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의 권한과 책임이 더욱 더 강화되고 있습니다. 최근 박정호 사장은 자회사인 SK하이닉스 부회장을 겸하게 됐는데요. 여기에 SK그룹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SK수펙스(SUPEX)추구협의회의 부회장직인 ICT위원장까지 맡게 됐습니다.

이번 SK그룹의 인사는 특별합니다. 통신기업의 CEO가 동시에 반도체 기업의 부회장직을 수행한다는 건 흔치 않은 일입니다. 이석희 SK하이닉스 대표는 박정호 부회장과 함께 공동 대표로서 계속 사업을 맡게 됩니다.

박정호 부회장은 지난 20173월부터 SK텔레콤을 이끌어왔습니다. 현재 통신3사 수장 중 가장 오랫동안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이번 연임 성공과 부회장직 승격으로 2023년까지 박정호 부회장의 리더십은 SK텔레콤과 SK하이닉스 등 SK그룹 중심 계열사에서 빛을 발할 거 같습니다.

특히 통신업계 1DNA를 발전시킨 박정호 부회장이 SK하이닉스에서도 경쟁력을 강화하고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할 것으로 시장은 예상하고 있습니다.

박정호 부회장은 SK그룹에서도 직원으로 채용돼 CEO까지 오른 신화적인 인물입니다. 1989SK그룹의 전신인 선경에 입상한 그는 SK텔레콤 뉴욕사무소 지사장과 SK그룹 투자회사관리실 상무, SK커뮤니케이션즈 사업개발 부문장, SK텔레콤 사업개발 부문장 등 요직을 두루 거치게 됩니다.

이후 박정호 부회장은 2014년 말 SK C&C 사장에 올랐고 2015SK C&CSK가 합병되면서 SK대표이사가 됩니다. 이어 2016년 말에는 SK그룹 최고 핵심 계열사인 SK텔레콤의 대표이사가 됩니다. 그를 두고 SK그룹 내부에서도 책임감 있고, 맏형 같은 리더십이라고 평가합니다. 평소에 솔직하고 시원시원한 성격으로 동료와 후배들이 믿고 따르는 스타일이었다고 합니다.

SK그룹에서도 명장 중에 명장인 그를 최태원 회장은 일찍부터 가깝게 지냈다고 합니다. 특히 2003SK그룹이 헤지펀드 소버린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던 시기에 박정호 부회장은 최태원 회장의 비서실장을 지냈습니다. 이때 경영권 분쟁에서 승리하면서 박 부회장은 최 회장의 절대적인 신임을 얻게 됐습니다.

이후 그는 자신의 전문성을 발휘하기 시작합니다. 그는 인수합병(M&A) 전문가로 불립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하이닉스 반도체 기업의 인수입니다. 박 부회장은 2011SKT 사업개발실장이었는데요. 하이닉스 반도체 인수 팀장을 맡게 됩니다. 당시 최 회장 주변에는 적자 상태에 있던 하이닉스 인수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컸습니다. 자칫 인수합병 이후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를 했죠.

그렇지만 최 회장은 박정호 부회장과 함께 주변 임원진과 이사회를 설득하며 하이닉스 인수에 박차를 가합니다. 현재 SK하이닉스는 SK그룹에서 가장 높은 영업이익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박정호 부회장이 SK텔레콤과 함께 하이닉스를 함께 경영하게 된 배경에도 이러한 과거 성과가 있기에 가능했던 겁니다.

박정호 부회장 취임 이후인 2017년부터 SK텔레콤은 정말 혁신적인 변화가 진행 중입니다. 이동통신을 비롯해 사물인터넷, 미디어, 플랫폼 등 다양한 분야와의 융합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요즘 박정호 부회장의 최고 관심사는 SK텔레콤을 어떻게 탈통신시키느냐입니다.

통신 사업이 다양한 분야로 뻗어나가야 하는 건 시대적 과제입니다. 우선 SK텔레콤은 커머스 분야에서 11번가를 통해 아마존의 국내 시장 진출을 준비 중입니다. 아마존과 협력해 11번가를 글로벌 유통 허브 플랫폼으로 성장시킨다는 계획입니다.

또 박 부회장은 모빌리티 분야도 준비 중입니다. SK텔레콤은 T맵 플랫폼·T맵 택시 사업 등을 담당하고 있는 모빌리티 사업단을 산하에 두고 있는데요. 이를 별도 분할해서 티맵모빌리티를 설립한다는 계획입니다. SK텔레콤은 최근에 자체 개발한 반도체, 사피온(SAPEON)을 공개했는데요. 데이터 서버에 들어가는 AI 반도체입니다.

이렇게 나열하고 보니 박정호 부회장에게 SK텔레콤, SK하이닉스를 동시에 총괄하는 자리가 왜 주어졌는지 이해가 됩니다. 그룹 내에서 다양한 혁신과 미래산업을 개발하는 데에 있어 박 부회장이 최일선에 있는 상황입니다. ‘박정호라는 이름 세 글자가 이미 SK그룹에서 아주 중요한 혁신 엔진으로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 김진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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