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iz 정책브리프]공공조달 예정가격 결정 문제점
공정한 납품단가 보장의 핵심…일관성 없는 기준 적용은 문제
적정한 가격 확인절차도 부재, 심의위 등 구조적 장치 필요

공공조달은 1차적으로 국가기관이 공익을 위해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는 행위를 뜻하지만, 그 의미는 효율적인 조달행정 집행의 차원을 넘어 국가경제의 발전방향 조정 수단으로 점차 확대되고 있다. 특히 공공조달을 통한 중소기업 지원정책은 중소기업에게 제품 및 서비스 판매 기회를 부여해 이익창출과 경쟁력 강화 여건을 마련해준다. 이를 통해 경기부양, 고용창출, 창업 등의 거시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또한 대부분의 OECD 국가들은 포용적 성장 및 혁신 등 지속가능한 성장 목표 이행을 위한 전략으로 공공조달을 활용하고 있어 그 무게감이 날로 증가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중소기업의 역할과 비중의 중요성을 감안해 공공조달 시장에서 중소기업이 우대받는 생태계 조성을 위한 노력을 약속해 왔다. 2019년 기준으로 중소기업의 조달액은 106조원으로 전체 조달규모 160조원의 55% 수준이며,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공공조달시장은 거래 교섭력 차원에서 볼 때 정부가 막강한 구매력을 보유하고 있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이는 입찰 절차나 방식, 지불조건 등의 결정이 수요자 중심으로 흘러가기 쉬운 경향이 존재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간 공공기관들이 효율적·경제적 구매수행을 우선적으로 고려해 물품 구매 시에 중소기업의 적정가격을 침해하는 문제가 지적돼 온 것도 사실이다. 이런 차원에서 중소기업 공정단가 확보를 위해서는 정부계약에 있어 납품가격과 낙찰자 선정의 기준이 되는 거래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예정가격의 적정성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예정가격은 계약 체결의 최고 상한금액으로서 공정단가 보장을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다. 계약담당공무원은 물품 구매 전에 계약 목적물의 특성 및 여건 등을 고려해 예산 범위 내에서 구매가격으로 적정하다고 판단하는 가격을 특정 절차에 따라 정한다.

김은하(KBIZ중소기업연구소 연구위원)
김은하(KBIZ중소기업연구소 연구위원)

한편, 정부 계약규정 상에는 상품의 가격을 시장거래가격과 같거나 낮게 유지하도록 하는 우대가격 유지의무가 존재한다. 이 조건은 중소기업이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책정한 시장 가격보다 정부에 더 낮은 가격으로 납품해야한다는 의미이다. 경제학적 이론으로 보면 완전 경쟁 시장에서 기업의 이윤은 0 (zero-profit)이라고 가정한다. 실제 기업 경영과는 괴리가 있겠지만 그만큼 과도한 경쟁 상태에서 결정된 가격으로 기업은 마진을 포기한 채 납품을 최우선시하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예정가격 결정 제도를 살펴보면 몇 가지 문제점이 존재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우선, 가격 적정성 판단 기준이 일관적이지 않다. 예정가격의 결정 과정과 결과는 계약담당공무원의 적정성 판단 능력에 기대는 구조로 그 중요도에 비해 상대적으로 엄밀함과 일관성이 부족하다. 이는 견적가격, 거래실례가 등의 참고자료에 따라 예정가격 적용률이 크게 달라지는 문제와도 맥을 같이한다. 또한, 정부기관별로 일관적이지 않은 상이한 기준을 적용하기도 하고, 폐지된 규정(구매실례가)을 관행적으로 사용한 사례도 존재한다. 무엇보다 중소기업의 적정가격을 확인할 수 있는 절차가 부재한 것은 시급히 개선이 필요한 문제다.

앞서 살펴본 예정가격 관련 논의는 단순히 예정가격 인상을 통해 중소기업의 이윤율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 국가계약 본연의 목적인 좋은 물건을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하는 동시에 중소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적정한 이윤을 보장할 수 있는 제도적 개선책, 즉 공정단가 확보방안을 찾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예정가격 결정 시 중소기업이 제출한 가격자료를 활용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들어야 한다. 예정가격 확정 전에 기업이 제출한 증빙자료를 참고해 적정한 가격수준을 면밀히 검토하는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 또한, 과거 거래 가격을 참고하는 것이 아닌, 입찰을 희망하는 다수의 기업으로부터 가장 최근의 거래실례가격을 제공받고, 이를 예정가격의 기준으로 추가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만 하다.

끝으로 예정가격의 적정성을 검토하는 절차를 만들어야 한다. 예컨대 기업의 가격자료와 담당공무원이 작성한 예정가격의 차이가 상당할 경우 이에 대한 검토를 진행하는 근거를 추가하고, ···관 전문가로 구성된 예정가격산정심의위원회를 구성해 공정하고 합리적인 단가를 산정할 수 있는 구조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이와 같은 제도 개선을 통해 공공조달시장이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와 고용 창출을 더욱 촉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 김은하(KBIZ중소기업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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