할 거 없이 어떻게 할 수 없는 모양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삶에서 보편적으로 느끼는 애환에 고대 철학자 소크라테스를 끌어온 기발한 발상, 그리고 나훈아 특유의 쉽고 일상적인 노랫말이 특징이다.

박성서 대중음악평론가는 깊이 있는 메시지를 귀에 쏙 들어오도록 쉽고 단순하게 만들어서 부른다는 것이 나훈아 음악의 힘이라고 짚었다.

공연을 접한 대학생 김선영 씨(22)추석때 집에서 할머니가 보시길래 우연히 같이 봤는데, 테스형을 듣고는 갓띵곡(최고 명곡이라는 신조어)라 생각했다가사를 나중에 다시 찾아보니 깊이가 달랐다고 말했다.

 

나훈아는 74세(1947년생)라는 나이가 무색하게 2시간 반 동안 29곡을 열창했다.
나훈아는 74세(1947년생)라는 나이가 무색하게 2시간 반 동안 29곡을 열창했다. [제공=연합뉴스 / KBS 화면 캡쳐]

△국악에서 록까지무대에 배 띄우고 와이어 액션도

이번 공연은 나훈아의 넓은 음악적 스펙트럼을 십분 보여줬다. 전통가요 가락을 구성지게 풀어내다 ‘18세 순이등에선 가벼운 몸놀림으로 트위스트를 췄고 갈무리’, ‘비나리에서는 감미로운 어쿠스틱 음악을 들려줬다.

하모니카를 연주한 가수 하림이나 피아니스트 진보라, 래퍼 군조 등 후배 뮤지션과도 다채롭게 협연했다.

3인생은 나훈아가 직접 북을 치며 부른 잡초등 국악 연주자들과의 장대한 앙상블로 시작해 헤비메탈 밴드 메써드의 강렬한 록 사운드로 마무리됐다.

압도적 스케일의 무대 연출도 안방으로 옮겨왔다. 나훈아가 지난해 1만석이 넘는 체조경기장에서 사흘간 연 서울 콘서트 티켓은 8분 만에 전석 매진됐는데 유명세의 이유를 시청자에게도 입증한 셈이다.

첫 곡 고향으로 가는 배에서 나훈아는 풍랑에 휩싸인 바다 위 뱃머리에 서서 모습을 드러냈다. 와이어를 타고 나는가 하면 과거의 자신을 흑백 화면으로 등장시켜 듀엣하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무대 양 옆과 전면을 둘러싼 스크린은 미디어아트 효과를 통해 분위기를 시시각각 전환했다.

나훈아는 청바지부터 핑크빛 재킷, 한복 두루마기 등 다양한 의상을 소화했는데 무대 위에 칸막이를 치고 옷을 갈아입는 파격까지 보였다.

마지막 곡 사내는 공연 제목처럼 다시 힘을 내자는 응원으로 맺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를 형상화한 그래픽이 불길에 펑펑터졌다.

분명히 코로나를 이겨낼 수 있다고 강조한 나훈아는 열창을 마치고 무대 아래로 빨려 들어가더니 바닷속으로 헤엄쳐 빛나는 공을 건져냈다. 그리고 바다 위에 거대한 태극기가 새겨졌다.

가황의 출연에 대기업 등에서 광고가 다수 붙었으나 공연 흐름을 고려한 듯 중간광고는 없었고, 다시보기 서비스도 제공되지 않았다.

이번 콘서트는 당일 이른 오전부터 공연 후 심야까지 온·오프라인에서 화제를 모았다. 젊은 층의 관심도 높았고 테스형!’ 등이 실시간 음원차트 상위권에 오르기도 했다.

 

△콘서트는 끝났지만 긴여운전국민이 테스형!’

지난 1일 시청률 조사 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이날 콘서트는 전국 시청률 29.0%를 기록해 지상파 전체 1위를 차지했다. 부산 등 일부지역에서는 40%에 육박했다.

방송 이후 테스형!’을 찾아 듣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음원사이트 순위도 급등했다.

지난 6일 지니뮤직에 따르면 추석 연휴가 포함된 주간(지난달 28이달 4)에 플랫폼에서 테스형!’ 스트리밍은 직전 주(지난달 2127)보다 무려 3733% 증가한 것으로 추산됐다. 나훈아 전체 곡 스트리밍도 직전 주와 견줘 264.9% 증가했지만, ‘테스형!’에 쏟아진 관심은 특히 폭발적이었다.

지니뮤직 관계자는 “‘테스형!”의 경우 공연 다음 날인 1일부터 스트리밍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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