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계만 있으면 퍼주고 싶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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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계만 있으면 퍼주고 싶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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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2.12.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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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원의 결혼기념일에 장미꽃 바구니를
사원들의 눈에 비친 CEO는 대개 점수가 그리 높지 않다. 당연하다. 사원들이 그리는 이상적인 CEO와, CEO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CEO는 다르기 때문이다.
또 많은 CEO는 “사원들의 요구는 끝이 없다. 잘 해 주면 잘 해 줄수록 더 잘 해달란다”고 말하고 있다. 사원들의 근무 욕구를 고취시키고 동기부여를 하기 위해서 여러가지로 배려를 하는 CEO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오늘의 컬럼에서 얘기하려는 P사장은 “사원들에게 먼저 잘 해 줘야 사원들도 회사에 잘한다”를 믿는 사람이다. 즉 사원들에게 무엇을 해달라고 요구하기 전에 사원들을 위해 무엇을 해줘야 할까를 연구하는 CEO가 진짜 좋은 CEO라고 믿는 사람이다.
한 때 필자가 사원들의 결혼기념일에 장미꽃 바구니를 보내는 것을 보고, P사장은 장미꽃 바구니에다가 호텔 1일 숙박권을 얹어 보냈다.
물론 사원들은 많이 달라졌다. 장미꽃 결혼 기념일 선물이 매스컴에 보도되자 더욱 감동하기도 했다. 그러나 3년이 지나자 그 반응은 처음보다는 뜨겁지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효도수당, 부지런 수당까지 주더니

P사장은 체질적으로 사원들에게 퍼주기를 좋아하는 CEO다. 갖가지 이름을 붙여 사원들에게 수당을 많이 주기로 소문난 사람이다.
핵가족 시대에 노부모를 모시고 사는 사원들에게 ‘효도수당’을 준 사람이다. 담배를 끊는 사원에게는 ‘금연 수당’, 그 날 아침 제일 먼저 출근하는 사원에게는 ‘부지런 수당’. 헬스클럽에 주 3회 이상 나가거나, 1년 내내 감기 한 번 안 걸리는 사원에게는 ‘건강수당’을 주기도 했다.
말하자면 핑계만 있으면 뭔가 퍼주고 싶은데, 핑계나 명분이나 이름이 없어 수당을 못 준다는 정도로 사원들에게 잘 해 주는 CEO였다. 주변에서 부러워하거나 칭찬을 하기는 커녕, 사원들 버릇을 저렇게 나쁘게 들여 가지고 어쩌려는지 모르겠다는 소리도 들을 정도였다.
물론 그러던 그가 80년대 말에서 90년대 초까지 약 5년간은 어떤 수당도 급여 외에는 주지 않았다. 87년 민주화의 물결 속에서 사원들이 노조를 만들어 회사를 시끄럽게 만들어서였다.

사장이 ‘투표수당’을 지급하는 이유

그는 ‘갑자기’라고 할 만큼 엄격해지고 원리원칙을 따지기 시작했다. 평소에 비공식적으로 지급하던 수당도 전부 취소했다. 오직 사규에 의한 것만 집행한다고 선언했다.
회사의 경영구조를 사원들에게 공개하고 버는 만큼만 사원에게 퍼준다는 것이었다. 100% 주주로서 창업한지 15년간 단 한번도 배당을 받아가지 않았는데 이젠 찾아갈 것을 찾아가고, 규정에 의한 것만 지급했다.
3년이 지난 후 사원들이 자진해서 노조를 해산했다. 자기 회사 정도라면 노조 없이도 가능하다고 믿었던 것이다. 그러고도 2년을 더 P사장은 사원들과의 개인적이고 인간적인 친화를 멀리 했다. 중소기업의 경우 노조라는 것이 얼마나 CEO의 경영의욕을 꺾는지, P사장을 보면 이해가 간다.
지금 그 회사는 더 잘 되고 있다. 그는 다시 퍼주기 시작했다. 이번 대통령 선거일에도 그 회사는 사원들이 특근을 해야 할만큼 바쁘다.
그는 이번 대통령 선거일에도 수당 하나를 신설했다. ‘투표수당’이다. 특히 20대나 30대 초의 젊은 사원에게 그는 엄격하게 선언했다. 선거때마다 지지율 조사에는 참여하고 투표에는 참여하지 않는 것은 무책임이라고.
투표하는 데도 수당을 주는 P사장. 그는 우리나라 경제발전 뿐만 아니라 정치 발전에도 기여하고 있는 CEO다.

코리아 드림미디어 대표
commukim@dreamw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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