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나눔 칼럼]장창식(대구대학교 교수)
기업 진정성이 진짜 성장동력
지나친 이윤은 실패의 지름길
로젠월드 사회공헌 본받을 만

장창식(대구대학교 교수)
장창식(대구대학교 교수)

1990년대 초반 모기업에 입사해 신입사원 교육을 받던 때의 일이다. 3개월의 신입사원 교육기간 동안 새벽같이 출근하며 일주일에 한 번 제일 먼저 했던 일과 중 하나는 근처 지역사회를 청소하는 것이었다. 이른 아침 젊고 활기찬 청년들이 골목골목을 누비며 보도블록에 붙은 껌을 떼어내고 낡은 공공시설물에 페인트칠을 하는 모습은 지역주민들의 입에 오르내렸고, 신입사원들 또한 힘든 일을 하면서도 좋은 기업의 일원이 됐다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었다.

패션을 모체로 한 이 기업은 신화라는 수식어가 붙을 만큼 빠르게 성장해 패션·유통·외식·레저·건설을 아우르는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신입사원 교육 당시 경영자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소비자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라이었다. 실제로 이 기업은 중저가 브랜드 시장과 아울렛을 국내에 최초로 만들었고 저렴하고 합리적인 가격으로 서민들의 주머니를 따뜻하게 해줬다.

사회에 기여를 하면 존경을 받고 그러한 기업들이 성공하는 사회는 건강한 사회가 될 수 있다. 누구나 아는 이야기지만 문제는 좋은 일을 하려면 돈이 필요하다. 그래서 대개 어떻게든 돈을 벌고 나서 나중에 좋은 일을 하겠다고 말한다. ‘빅프라핏의 저자 신현암, 이방실은 사회공헌을 하는 기업이 더 사랑받을 뿐 아니라 기업 이익도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하며 로젠월드를 예로 든다.

로젠월드는 소매업체 시어스를 운영한 사람이다. 우편주문으로 성장한 시어스의 주 고객은 농부였다. 하지만 당시 농부들의 소득이 낮았기에 시어스의 매출은 크지 않았고 이에 로젠월드는 농가 소득을 높이기 위해 교육프로그램, 지원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점차 농부들의 소득은 올라갔고 시어스의 매출 또한 상승했다. 이 사례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면서 기업도 오히려 더 큰 수익, 빅프라핏(Big Profit)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기업은 혼자 존재하는 것이 아니며 사회가 건강해야 그 안의 기업도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 재킷을 사지 마세요라는 광고 (사진)로 유명했던 브랜드 파타고니아는 1994년에도 필요 없는 옷을 사지 말자는 캠페인을 진행했었다. 당시 이 광고를 본 많은 사람들은 기업의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패션기업이 옷을 사지 말자는 캠페인을 벌이니 그럴 만도 한 사건이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직원이 서퍼나 등산가로 환경에 대한 관심이 남달랐고 환경보호단체를 만들며 매출의 1%를 풀뿌리 환경단체에 지원하는 사실이 알려지자 모두들 기업의 진정성을 믿게 됐고, 이후 전세계에 수많은 파타고니아 충성고객을 확보하게 됐다. 수익이 아닌 매출의 1%를 타 기관에 기부하는 예는 흔치 않다.

물론 모든 기업이 기부활동이나 저소득층을 지원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사회에 기여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그 중 하나는 이윤을 적당하게 가져가는 것이다. 기업의 피가 혼탁해지는 것은 무분별하게 이익을 착취하면서 부터다.

한일관계가 얼어붙기 전, 국내에서 가장 잘나가던 SPA 브랜드 유니클로는 2014년부터 2015년 두 해 동안 약 15%의 가격을 인상했다. 이후 유니클로는 매출 및 순이익이 현격히 떨어지며 주가폭락사태까지 겪게 됐다. 급기야 야나이다다시 회장은 가격인상이 실수임을 시인하고 이듬해에 가능한 최저가격을 유지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 시간동안 유니클로가 가치혁신기업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전 세계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가격대비 질 좋은 상품을 만들어 사람들의 생활을 더욱 풍요롭게 하겠다는 건전한 기업철학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많은 고객이 유니클로를 찾고 세계적인 SPA 브랜드로 자리 잡게 되면서 본래의 기업철학은 슬며시 사라지고 이윤을 극대화 하겠다는 욕심이 생겨난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있기 전, 자주 가던 식당 하나가 사라졌다. 점심시간이면 항상 줄을 서야 먹을 수 있을 정도로 문전성시를 이루자 식당주인은 가격을 15% 가량 인상했고, 그 후 손님들이 서서히 줄어들기 시작했다. 식당주인은 뒤늦게 이전가격으로 다시 내렸지만 이미 새롭게 생긴 경쟁 식당들에게 단골손님을 빼앗긴 뒤였고 결국 그 식당은 문을 닫고 말았다.

앞선 두 사례는 고객의 이익을 우선 하겠다는 기업철학이 사라지는 순간 벌어지는 공통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더욱 중요한 시대가 된 지금, 많은 기업들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인 CSR을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그 이전에 기업 철학이 소비자의 이익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지 먼저 점검해 보아야 한다.

진정으로 소비자의 이익을 위하는 기업이라면 CSR은 물론, 로젠월드 사례처럼 지역사회와 기업의 공유가치창출을 추구하는 CSV도 충족시켜줄 것이다. 고객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는 기업은 절대로 망할 수 없으며 소비자들이 기업을 성공으로 이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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