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에 풀이 자라지 못하게 돌을 덮어씌운다 해도, 그 돌 틈새로 비집고 싹트는 풀을 뽑아버린다 해도 봄은 오게 돼있다.’ 톨스토이의 명작 ‘부활’의 첫 구절에 나오는 말이다.
지난해 중소기업들은 참으로 힘든 한해를 보냈다.
금융권의 무차별적 긴축이 1년 내내 지속됐다. 소비침체로 매출은 급감했다. 그 나마의 판매대금도 회수를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원자재 값은 뛰어도 가격에 반영할 수 없었다. 오히려 납품단가 인하요구에 시달렸다. 많은 중소기업이 문을 닫았다. 살아남은 중소기업 또한 내일을 기약 받지 못한 채 또 다른 한해를 맞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중소기업은 부푼 꿈을 안고 새해를 맞는다. 자연의 대지에 봄이 오듯이 중소기업의 뜰에도 봄이 올 것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의 뜰에도 봄이 온 적이 있었다. 벤처 붐을 타고 사람과 자본이 중소기업으로 몰렸을 때이다. 그러나 정책의 실패로 그 뜰은 폐허가 됐다.
중소기업은 늘 봄을 기다려 왔다. 그러나 지식기반시대의 중소기업은 봄을 기다리는 객체가 아니라 봄을 오게 하는 주체가 돼야 한다.
중소기업은 창의와 도전, 경쟁을 본질로 한다. 이것은 시장경제의 본질이기도 하다. 자유시장은 이를 통해서 창달되고, 자본주의는 이를 통해 발전된다. 중소기업은 시장경제의 활력소로서 시장의 봄을 오게 하는 주체이며, 성장의 동력인 것이다.

中企 성장 저해요소 제거
문제는 중소기업의 이같은 역할과 기능이 간과되고 보호와 지원의 대상이 돼 봄을 기다리는 객체로 전락시킨 정책에 있다.
이제 중소기업 정책은 중소기업이 그들의 본질을 최대한 발휘토록 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 중소기업이 시장의 봄을 싣고 오도록 해 오늘의 경기침체 문제도 해결하고 성장 동력도 재충전해야 한다.
지난해 정부는‘7.7 중소기업 경쟁력강화 종합대책’을 비롯해 각종 지원정책을 내놓았지만 중소기업의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 보다 본질적인 정책접근이 요구된다.
그것은 중소기업의 성장 저해요소를 제거해 주는 것이다. 자유경쟁시장의 확립이 근본적 해결책이다. 미국의 중소기업이 상대적으로 덜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이 같은 환경에서 연유한다.

中企 스스로 ‘봄’오게 해야
이는 생산요소시장의 효율적인 작동을 바탕으로 한다.
금융시장은 기업이 규모, 지역, 업종과 관계없이 자신의 신용능력에 따라 필요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다원적 구조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우리는 지나치게 은행, 그것도 전국은행 중심이다. 중소기업이 자금난을 겪을 수밖에 없다. 효율적인 자본시장의 구축과 지역금융의 활성화가 중소기업의 자금애로 해결을 위한 본질적 정책과제이다.
노동시장도 가격기능에 의해 임금과 고용이 결정돼야 한다. 우리 노동시장은 중소기업에 대한 편견이 만연돼 있다. 결과는 실업은 느는데 중소기업은 인력난을 겪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노동시장에 시장원리가 작동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소기업 인력난 해결을 위한 본질적 정책과제이다.
지식기반시대에서 기업의 경쟁력은 지식과 기술에 의해 결정된다. 이들의 가치를 제대로 판단해 줄 시장이 발달돼 있지 않으면 중소기업의 창업과 성장이 불가능하다. 누구든 지식과 기술을 갖고 있으면 도전이 가능한 시장의 조성이 중소기업의 창업과 성장 촉진을 위한 또 하나의 본질적 정책과제이다.
대·중소기업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토양의 조성, 구조조정과 퇴출이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의 정비도 중소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본질적 정책과제의 영역이다.
이 같은 방향으로의 정책 정비는 단기에 이루기는 어렵지만 이제 해야 할 때이다.
그렇게 해 소동파의 시‘하루 종일 봄을 찾아 헤매었으나 봄을 찾지 못했네. 돌아와 뜰 앞을 보니 봄은 이미 그 곳에 와있었네’에서처럼, 중소기업의 뜰에도 어느 날 봄이 이미 와있게 해야 한다. 물론 그 봄은 중소기업 자신이 싣고 온 봄이어야 한다.

홍 순 영
중소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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