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만 잘 되면 뭐해? 내수가 죽을 지경인데…” 수출이 잘 된다는 뉴스가 연일 쏟아질 때 주변에서 심심찮게 들리던 소리이다. 워낙 불경기가 심하다보니 경제를 걱정하는 사람들의 비아냥 담긴 볼멘소리가 아닌가 싶다. 그런데 이 말은 수출 때문에 내수침체가 야기되는, 다시 말해 수출이 너무 잘 되고 있기 때문에 국내경기가 침체를 보인다는 표현으로 들린다. 그러나 사실은 수출 덕분에 우리 경제가 ‘그나마’ 돌아가고 있다는 것이 현실이라는 점이다. “수출! 너마저 없었더라면…” 정말 한국경제는 어디로 가고 있을까?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2004년은 우리나라 수출사에 또하나의 획을 그은 해이다. 지난 10월 22일 세계에서 12번째로 2,000억 달러의 수출금자탑을 쌓아 올렸으니 말이다. 부존자원이 부족하고 시장이 협소한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고, 지구촌 전체를 한국경제의 자원조달처로, 그리고 세계를 우리의 시장으로 만들어 놓았으니 한국인의 저력이 아니고서야 어디 가능한 일이겠는가?
수출은 본래 경기조절기능을 가지고 있다. 지금의 상황을 보면 수출의 경제적 효과이자 본연의 기능으로서 경기조절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다만 국내경기가 과열일 때 수출을 늘려 국내경기를 냉각시키고 그 반대일 때 수출을 줄여 내수를 진작시킨다는 것이 이론적인 경기조절기능인데 현실은 조금 다른 면이 있다.
지금은 수출이 늘어 내수침체를 보완함으로써 국내경기를 부양하는 방식으로 경기조절기능을 해내고 있는 셈이다. 결국 수출 때문에 우리의 경제 활력소가 해외로 유출돼 국내경기가 침체를 보인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일 뿐이다.

한국경제 살길은 여전히 수출
그러나 분명한 것은 우리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는 한국 수출이 장밋빛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특히 한국경제는 대외의존도가 지나치게 높기 때문에 주변 상황에 따라 우리의 환경이 악화되는 것은 순식간일 수 있으며, 우리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움직이는 변수들도 너무 많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한국수출의 첨병’으로 불리면서 수십년간 우리나라 수출의 절반에 가까운 몫을 전담해오던 종합무역상사들이 최근 들어 수출비중이 뚝 떨어져버렸고, 이로써 본연의 무역업에 한계를 인정하고 제조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소식에서 우리나라 수출환경의 단면을 읽을 수 있다.
또한 에너지 가격 상승은 차라리 ‘폭등’이라는 표현이 더 적절해 보이며, 이와 더불어 최근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원화의 대달러 환율 절상속도 역시 우리의 수출을 ‘허걱’거리게 만들기에 충분해 보인다. 이웃 중국은 거대공룡의 몸짓으로 세계시장의 이곳저곳을 무자비하게 잠식해버리고 있다.
한국경제가 설 땅과 나아갈 방향은 과연 어디이며, 어떻게 하면 침체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수출기업에게 낮게 드리워져 오고 있는 먹구름을 걷어낼 방안은 없는가? 또한 경영활동에서 이윤을 내기는커녕 내수침체와 맞물려 실의에 가득 차있는 국내기업 경영자들에게는 어떻게 경영의욕을 불러일으킬 것인가? 이러한 고민에서 자칫 방심하게 되면 국내경기는 회복불능의 상태로 빠져들지 모른다.

여야없이 수출전략 챙겨야
수출이 경기조절기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게 하려면 한국경제의 젖줄이라 할 수 있는 수출에서 누구든 한 시도 눈을 떼어서는 아니 된다. 글로벌 시대 및 디지털 시대의 복합적 진화로 모든 기업들의 활동무대는 지구촌 전체가 돼버린 지 이미 오래이다. 즉, 이 시대의 기업이라면 무역을 비롯한 글로벌 활동을 경영의 기본으로 삼을 수밖에 없도록 돼 있다.
먹구름의 뒤쪽에는 밝은 빛이 숨어 있기 마련이다. 이제 수출 4,000억 달러 달성을 위해 매진해야 한다. 한국경제를 가리고 있는 먹구름을 하루라도 빨리 걷어내려면 그 해답은 역시 ‘수출’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수출에 너무 의존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를 낼 것이 아니라 여전히 수출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한 번 더 상기해보는 일이 중요하다.
이쯤에서 경제를 살리는 데에는 여야가 없음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정쟁이 왜 끊이지 않는지 반성해야 한다. 글로벌 시대에서는 일국의 정치적 이익이 경제적 이익보다 절대 더 높을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자. 날이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는 무역환경을 조금이라도 볼 줄 아는 안목을 가졌다면 수출에는 더더욱 여야가 없어야 한다.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준비하는 큰 틀을 짜야 하는 마당에 여야는 아직도 정쟁에 빠져 있으니 내년도 수출전략이 효과적으로 수립돼 있는지 어떤지 판단할 여지가 있을 리 없다. 어떻게 불황의 늪에서 한국경제가 탈출하기를 바란다는 말인가?

박 문 서
호원대학교 무역경영학부 교수
mspark@mail.howon.ac.kr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